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코닝 직원들의 ‘고민’..'코닝이냐 vs 삼성이냐'

“내가 힘들게 입사한 곳은 ‘삼성’인데 계속 남아있을 수는 없나요?”

최근 삼성코닝정밀소재 한 직원은 노동·법조계 전문가들에게 이런 내용을 문의했다. 미국 코닝사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달 23일 삼성코닝정밀소재 주식양도 계약을 함에 따라 삼성그룹 산하의 이 회사가 내년 1월 1일부터 코닝으로 편입되기 때문이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디스플레이가 미국 코닝 본사 지분 상당수를 보유한 대주주가 되지만, 삼성코닝정밀소재 직원들은 더 이상 삼성그룹 직원으로 활동할 수 없게 된다.

박원규 삼성코닝정밀소재 사장은 이번 계약 직후 직원들에게 “현재의 임금, 고용상황을 보장하겠다”며 다독였지만 직원들은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를 고려해 삼성코닝정밀소재는 현재 내부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삼성 계열사로의 이직희망자 신청을 접수받고 있다. 26개사 중 5곳을 신청하라는 공지를 한 상태. ‘삼성’ 울타리에서 계속 남아있고 싶은 직원들을 배려하기 위해서다.

15일 삼성코닝정밀소재 관계자는 “그룹 계열사로 이직을 희망하는 직원들의 신청서를 비공개로 접수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지원현황은 직원 내부 구성원끼리도 비밀이어서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 코닝 잔류 시 위로금 지급 가능성도=이번 조치는 그룹차원의 배려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삼성-코닝의 주식거래처럼 사업주만 바뀌고 모든 업무조건이 동등할 경우 현행 근로기준법상 직원 개인이 직장이동을 선택할 수 있다는 근거가 거의 없다.

김성훈 한국노총 근로상담실장은 “이번 일로 삼성코닝 직원으로부터 문의를 받았다”며 “사업주만 삼성에서 코닝으로 바뀌는 것이지 업무형태나, 기존 직원 지위가 그대로 승계되기 때문에 개인 임의대로 소속변경을 결정할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김 실장은 “예컨대 코닝정밀소재 한 사업부가 다른 회사로 이동하거나, 일부 직원들만 빼서 고용형태가 변할 경우 대응할 수 있지만, 이렇게 사업주가 바뀌고 고용이 보장되는 경우는 법해석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코닝정밀소재 임직원은 약 4000명인데 이 가운데 몇 명이 남고, 몇 명이 이직을 희망하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회사 안팎에선 코닝에 잔류할 경우 일부 위로금이 지급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다만 이직을 희망한 직원이 삼성그룹 계열사로 이동할 경우 별도의 전별금은 지급되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기존에 박 사장이 약속한 고용유지(연봉, 직위 등) 문제도 코닝을 떠날 경우 완전히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삼성코닝 한 관계자는 “예컨대 삼성전자로 이동한다면 그 곳의 연봉 및 상여테이블에 맞춰지는 게 어찌보면 당연하다”며 “현재 삼성코닝에서의 직위와 임금이 완벽히 보장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 삼성 “이직 신청자 파악 쉽지 않다”=삼성그룹 차원에선 이번 이직희망자 신청여부에 대해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일단 문제자체가 개별직원의 사생활과 고용에 관련된 민감한 문제여서 이직희망자 접수문제조차 알리기 난감하다는 설명이다.

삼성 관계자는 “그동안 코닝사와의 협력관계도 있고, 코닝사 자체도 소재분야 세계 최대기업여서 (이직희망자 접수문제를) 드러내놓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직원 개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섣불리 접근할 수 없다. 이직 희망자가 어느 계열사로 옮길지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삼성 측은 여력이 되는 한 삼성코닝 직원들의 이직신청을 받아들일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직 희망접수로 직원 대규모 이탈이 발생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내년까지 한 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삼성코닝 직원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양사가 어떤 후속 조치를 취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