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배달 안돼요" 기습폭설 서울 풍경

기상청이 대설예비특보를 발령한 5일 오후 3시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대입구역 사거리는 천지에 울려대는 경적소리로 가득했다. 저속운행을 하는 와중에도 끼어들기를 하는 일부 운전자들 때문에 차도는 마비 상태였다. 택시는 많았지만 대부분 '빈 차' 등이 켜진 상태로 운행하고 있었다.


인도에는 우산을 쓰거나 점퍼 후드를 뒤집어쓴 행인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교복치마를 입은 한 여학생은 그새 쌓여 얼어버린 빙판에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했다.

건대입구역 직원들은 역 주변에 모래를 뿌려 미끄럼 사고를 방지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역 관계자는 "좀 더 눈 와서 얼면 염화칼슘을 뿌릴텐데 지금은 모래로 먼저 1차 방지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로 상황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배달음식점들은 폭설로 울상을 지었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M도시락 업주는 "원래 10분이면 배달 가능한 거리도 눈 때문에 30분 이상 걸려 한번 나간 배달원이 함흥차사"라며 걱정했다. 광진구 자양동의 중화요리점은 "눈이 많이 내려 최소한 40분은 기다려야 배달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송파구 오금동의 한 칼국수집은 배달원 보호를 위해 주문을 받지 않았다. 음식점 배달원 방모씨(20)는 "지금 배달 나가면 너무 위험하고 오토바이 운전도 쉽지 않다"며 눈 내리는 하늘만 연신 쳐다봤다.


급하게 환자를 수송해야하는 119 구급대 역시 폭설에 발이 묶이긴 매한가지. 송파구 가락동에서 정차중인 구급대원 김모씨(26)는 "빨리 환자를 데리러 가야하는데 평소보다 훨씬 속도가 지연돼 시속 20km 이상 내질 못하고 있다"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지하철 인파가 특별히 붐비지는 않았다. 심재윤 오금역 부역장(55)은 "원래 오후 시간대는 어르신들이 다니는 시간인데 눈길이 미끄러워 지하철역까지 오지도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 역시 폭설에 발이 묶였다. 5일 오후 3시 40분쯤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본관 앞에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유세차가 서있었다. 눈을 피해 학생회관 난간 밑에서 유세차를 구경하던 한 학생은 "지금 시립대 들렀다가 한양대 오는 걸로 들었는데 눈 때문에 차가 밀려 늦는다고 들었다"며 손에 입김을 불어넣었다.

잠실 롯데월드 역시 폭설로 인해 손님이 급감했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평소 수요일 손님에 비해 오늘은 2000명 이상 손님이 줄어들었다"면서 "실내 5종만 가동하고 야외 놀이기구는 전부 운행을 중지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대학생 김모씨(22)는 "기말고사 끝나고 여자친구와 함께 놀러왔는데 매직아일랜드 이용이 불가능해 일찍 나온다"며 집으로 향했다.

경찰은 오늘 밤을 폭설 고비로 보고 있다. 서울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눈이 내린 뒤 접촉사고 2건이 들어왔지만 평상시보다 많은 것은 아니다"면서도 "오후 내내 내린 눈이 얼어붙는 오늘밤과 내일 새벽이 되면 사고 위험이 상당히 높아지니 운전자들이 조심스럽게 운전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