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도 소비자도 "무조건 부품교체"···누이좋고 매부좋고

#올해 초, 현대 소나타를 모는 송 모 씨는 외제 수입차인 BMW와 추돌하는 사고를 냈다. 신호를 잘못 본 송 씨의 과실이었다. 피해정도는 미미했다. 소나타는 앞부분 번호판이 긁혔고, BMW는 앞바퀴 옆 부분에 상처가 났다.(사진 참고)

당시 해당 보험사에서 보상처리를 위해 촬영한 BMW사고 부위./사진제공=보험업계

BMW 운전자는 "딜러사에서 모두 바꿔야한다고 했다"며 전체 교환을 원했다. 앞 문짝을 모두 갈겠다는 거였다. 부품 값과 공임비를 더해 1000만 원 가량의 수리비가 나왔고, 부품이 오는데 10일이 걸리면서 400여만 원의 렌트비가 더해졌다. 자신의 소나타는 수리 없이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던 송 씨는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BMW 역시 판금과 도장 정도로도 문제가 없어 보여서다.


만일 BMW가 교체수리가 아닌 복원수리를 했다면 수리 기간은 2~3일, 수리비용은 절반 정도로 낮아졌을 것이다. 수리기간이 짧으니 렌트비용도 100만 원 선에서 해결됐을 터였다.

이처럼 대부분 수입차 운전자들은 교통사고 피해자가 되면 부품 교체부터 하고 보는 경우가 많다. 정비공장으로서는 '부품 값' 마진이 높아 교체가 이득이고 소비자도 새 부품을 얻을 수 있어 서로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소비자들은 '이참에 새것으로 바꾸자'는 인식이 강하다"며 "정비공장에서도 복원수리보다는 교체를 권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수입차의 높은 수리비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27일 보험개발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2012회계연도 기준 보험사들이 수입차 수리를 위해 자동차보험에서 지급한 부품비는 건당 233만원으로 국산 54만원의 4.3배에 달했다. 도장과 공임도 수입차가 훨씬 비쌌다. 도장은 건당 84만7000원, 공임은 건당 54만5000원이었는데, 이 역시 국산의 도장비(38만9000원)와 공임비(30만원) 보다 각각 2.2배와 1.8배 높은 수치다.

국내 수입차 수리비가 비싼 데 대해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불투명한 부품 유통구조를 원인으로 꼽는다. 국내 수입차 부품 시장은 직영 딜러가 독점하고 있어 부품 수입원가 등 관련 정보를 소비자가 알기 어렵다. 유통단계도 해외본사에서 국내 메인딜러, 서브딜러 정비공장 등 2~3단계를 거쳐야 한다.


반면 국산차의 경우 부품가격이 대체로 공개돼 있다. 소유자가 많아 웬만한 부품의 가격을 서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정비업체가 무작정 높은 마진을 책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국내법인(메인딜러)과 서브딜러 등 두 단계로 부품 이윤이 형성되면서 부품가격이 올라가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요즘은 법인에서 부품 마진을 정해 딜러들에게 요구한다는 얘기도 있다"며 "딜러권을 따려면 대도시에 정비공장이 있어야 하는 등 각종 비용이 반영되면서 해마다 수리비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장 상식적인 해결방안은 수입차 부품비와 공임비 등의 단가를 낮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보험업계는 소비자에 부품정보를 공개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작업내용과 부품, 공임으로만 구분돼 있는 명세서에 수리 항목별 시간당 공임과 작업시간, 부품제조회사와 일련번호 등 세부 부품정보를 추가하는 방안이다.

데이터가 쌓이면 같은 차종의 같은 수리에 드는 평균적인 비용을 추정할 수 있어 가격 거품도 거둬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는 자동차관리법을 일부 개정해 내년 1월부터 인터넷에 최소단위(포장단위)로 부품별 가격정보를 제공키로 했다. 국회에서도 민병두 민주당 의원이 이른바 '외제차 수리비 폭리 근절법'을 발의하는 등 대책마련이 한창이다.

민 의원의 법안은 수리비 세부내역 공개와 함께 대체부품(비(非)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 부품) 활성화 방안을 담고 있다. 부품사의 민간품질 인증기관을 설립해 소비자가 믿고 쓸 수 있는 대체부품을 허용해주자는 것이다.

미국 역시 1980년대 중반부터 대체부품을 허용하고 있는데, 순정부품을 사용할 때의 보험금 청구가격이 대체부품에 비해 1.6배 비싼 것으로 집계됐다. 대체부품 사용이 허용되지 않았더라면 소비자의 보험료가 26달러씩 상승했을 것이란 게 미국 손해보험협회의 추정이다.

민 의원실 관계자는 "대체부품 사용은 (소비자의)보험료 인하와 (보험사의) 손해율 하락, 수입차 소유자의 가격할인 효과가 있다"며 "아울러 부품업계의 갑을관계를 약화시켜 부품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