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나면… 은행에 맡긴 돈 어쩌지?"

↑ (서울=뉴스1) 김보영 = 지난 2월 국방부가 공개한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순항미사일. 사진은 사거리 1천500km의 함대지 순항미사일의 발사모습. (국방부 제공) 2013.2.14/뉴스1

만의 하나 전쟁이 나면 은행에 맡긴 내 돈은 안전할까. 꼬박꼬박 부어온 내 보험계약은 문제없을까.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만약의 사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은 이중 삼중의 전산망 백업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전쟁이 발발한다 해도 국토의 대부분이 파괴되지 않는 한 큰 문제는 없을 전망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각 금융회사들은 전쟁 등 유사시에 대비한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과 행동지침을 마련해놓고 있다.

먼저 시중은행들은 전면전 등 특정 상황에 맞춰 인력운용과 전산망 보호, 사업장 관리 등 분야별로 대응방안을 운영한다. 가령 은행 본점이 폭격을 당하면 다른 곳에서 업무를 보도록 예비 사업장이 준비돼있다.

핵심은 전산망이다. 금융거래 정보가 고스란히 담긴 전산망이 파괴되면 금융회사의 업무는 마비된다. 만일 전쟁이 일어나면 사이버 테러가 아닌 물리적 충격으로 전산망이 망가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전산망을 백업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전국의 지점에 흩어놓고 있다. 각각 멀리 떨어진 복수의 지점에 데이터베이스센터를 두고 있는 방식이다. 구체적인 위치와 숫자는 기밀이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간 거액거래 결제 시스템 역시 모 도시에 백업 센터가 있다.

보험사의 경우 업무연속성계획(BCP)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BCP란 테러나 전쟁, 지진 등 갑작스런 재해로 회사 업무가 마비됐을 상황에 대비해 업무 복구체계 절차를 문서화한 것이다.

전쟁이 터지면 바로 운영할 수 있는 대체 사업장도 미리 정해져 있다. 주로 수도권 근처다. 서울이 타격을 받으면 여기서 업무를 본다. 위기상황이 생기면 임직원들이 대체 사업장으로 이동해 업무를 복구하는 모의훈련도 실시한다.

데이터 백업센터도 은행과 마찬가지로 지방에 따로 있다. 비상훈련도 정기적으로 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예컨대 핵심 업무를 하는 팀의 경우 팀원 전원이 사망할 상황을 가정하고 단 한명이라도 주요 자료를 가지고 대피해 살아남도록 하는 연습도 한다"고 소개했다.

다만 대형 보험사가 아닌 중소형 보험사 중 일부는 전산 백업 시스템은 갖춰져 있지만 별도의 비상계획이나 정기 훈련 등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은 기본 중앙회 전산시스템과 별도로 수도권에 백업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 등 자체 전산망을 쓰고 있는 일부 저축은행도 실시간 백업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물론 각 지역에 산개한 금융회사의 백업시스템까지 파괴되면 마땅한 답이 없다. 그러나 이런 가정은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면전으로 국토의 대부분이 폐허가 됐다면 금융회사의 전산이 문제가 아니라 국민 상당수의 생명 자체가 위협받는 경우"라며 "유사시에 대비해 각 금융회사가 비상계획을 차질 없이 준비하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