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탕진 남편과 이혼한 58세녀, 국민연금은?

#서울에 사는 주부 박모 씨(58)는 최근 이혼하기로 마음먹었다. 남편(61)의 폭언에 지친 박 씨는 몇 년 전부터 이혼을 고민했지만 망설여왔다. 남편이 주식 투자로 재산을 탕진해 이혼하더라도 나눌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남은 재산이라고는 국민연금 뿐. 박 씨는 이혼 이후에도 남편의 국민연금을 매월 반 정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이혼을 결정했다.

황혼 이혼 건수가 해마다 늘어나면서 박 씨와 같은 분할 연금 수급자가 급증, 7000명을 육박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21일 발표한 '혼인·이혼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0년 이상 결혼 생활을 한 부부의 지난해 이혼 건수는 5704건으로, 결혼한 지 4년 이내 신혼부부의 이혼 건수(5083건)보다 621건 많았다. 이는 20년 이상 부부의 황혼이혼 건수가 처음 신혼부부의 이혼건수를 추월한 2010년 이후 2년 연속 나타난 현상이다.

특히 황혼 이혼 건수는 1991년 978건에서 2011년 5704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황혼 이혼 건수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분할 연금 혜택을 받는 수급자도 크게 늘고 있다.


27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분할 연금 수급자는 2007년 1701명에서 5년도 안 돼 6727명(4월 말 기준)으로 4배 이상 늘어났다.
분할연금이란 이혼한 배우자에게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만큼의 노령연금을 나눠주는 제도이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에 20년 가입한 남성이 10년 동안 함께 살았던 부인에게 10년 가입했을 때만큼의 연금액 절반을 나눠야 한다. 이혼했더라도 10년간 동고동락한 부인의 권리를 인정해주는 것. 단 연금 가입기간 중 혼인기간이 5년을 넘어야 한다. 연금수령자 나이도 60세 이상이어야 한다.

이 제도는 결혼기간 동안 재산형성에 공동 기여한 부분을 인정하고 이혼으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여성들의 노후 연금수급권 강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1999년에 도입됐다.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전체 분할 연금 수급자 6727명 중 여자가 5902명, 남자가 825명으로 여성 수급자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수급액은 월 15만3000원이며, 최고 수급액은 월 60만2000원으로 조사됐다.

배우자 귀책사유로 이혼할 때도 분할연금을 받을 수 있다. 아내가 바람을 피워 이혼하게 됐는데 아내가 연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분할연금은 이혼한 배우자의 혼인기간 동안 기여도를 반영해 만든 제도이기 때문에 이혼의 귀책사유가 어느 쪽에 있는지는 따지지 않는다.

분할연금액은 재혼을 해도 계속해서 받을 수 있다. 다만, 분할연금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수급권이 발생한 때로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에 신청해야 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 이혼한 배우자가 60세가 된 이후에 노령연금 수급권자의 가입기간 중 혼인기간 동안 정신적·물질적 기여부분에 대해 일정액을 보장해 주는데 그 의의가 있다"며 "황혼 이혼 증가에 따른 여성들의 노후생활이 불안정해지는 것을 해소시키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