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명 자살' 마포대교 가보니, 난간에 글이…

'자살대교'라는 오명이 붙은 마포대교가 생명의 다리로 거듭난다.

삼성생명과 서울시는 26일 마포대교를 삶의 희망을 주는 생명의 다리로 새롭게 조성, 이날 일반인들에게 공개했다. 생명의 다리는 대교 남단과 북단 양방향 시작지점에서 각 2개씩 총 4개의 구간으로 나뉘어 일상과 생명의 소중함, 희망, 사랑에 대한 문구로 구성됐다.


각 구간에는 보행자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가 있어 보행자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조명과 메시지가 보행자를 따라 반응한다. 교각 초입에는 걷는 이를 따라 '밥은 먹었어?' '요즘 바빠?' 등의 조명과 메시지가 등장한다.

이어 '목욕 한 번 다녀와서 몸 좀 푹 담궈 봐,''슬프거나 우울한 일이 있다면 집에 가서 청양고추 한 입 먹어보세요, 아픔은 더 큰 아픔으로 잊는 법이니까요' 등의 메시지가 배치됐다. 극단적 선택을 하러 온 사람들에게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문구다.

특히 교각 중간에는 '생명의 전화' 옆에 '비밀, 있어요? 아무한테도 말 못하고, 혼자서 꾹꾹 담아온 얘기 시원하게 한번 얘기해 봐요'란 문구를 설치, 자연스레 상담을 통해 자살을 억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에피소드는 투신자의 심리를 체계적으로 분석·연구한 심리학자 및 시민단체, 광고회사 등 관련 전문가들의 아이디어로 구성된 것이다. 삼성생명은 "특히 자살방지 메시지를 보다 극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보행자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메시지가 부착된 전등이 자동으로 켜지는 기술을 적용했다"며 "보행자의 보폭에 맞춰 메시지 전등이 켜지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마포대교는 지난 2008년부터 5년간 85명이 자살을 시도한 비극의 장소다. 삼성생명은 투신방지벽과 같은 물리적 수단 대신 보행자와 소통할 수 있고 인생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수 있는 구조물을 설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자살 예방의 본래 취지에 더해 스트레스에 지친 시민들을 위로하는 '힐링'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생명의 다리 중간 전망대 구간에는 '한번만 더 동상'이 세워졌다. 이 동상은 실의에 빠진 한 남자를 다른 남자가 볼을 꼬집으며 위로하는 모습으로 '여보게 친구, 한번만 더 생각해 보게나' 등의 메시지가 부착돼 있다. 동상 옆에는 자살예방 관련 단체 기금에 전달될 모금함이 설치된다.

삼성생명과 서울시는 "이번 '생명의 다리'를 시민들을 위한 힐링의 명소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생명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