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캔 들고 '적진'간 이준석 "1만원 내고…"

(서울=뉴스1) 진동영 기자=

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클럽V홀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후보자들의 락 파티(Rock Party) 참석한 이준석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후보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후보자들과 다양한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나눈 이 비상대책위원은 “새누리당도 쇄신작업 후에 20~30대를 차별없이 능력에 따라 등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ews1 이종덕 기자

민주통합당이 '락파티'를 열고 청년비례대표후보 선출과정에 본격 착수한 5일, 행사가 열린 서울 마포구 모 클럽에는 이준석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 깜짝 방문해 맥주캔을 들고 '적진'을 살폈다.


힙합 가수 출신 지원자인 김원종(30)씨가 무대에 올라 랩 공연을 펼치며 클럽 내부의 흥이 한창 오르던 중 편한 차림으로 한 손에 맥주캔을 들고 들어온 이 위원은 공연 내내 자리를 지키며 행사를 즐겼다.

이 위원을 발견한 기자들이 다가가 "어떻게 왔냐"고 묻자 이 위원은 "원래부터 지켜보던 이벤트라 관심이 있어 와봤다"며 "입장료 만원을 내고 들어왔다. 한 푼도 안 깎아주더라"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아무에게도 얘기 안하고 그냥 혼자 왔다. 얘기하고 올 만한 것도 아니고"라며 "이벤트 자체를 처음부터 보고 있었고 의미 있는 행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27세의 이 위원이 야당의 청년비례대표후보 선출을 위한 행사를 찾은 것은 '깜짝 이벤트'로 비쳐지기에 충분했다.


이 위원은 이같은 주목을 의식한 듯 "저와 (청년비례대표후보 선출에 나선 지원자들을) 비교하는 사람도 많은데, 저는 당 쇄신작업에 참여하러 온 거고 이분들은 입법활동을 하고 싶어서 온 거니까 목적이 다르다"며 "(새누리당 비대위에 참여하지 않았어도 청년비례후보 모집 참여는) 절대 안했다. 국회의원 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예전에 교육봉사를 해서 솔직히 말하면 (지원자들 중에 아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며 "시민사회단체 활동하던 분도 있는 것 같고, 대학생들의 대표성을 가지신 분들도 많은 것 같은데 재미있는 집단인 것 같다"고 했다.

새누리당도 이런 방식의 20~30대 대표 선출을 생각한 적 있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딱 20대만 찍어서 하는 게 아니라 쇄신작업을 한 다음에 20대나 30대 상관없이 차별없이 능력에 따라 하겠다는 것"이라며 "인맥이나 학맥, 이런 것 없이 하겠다는 점에서는 근본적인 취지가 비슷한 것 같다"고 답했다.

이 위원은 이날 행사에 대해 따끔한 지적을 날리기도 했다. 그는 어색한 듯 공연에 호응하지 못하고 있는 참석자들을 가리키며 "사람들이 안 따라주지 않냐"며 "(청년비례후보 선출에 나선 지원자들이 아니라) 국회의원 보좌관들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조직(지원자들)도 결국에는 경쟁을 위한 조직이기 때문에 약간 혼선이 있을 수 있다"며 "저는 이렇게 경쟁하면서까지 정치하고 싶은 맘이 없다. 경쟁을 안해봐서 모르겠는데 즐기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평소 말을 아꼈던 이 위원은 "오늘은 묻는 말에 다 답하겠다"며 비대위원으로서의 입장도 소탈하게 쏟아냈다.

그는 새 당명인 새누리당에 대해 "제가 공모했던 당명도 '우리누리당' 이런 거였다. 근데 '새'자가 좀 걸린다"고 웃으며 "한나라당도 처음엔 입에 많이 안 익었다. 그래서 과정으로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최근에 따로 만난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박 위원장과 따로는 거의 안 만난다"며 "박 위원장하고는 말을 안해도 뭘 원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친근감을 드러냈다.

당 쇄신 과정의 속도가 더디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는 "잘 되고 있다"고 반박하며 "외부에서 보면 속도가 느리다고 할 수 있지만 이제 우리당도 쇄신작업이 거의 끝나고 공천 작업에 들어갔다. 앞으로 재미있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에는 제가 말하는 것들이 거리낌없이 잘 받아들여 진다"며 "그래서 쇄신이 의미가 있는 것이고 새누리당은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두언 의원 등 일부 소장파 의원들이 당명 문제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는데 대해서는 "지금까지 한나라당의 문제는 반대 의견이 거의 표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옹호하며 "정 의원의 입장이 당과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교육정책 등 정 의원의 말이 많이 반영되기도 하는 등 선명한 대비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