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가 김우중 집까지 빼앗았다"

-'대우는 왜' 서문 장병주 회장, 이헌재 전 부총리 회고록 반박
-김회장, 담담한 표정 "책 2,3권 내는게 어떤가"
-400여 대우출신 인사 회동 '명예회복' 다짐


22일 저녁 서울 종로구 부암동 A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우그룹 창립 45주년 기념행사는 대우맨들의 '출정식'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였다.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모여 앉은 대우맨들은, 대우그룹의 옛 모습을 회상하며 옛 대우정신을 살려나갈 것을 다짐했다.
일부에서는 이헌재 부총리가 일간지 회고록에서 '대우그룹이 시장의 신뢰를 잃어 해체됐다'는 요지의 주장을 한데 대해 강한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부암동 AW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우그룹 창립4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기념공연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박세연 기자

O···김 전 회장을 영접한 장병주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은 행사가 끝나고 밤 9시쯤 김 전 회장이 차를 타고 나간 후 취재진이 김 전 회장의 거처를 묻는 질문에 "서초구 방배동에 부인(정희자 씨)께서 세 얻어놓은 빌라가 있어 거기 이틀 묵고 떠나신다"고 답했다.
이어 장 사장은 "이헌재가 방배동 집까지 빼앗았다"며 "세상에 그룹 해체되고 난 후에 집까지 뺐긴 총수가 누가 있는가. 동아그룹 최원석 회장도 집은 그대로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O···이날 김 전 회장은 모여든 취재진이 오랜만에 귀국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도 계속 침묵을 지켰다. 행사가 시작하고 한 동안은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저녁 식사가 시작되고 난 후에는 옛 임직원들과 근황에 대한 담소를 주고받으며 긴장을 서서히 풀어가는 듯 했다.

김 전 회장이 앉은 원탁테이블에는 이경훈 전 (주)대우 회장, 김용원 전 대우전자 회장, 홍성부 전 대우건설 회장, 홍인기 전 대우조선 사장, 윤석헌 전 그룹 부회장, 윤영석 전 그룹총괄회장이 함께 앉았다.


O···전 대우조선의 초대사장을 지낸 홍인기 씨는 "김 전 회장은 정말 내적으로 강한 분이시다, 매년 행사에 오실 때마다 많은 감정들이 생길 텐데도 전혀 밖으로 내색하지 않는다, 오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과 행사 도중 어떤 얘기를 나눴냐는 질문에는 "베트남에서는 아직도 대우그룹의 위상 그대로다"며 "그 곳에서는 잘 지내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예전 대우그룹 계열사들 매각 소식이 보도될 때마다 김전회장의 반응이 어떠냐는 질문에는 "그런 것에는 거의 아무 반응이 없으시다. 이제 많이 초탈하신 것 같다"고 했다.

O···옛 대우 사장 33인의 에피소드를 묶어 이날 출간된 책인 '대우는 왜'를 행사장에서 장병주 회장으로부터 헌정받은 김 전 회장은 측근들에게 "이 책을 한 권으로만 끝내지 말고 시리즈로 엮어 2, 3권을 내어놓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옛 대우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대우가 해체된 후에도 계열사와 옛 임직원들이 사회 곳곳에서 아직도 건재하게 사업을 잘 하고 있는 것에 대해 흡족하게 생각하고 계신 듯 했다"고 전했다.

O···김 전 회장은 비교적 건강해 보였으나 보청기를 끼고 있었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듯 원탁에 둘러앉은 전 임직원들과 대화를 나눌 때에도 반복해 되묻곤 했다. 식사가 끝난 후에 세경영 관계자가 다가와 준 것은 약 봉지였다. 7~8알의 알약이 섞여 있는 봉지였다. 김 전 회장은 알약 하나를 빼고는 손바닥에 약을 덜어 물과 함께 마셨다. 김 전 회장은 심장이 좋지 않아 고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O···행사 참석 및 책을 헌정받은 데 대한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김 전회장이 나가면서 기자에게 마지막으로 꺼낸 말은 "이러지 마세요, 정말 미안합니다"였다.
지난해에는 대우인회와 세경영 회원들이 자리한 원탁 테이블을 일일이 둘러보며 악수를 하고 취재진에게도 짧은 소감을 남겼던 김 전 회장은 이날만큼은 몰려든 취재진을 부담스러워했다. 행사장에서 퇴장할 때도 몇몇 백발이 성한 측근들과 인사를 나누며 "감사하다"는 말을 전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