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된 '찰떡파이' 제조법, 배상액 8억 근거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와 LG디스플레이(LGD)는 최근 2조원대 개발비가 투입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을 도둑맞았다. 협력사 직원들이 OLED기술을 신용카드형 USB 등에 담아 신발, 벨트, 지갑에 넣어 빼돌린 것이다.

기업들은 최첨단 장비를 동원해 기술유출을 방지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범죄 수법 역시 날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사후 방법으로 기술을 빼돌린 당사자나 경쟁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다.


◇'초코찰떡파이' 기술로 '찰떡쿠키' 만들었다가…=기술유출은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자동차, 소프트웨어, 바이오신약, 태양전지, 심지어 과자 제조 방법까지 분야를 막론한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은 기술유출로 이익을 침해당한 사람이 기술을 빼돌린 사람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때 손해배상액은 기술을 빼돌린 사람이 얻은 이익으로 산정한다.

S사 대표 박모씨는 5년간 30여억원을 투자해 떡이 상하지 않도록 하고 보존기간을 연장하는 외피가 도포된 떡을 개발했다. S사는 이 기술을 기반으로 떡 표면에 초콜릿을 바르는 '초코찰떡파이'라는 제품을 출시했다.


'초코찰떡파이'는 2002년 100대 우수특허제품으로 선정되는 등 동종 제품 중 선두 위치에 섰다. 당시 오리온 등도 유사한 제품을 출시했으나 S사는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내 승소하기도 했다.

S사의 연구개발부장으로 근무하던 이모씨는 2004년 동종업체인 C사로 이직했다. C사는 쿠키 안에 떡을 넣은 제품을 개발하려 노력하던 상황. 이씨는 S사에서 사용했던 기술을 그대로 C사에 사용, '찰떡쿠키'를 개발해냈다. 이에 S사는 C사를 상대로 2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2년여 간의 공방 끝에 의정부지법 민사합의13부는 지난해 9월 C사가 S사의 기술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초코찰떡파이'의 영업비밀 보호기간인 2006년까지 C사가 '찰떡쿠키'로 얻은 이익을 산정해 8억7000여만원의 배상액을 산정했다.

재판부는 "부정경쟁방지법이 영업비밀 침해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목적은 영업비밀 보유자로 하여금 침해가 없었을 때의 위치로 되돌아갈 수 있게 하는데 있다"고 설명했다.

◇제품 생산 않고 기술만 빼돌려도 손해배상 책임 성립='초코찰떡파이'의 사례와는 다르게 기술을 빼돌렸지만 제품을 생산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얻은 이득이 없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대법원은 '영업비밀을 부정하게 취득한 경우 이 기술의 실제사용여부와 관계없이 부정취득한 그 자체만으로 영업비밀의 경제적인 가치를 손상시켜 영업비밀 보유자의 이익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해왔다. 영업비밀을 빼돌린 것만으로도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배상액 산정이 쉽지 않다. 기술유출만으로 기업이 입은 피해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제14조는 '손해가 발생된 것은 인정되나 그 손해액을 입증하는 것이 해당 사실의 성질상 극히 곤란한 경우에는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따라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도체 검사장비 생산업체인 E사에서 근무하던 연구소장 유모씨 등 5명은 2009년 10월 경쟁업체 B사로 이직했다. 당시 E사와 유씨 사이에는 영업비밀 등에 관한 서약이 있었으나 유씨 등은 이를 어기고 회사 기밀을 B사에 유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E사는 유씨 등 5명과 B사를 상대로 전직금지와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유씨 등은 "B사가 E사의 기술을 사용한 반도체 검사장비를 생산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준현)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기술유출 자체로 E사에는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손해액 산정이 곤란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E사의 영업비밀 관리 실태, 유씨 등이 침해한 영업비밀 등을 고려한다"며 "이에 따라 유씨 등은 총 3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