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뭉클!" 471번 버스 타보셨어요?

"어서오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징글벨~ 징글벨~' 캐롤이 울려 퍼졌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주렁주렁 달린 츄리(크리스마스 트리에 다는 장식품)가 환상적으로 눈앞에 펼쳐졌다. 동화나라에 온 것처럼 갖가지 인형이 앉아있었다. 어디라고? 놀이 공원이 아니라 서울의 시내버스.

서울 은평구에서 종로를 거쳐 강남까지 운행하는 471번 간선버스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버스 안을 완벽하게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꾸몄다. 무뚝뚝하게 승차하는 승객들을 찾아 볼 수 없다. 승차와 동시에 '와~~' '안녕하세요~~' 함성이 터져 나왔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운 좋게 마주친 성탄 버스에 함박 웃음을 지었다.

471버스 운전기사 권기영씨(48)는 산타 옷을 입고 손님을 맞이했다. 권씨는 "승객들이 하나같이 웃으면서 타는 일이 얼마나 기분 좋은지 모른다"며 "일을 하면서도 일하는 것 같지 않고 마음이 푸근하고 유쾌하다"고 말했다.

한국BRT버스는 2005년부터 12월이 되면 회사 차원에서 노선버스 9대를 크리스마스 컨셉으로 꾸며 운행을 시작했다. 고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으로 현재는 16대로 크리스마스 버스가 늘었다. 하루 운행이 끝난 뒤 직원 및 버스기사, 가족들까지 총 동원돼 정성들여 꾸민 버스다.


권씨는 "버스는 동료기사 1명과 교대로 운전하는데, 쉬는 날에도 나와 꼬박 사흘 정도 걸려 꾸민 버스"라며 "하나하나 양면테이프를 뜯어서 꼼꼼히 붙이느라 손끝이 까져 아릴 정도"라고 말했다.

8년간 '버스 데코'를 해오다보니 데코 실력도 해마다 향상되고 있다는 게 권씨의 설명. 특히 올해는 개그콘서트에서 사랑받는 '브라우니'가 승객들에게 줄 사탕바구니를 지키고 서서 맞이한다.

원래 브라우니는 개그콘서트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전인 5년 전부터 버스 뒷편에 장식됐다. 올해는 브라우니 인기에 덩달아 전면에 배치됐다. 형형색색 장식물들도 직접 골랐다. 친척들과 이웃들 인형도 모아서 버스 이곳저곳에 매달고 앉혀뒀다.

시민들은 모두 "뭉클하다"는 반응이다.

어머니 문병을 가기 위해 471번 버스를 탄 주부 문해리씨(41)는 "그냥 앞만 보고 살아오다 오랜만에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것 같다"며 "너무 좋다"고 감탄을 연발했다.

문씨는 "아이들이 고학년에 올라가고는 크리스마스 츄리를 만들지 않았는데 정성껏 하나하나 제작하던 시절이 떠올라 너무 그립다"며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일인지 알기 때문에 기사 아저씨의 정성에 마음이 찡하다"고 감동했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거래처 상담을 가던 조안나씨(33)는 타는 순간 감탄사를 연발했다. 카메라로 버스 이곳 저곳을 열심히 찍었다.

조씨는 "버스를 타자마자 아저씨가 산타 옷을 입고 있고 츄리가 번쩍거리고 있으니 파티 분위기처럼 들뜬다"며 "기분이 너무 좋다"고 밝혔다.

버스에는 '새해 소원'을 쓰는 코너도 마련 돼 있다.

제품 디자인 일을 하는 박성기씨(37)는 "머리털 나고 이런 버스는 처음"이라며 "어른인 나도 기분이 이렇게 좋은데 아이들은 '환장'하겠다"며 큰 웃음을 지었다.

박씨는 이날 동승한 직장동료 임유림씨(26)의 결혼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성탄 버스'에 남기기도 했다.

성탄버스는 해마다 12월 1일부터 다음 해 1월 말까지 두 달간 운행된다. '성탄버스를 타고 싶다'는 학생들과 연인들의 문의가 주된 업무가 될 정도.

한국BRT측은 교통상황정보(BMS)를 통해 성탄 버스 차량위치정보를 파악해 알려준다. 또 한국BRT고객만족실(080-404-8241)에 전화를 걸면 가까운 버스정류장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운행정보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