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PD 김종학 재산 수백억대? 숨겨진 진실은…

머니투데이

김성호 기자
김건우 기자

지난 2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한 고시텔에서 김종학 PD(62)가 숨진 채 발견됐다. 하루 숙박료 1만5000원의 3평 남짓한 방. 수많은 히트작을 연출한 김 PD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장소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초라했다.

자연스레 사람들의 관심은 김 PD의 재산에 쏠렸다. 드라마계 거장답게 적잖은 부를 축적해 놓았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인생 마지막에 출연료 미지급, 횡령·배임 혐의 등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 일각에선 김 PD의 무리한 프로젝트 진행이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이있지만 그를 둘러싼 '머니게임'도 한몫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드라마계 성공신화 1세대..증시입성 발목?=김 PD는 드라마계 성공신화를 쓴 1세대 인물로 꼽힌다. 1995년 드라마 '모래시계'로 대박을 낸 김 PD는 외주제작사를 차려 스타 PD이자 CEO(최고경영자)로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후속 작품들이 잇따라 흥행하며, 성공가도를 달리던 중 2007년 증시에 입성해 제2 도약을 꿈꿨다.

김 PD가 설립한 '김종학프로덕션'은 당초 직접 상장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꾸준히 실적 성장을 이룬 탓에 직접 상장도 무리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2005년 매출액 155억원, 영업이익 20억원, 2006년 매출액 287억원, 영업이익 25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김종학프로덕션은 2007년 6월 22일 퓨어나노텍을 136억원에 인수하며 우회상장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직접상장의 경우 상장요건을 갖췄더라도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회상장으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두 회사가 합병해 김종학프로덕션의 최대주주인 김 PD가 퓨어나노텍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당시 자금여력이 없던 김종학프로덕션은 퓨어나노텍 인수 직전, 유티씨기업구조조정7호조합(이하 유티씨구조조정)을 대상으로 270억원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고, 곧바로 5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추가로 발행했다.

이 과정에서 '김종학프로덕션'과 유티씨기업구조조정간의 계약이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나 궁금증을 자아낸다. 통상 CB는 발행 1년 후부터 전환청구가 가능하지만 유티씨구조조정은 발행 다음날 이를 전환 할 수 있도록 했다. 유티씨구조조정은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창업투자사 유티씨인베스트먼트가 업무집행조합원이다. 반면 김 PD와 아내인 장현선씨의 지분 253만여주는 2년간 보호 예수에 묶였다. 보통 합병 뒤 최대주주의 지분이 1년간 보호 예수되는 점을 생각할 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기관 입장에선 수익을 생각해야 하는 만큼 조건을 유리하게 가져가려는 것이 당연하다"며 "당시, 김 PD가 인수자금 확보를 위해 유티씨구조조정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재주는 '김 PD' 돈은 '창투사'?=김 PD의 증시 입성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인수 당시 주당 2000원대였던 퓨어나노텍 주가는 '김종학프로덕션'과 합병이 종료된후 급등하기 시작했다. 실제 2007년 9월 퓨어나노텍 주가는 1만2400원까지 오르며 인수당시 6배가량 급등했다.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사이, 유티씨구조조정은 보유 주식 매도와 사채전환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실제 유티씨구조조정은 합병을 통해 취득한 보통주 208만여주를 2배수준에 달하는 4524원에 장내매도 했다.

11월에는 CB 전환을 통해 보유한 244만여주도 약 4200원에 전량 처분했다. 유티씨구조조정이 보유한 CB와 워런트의 발행가는 4500원이었지만 합병을 통해 2547원으로 낮아져 역시 CB 행사를 통해 적잖은 차익을 얻었다. 결국 투자 5개월만에 70% 달하는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이후 김종학프로덕션이 드라마 '태왕사신기' 실패로 자금난을 겪자 유티씨구조조정은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해 투자금을 모두 회수했다.

결국 김 PD는 보호예수 기간이 끝난 2009년 7월 유티씨앤컴퍼니에 자신이 보유한 주식 26만여주를 주당 1만3296원(감자 전 1329원, 총 34억원에 장외매각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김종학프로덕션에 대한 대여금 26억원을 갚는데 사용했다. 결국 김 PD는 증시입성 2년 동안 빚과 함께 엔터주 버블의 대표라는 오명만 안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고 김 PD가 자본시장 논리에 대해 잘 몰랐던 것 같다"며 "상장사 인수를 위해 창투사의 무리한 주장을 모두 받아들인 게 독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