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女 거짓진술, '성추행범' 누명 옥살이 후…

우모씨(58)는 2010년 8월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술에 취해 집 앞에 쓰려져 있던 18살 A양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A양은 경찰 등에서 "술에 취한 뒤 잠에서 깨 보니 우씨의 집이었고 그가 강제로 입을 맞춰 도망쳤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우씨는 곧바로 구속 기소돼 2011년 3월 1심에서 징역8월에 정보공개 5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심은 우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양의 오락가락한 진술을 근거로 A양이 술에 취해 집을 잘못 찾아가 벌어진 일로 판단했다. 실제로 A양 집과 우씨 집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불과 7m 가량 떨어져 있었고 집안 구조도 유사했다.

대법원은 2심의 무죄판결을 확정했다.

우씨처럼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한 경우 보상은 어떻게 받을 수 있을까.


형사보상법에 따르면 피고인이 구금된 상태에서 일반 형사재판이나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을 경우 판결 확정일부터 5년 이내에 법원에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법원은 구금 기간 동안 입은 재산상 손해, 정신적 고통 등을 고려해 보상금을 결정한다.

대전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성지용)는 최근 내린 판결에서 "국가는 우씨에게 형사보상금으로 26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구치소에 구금된 203일 동안의 정신적·신체적 고통 등을 감안, 하루 13만원의 보상금을 책정한 것이다.

◇부부싸움 살인범, 억울한 옥살이=김모씨(38·여)는 2006년 10월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부엌칼로 남편을 찔러 살해한 혐의였다.

2001년 일본으로 간 김씨는 비디오 배달을 하던 남편을 만나 동거를 시작했다. 몇 차례 이별의 위기 속에서 사랑을 키운 이들은 2006년 한국으로 돌아와 정식으로 부부가 됐지만 돈 문제로 다툼이 잦아졌다.

결국 김씨는 욕설을 하면서 주먹을 휘두른 행동을 참지 못해 부엌칼을 빼들었다. 만취상태에서 찔러보란 듯한 태도를 보이던 남편은 김씨가 든 칼에 왼쪽 가슴을 찔려 그 자리에서 숨졌다.

1심은 김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살해의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씨가 흥분상태에서 칼을 든 건 맞지만 다툼 과정에서 남편의 몸에 칼이 찔린 것으로 판단한 것. 2심은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 역시 검사의 상고를 기각, 무죄가 확정됐다.

대구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임종헌)는 2009년 김씨가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 298일 간 구금된 기간 동안 하루에 5만원을 보상금으로 책정, 149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동업하다 다단계 사기범 누명=건강식품 판매업체 S사의 대표이사인 김모씨(42·여)씨는 특판사업소를 운영하는 최모씨(58)와 사업을 벌이다 다단계 사기범이라는 누명을 썼다.

김씨가 최씨 등과 짜고 불법 다단계 판매조직을 만들어 투자금 19억여원을 가로챘다는 것이다. 검찰은 투자금이 모두 김씨 명의의 계좌에 입금된 정황과 사업자등록을 김씨 명의로 한 점 등을 증거로 들이밀었다.

1심 재판부는 범행을 주도한 최씨와 공모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검찰의 주장을 인정해 2009년 12월 김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판결에 불복한 김씨는 항소심에서 다단계판매 사기꾼인 최씨에게 이용당했을 뿐 범행을 공모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2심 재판부는 S사가 17년간 농산물 가공품을 만들어 대기업에 납품하면서 2006년부터 80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올린 탄탄한 업체라는 점을 눈여겨봤다. 김씨가 투자자 돈을 가로챌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특히 특판사업소의 직원 채용과 급여지급, 판매처 확보 등 관리 및 운영을 김씨의 결제 없이 모두 최씨가 도맡아 한 점을 수상히 여겼고 결국 모든 범행은 최씨 주도로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다.

2심인 광주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대웅)는 94일간 구금돼 있던 기간 동안 입었던 손해에 대해 형사보상금으로 12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