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놓던 아파트, 8억 올라 팔려고 알아보니

　이명박정부 들어 주택시장 정상화를 구실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조치 등이 줄기차게 발표되면서 집부자에 대한 감세 퍼주기란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주택정책을 관통하고 있는 '아랫목을 데워야 온기가 윗목으로 퍼질 수 있다'는 믿음이 현실에서 더이상 통용되지 않음에도 관련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어 세수감소에 따른 서민들의 고통 분담만 가중될 것이란 우려다.


　정부는 지난해 9월 '2011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부활시켰다. 장기보유특별공제로 인해 다주택자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자신이 살던 주택을 팔 때 양도세의 매년 8%, 80%까지 감면받을 수 있게 됐다. 자신이 거주하지 않던 집을 팔아도 연 3%, 최대 30%의 양도세 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세무법인 민화의 마철현 대표세무사에 따르면 다주택자인 김모씨가 2004년 5억원에 취득한 본인 거주의 13억원짜리 아파트를 매도하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 차익 8억원 중 양도세(이하 지방소득세 포함)는 2434만5950원으로 종전의 8%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지난 8월 내놓은 '2012 세법개정안'에는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폐지도 담겼다. 양도세 중과는 1가구2주택의 경우 50%, 1가구3주택 초과는 60%를 징수하는 것으로 이를 없애고 기본세율인 6~38%를 적용하는 방안이다. 이명박정부들어 이미 양도세 중과는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을 유예했으나 아예 폐지하자는 게 세법개정안의 내용이다.


　1~2년 이내 보유주택을 단기 매도할 경우 양도세율을 인하해주는 방안도 당시 세법개정안에 들어갔다. 1년 이내 주택을 팔면 양도세를 50%에서 40%로, 2년 이내 매도하면 40%에서 기본세율(6~38%)로 각각 낮춰주는 것이다.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팔 때 최대한 세금을 덜 내야 돈 있는 사람들이 매수에 적극 나설 수 있고 결국 전체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게 될 것이란 게 정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이같은 정책은 결과를 놓고 보면 주택시장 활성화와 거리가 멀다. 경기 분당과 용인의 3.3㎡당 평균 아파트 가격은 최고점을 찍은 2007년 3월에 비해 각각 24.7%, 19.7% 급락했고 서울과 수도권도 각각 평균 7.8%, 8.6% 내렸다.

　7월 주택거래량은 전국 5만6799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22.1% 감소했으며 같은달 3년 평균치 거래량과 비교해도 19.6% 줄었다. 집부자 감세를 해도 주택시장을 활성화하는데 별 효과가 없던 셈이다. 되레 세수 감소만 가중돼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펼 정부의 재정여력만 소진시킨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다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할 경우 매년 세수감소분이 1400억원인 것으로 추정됐다. 1년 혹은 2년 이내 단기매도에 따른 양도세 인하 조치의 경우 세수 감소는 연간 664억원으로 예상됐다. 단 2가지 사례일 뿐 현 정부의 각종 부동산 세제감면 혜택을 포함할 경우 세수감소는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재원 확보를 안해놓고 다주택자에 대한 감세정책을 내놓았기 때문에 집 없는 계층이나 실수요자를 위한 대책을 내놓을 힘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차기 정부는 재정부담으로 쓸 카드가 없어질 뿐 아니라 집값이 뛰기 시작하면 역으로 증세를 해야 하는 처지여서 조세저항 탓에 그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미분양 주택 매입자에 대해 앞으로 5년간 발생할 양도세 전액을 과세하지 않기로 한 조치도 벌써부터 부작용이 걱정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미분양을 해소하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과도한 세금감면 혜택을 주면 그마나 있던 대기 수요자들이 빠져나가 청약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결국 또다른 미분양을 양산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취득세를 50% 감면하겠다는 방안은 아직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를 마무리하지 않은 상태다.

　김광용 행정안전부 지방세정책과장은 "취득세 감면으로 인한 지자체의 세수감소분을 중앙정부에서 보전해주는 방향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큰 틀에서는 사전협의가 된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지자체장과의 일정을 맞춰 최종 논의를 하고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국회 상임위의 동의를 거쳐야 해서 현재 시행시기를 못박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