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를 떠나며' 부회장에 글 쓴 男, 1년후

“행복하게 일했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날 최고경영자(CEO)가 바뀌고 비용절감이 화두가 되면서 모든 것이 변했다.”

지난해 8월 ‘LG전자를 떠나며’란 이메일을 구본준 부회장에게 보내고 퇴직, 화제가 됐던 연구원을 1년만에 만났다. 그는 당시 '퇴사의 변'으로 지적했던 조직문화의 문제점이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는 것이라고 아쉬워 했다.


입사 당시에는 오히려 신이 나서 일했단다.
개발자들이 회사 내에서 업무 프로세서에 간단히 적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본업보다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몰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그저 ‘이런 것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스스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회사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 공식 소프트웨어로 지정되고 정식 업무로 인정받았다. 'LG가 나아갈 길은 소프트웨어 경쟁력'이라고 생각한 당시 최고경영자(CEO) 덕이었다.

CEO가 바뀌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고 그는 결국 LG전자를 떠나는 길을 택했다.


그는 "비용절감이 화두가 되면서 톱-다운 방식의 문화가 더 강해졌는데 그 프로세스마저 비효율적이어서 개선을 바라고 바꿔야 한다고 주장을 해보기도 했다"면서 "결국은 안 먹히더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직원들을 주인으로 대하지 않고 시키는 건 무조건 하라는 식의 문화 속에서 혁신적인 제품이 탄생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 연구원이 떠나간 후 1년, 연구원을 떠나게 만들었다는 CEO도 회사를 떠났다.
LG전자는 얼마나 변했을까. 그동안 LG전자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인력 보강과 역량 강화에 공을 들였다. 드디어 LG 스마트폰이 많이 나아졌다는 평가도 안팎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LG전자를 떠나며'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얼마 전 LG전자의 한 직원은 인터넷 게시판에 '퇴직의 변'을 올렸다. 스마트폰 개발프로젝트를 위한 합숙에서 뛰쳐나왔다는 그는 "윗분들이 '역시 까니까 된다'고 하는 말을 듣고는 더 이상 남아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썼다.

물론 기업이 커지면 떠나는 사람도 늘어나고, 또 그만큼 많은 사람이 새로 들어온다. 나고 드는 사연이 가지가지이고 개인마다 가치관과 판단 기준도 다르다. 하지만 적어도 '1등'을 염두에 두는 기업이라면 모든 걸 '다르다'는 말로만 흘려 넘길 일은 아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