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대단한데, 왜 우린 살기 힘들까

우리나라는 지난해 세계에서 7번째로 '20-50'클럽에 가입했다. '20-50'클럽이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면서 인구가 5000만 명에 달하는 국가를 말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선진국을 제외하고 '20-50'클럽에 가입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50여 년의 짧은 경제 개발 역사를 감안하면 이 같은 성과를 기적이라 부른다 해도 과장이 아니다.

이처럼 국가 경제는 크게 성공했지만 현재 한국인의 삶의 질은 최악의 수준이라 불려도 별 할 말이 없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은 한국인의 삶을 단적으로 설명해준다. 사람들이 현실에 크게 절망하면서 동시에 미래를 불안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악화된 소득격차 때문이다. 한국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5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세계 최고 수준의 소득 불평등 국가가 됐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보도된 주요 기사 제목들을 살펴보자. '전체 가구소득의 절반은 상위 20%가 벌었다', '상·하위 20%간 소득격차 7배 육박', '임금 근로자의 37.6%는 연간 소득 1200만원 미만', '고용률 59.1%, 비경제활동인구 30.1%', '우리나라 인구 6명 중 1명은 빈곤층', '전국가구 44%는 2012년 한 해 3000만원도 못 벌었다' 등등. 이렇다보니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책 <성공한 국가 불행한 국민>은 '열심히 살고 있는 내가 왜 불행하고 가난한지 이해할 수 없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살펴봐야 할 한국 경제의 어두운 이면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책은 현실과 동떨어진 무력화된 '평균의 함정'을 가진 통계지표를 기준으로 한 정부의 경제정책이 소수 특권계층에만 집중됐고, 이로 인해 다수 국민이 소외되기에 이르렀다고 지적한다. 외형적 경제지표와 다수 국민의 경제적 삶이 따로 놀고, 오히려 다수 국민의 경제적 현실을 외면하기까지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있다는 것이다.

과거 유명 애널리스트였고 현재 투자자문 회사의 경영자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김승식은 경제정책이 국민의 행복을 지향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대안도 책에서 함께 제시하고 있다.

우선 전형적인 후진국 경제 정책인 고환율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고환율 정책은 이미 경쟁력을 갖춘 수출중심의 대기업에게 소득을 강제로 이전시키는 역할을 하며,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유가와 민생물가를 악화시켜 내수를 침체시킨다는 설명이다. 또 재벌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불공정거래를 없애야 한다고도 했다.

특히 정부의 기능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목이 눈에 띈다. 대기업이 주로 혜택을 받는 경제성장 중심의 재정 지출 대신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사회복지 분야의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제적 강자인 대기업을 지원하는 일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인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이 전 세계 꼴찌인 현상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복지국가면서 무역비중이 높은 국가들의 사례를 참조, 사회 서비스와 공무원의 일자리를 늘려 자영업으로 전락하는 계층을 흡수해야 한다는 주장은 경제정책 입안자들이 한번 고려해 볼만한 사안이다.

◇성공한 국가 불행한 국민(김승식 지음. 끌리는책. 332쪽.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