'2년 노예계약' 없이 스마트폰 바꾸려면…

국내 주요 통신사들이 올해 상반기부터 중고폰 판매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통신사들이 직접 중고폰을 감정해 가격을 책정한 뒤 일반 대리점에서도 판매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신형 단말기에 공을 들여왔던 통신사들의 정책을 고려할 때 큰 변화다.

특히 일부 통신사는 중고폰 전용 할인 요금제도 선보일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 5월 블랙리스트 제도 도입과 함께 중고폰 거래가 활성화되면 통신 물가 인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 (34,100원 ▼550 -1.59%)는 오는 3월부터 홈페이지와 대리점을 통해 중고폰 판매에 나선다. SK텔레콤 (51,000원 ▼100 -0.20%) 역시 오는 4월부터 대리점에서 중고폰 판매를 시작한다. 이들 통신사가 오프라인에서 중고폰 판매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폐휴대폰의 재활용률을 높여 환경보호에 기여한다는 측면이 있는데다 중고폰에 대한 수요도 있어 중고폰의 오프라인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며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고객들은 출고가가 높은 스마트폰 대신 알뜰한 스마트폰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판매방식은 감정사가 중고폰의 상태를 확인한 뒤 가격을 책정해 되파는 형태다. 특히 통신사가 직접 중고폰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사용자들이 보다 안심하게 구매할 수 있을 전망이다. 과거 개인간 거래 혹은 사설매장에서 판매된 중고폰의 경우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신뢰도에서 불합격점을 받았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KT는 오는 5월부터 중고폰 전용 할인 요금제도 선보일 예정이다. '그린스폰서'로 명명된 이 제도는, 중고폰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단말기를 구매할 수 있는데다 요금할인까지 받게 되는 셈이다. 다만 KT는 아직 구체적인 할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통신사들의 이번 결정은 오는 5월부터 시행되는 블랙리스트 제도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블랙리스트 제도는 범용사용자식별모듈(USIM)만 꽂으면 휴대폰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제도다. 분실 및 도난 단말기는 블랙리스트에 올라 개통이 불가능하다. 블랙리스트 제도가 도입되면 중고폰 등을 자유롭게 개통할 수 있게 된다.

통신사들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일반 대리점 등이 중고폰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아직까지 신형 단말기 판매에 따른 이익이 상대적으로 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가 블랙리스트와 함께 중고폰 거래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낙관적인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중고폰 판매 활성화를 위해 약정이 남은 상태에서 판매된 중고폰에 대한 피해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통신사와 전문가, 관련 기관들과 연계해 법률 검토를 비롯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