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살인' 이모군, 범행 다음날 등교해…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오경묵 인턴기자=

창천동 대학생 살인사건 수사결과 브리핑.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 도심의 한 공원에서 흉기로 대학생 김모씨(20)를 40여 차례 찔러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등학생 이모군(16)이 범행 다음날 태연하게 학교에 등교해 중간고사 시험을 치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마포구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이군과 같은 반인A군(16)은 4일 "이군은 학교 중간고사기간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1일 학교에 등교해 물리와 영어 과목 시험을 치렀다"고 말했다.

이군은 지난달 30일 저녁 8시47분께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창천근린공원에서 김씨를 잔인하게 살해한 다음날 아무렇지도 않게 학교에 등교한 것이다. 시험과목이 2개라 오전중에 하교한 이군은 공범 홍모양(15)과 함께 신촌 인근의 찜질방에 가있다가 이날 저녁 6시께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관계자는 "범행 다음날 중간고사를 치러 학교에 가는 모습 등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다"며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붙잡힌 장소가 범행 현장과 가깝다는 점 등에 비추어 이군과 홍양이 도망을 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과 소속이던 이군은 학급에서 중하위권의 성적을 유지하며 애니메이션 만화와 휴대전화에 심취해 학교에서 교우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급내 1분단 맨 뒷자리에 앉았던 이군은 수업시간에 잠을 자거나 자신의 스마트폰에 몰두하며 주로 혼자 시간을 보내왔다.

↑지난달 30일 오후 8시 10분경 바람산공원 입구의 계단을 오르는 범인들의 모습이 찍힌 CCTV 화면

170cm가 조금 넘는 키에 보통 체격으로 체육시간 때도 운동 보다는 주로 쉬는 것을 즐겼다. A군은 "남자고등학교인 탓에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친구들과의 주먹다툼도 한번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일상생활에서는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군 옆 반의 B군(16)은 "이군은 원래 만화만 좋아하는 아이였고 만화를 보는 데서 즐거움을 찾는 거 같아 보였다"며 "그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친구들과 점차 멀어지고 어느새 '은둔형 외톨이'같은 존재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군의 동료들은 "이군이 조용한 성격으로 학급 내에서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거의 없었다"고 공통적으로 전했다.

학교 동료들의 증언을 종합해 볼때 주로 혼자 있는 것을 즐겼던 이군의 이러한 성격이 코스프레나 사령(死靈)카페 같은 일부 오타쿠 문화에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한편, 이군과 같은 반 학생들은 등교를 하면 원활한 수업진행을 위해 휴대전화를 선생님에게 맡겨 왔다. 그러나 이군은 선생님에게는 고장 난 휴대전화를 제출한 후 수업시간에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계속 사용하기도 했다.

A군은 "이군은 시험을 보는 중간 중간에도 카카오톡을 하는 등 카카오톡 중독처럼 보일 정도로 자주 휴대전화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도 역시 현실공간에서 교우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던 이군이 카카오톡 그룹 대화방이나 사령카페 활동을 통해 소속감을 느꼈을 부분으로 해석된다.

이에 비추어 함께 김씨를 살해안 홍양 및 대학생 윤모군(18)을 인터넷 코스프레 사이트에서 알게 됐지만 이후 사령카페 활동과 카카오톡 채팅을 통해 교감을 나누면서 김씨 살해 계획을 세웠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이 오프라인에서 만난 것은 고작 3~5차례 정도 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이군의 학교 동료들은 이군의 이 같은 범행사실에 크게 놀라는 분위기다.

A군은 "이군이 학교에 나오지 않은 지 3일째 되는 날"이라며 "그런 소문이 돌때 설마 했는데 인터넷에 이군의 얼굴이 공개되면서 범행 사실을 알게 돼 무서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서부지법은 4일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이군과 공범인 대학생 윤군 등의 죄질이 불량하고 높은 처단형이 예상돼 도주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법원은 피해자를 유인하거나 범행현장을 지켜봤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홍양의 구속영장은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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