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벌집삼겹살' 年100억 대박? "한강다리까지 갔었다"

"주유소 가서 1등급 기름 넣으며 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나와 주변 사람들 돌아볼 정도의 여유 가질 정도로만 벌어도 솔직히 괜찮아요 전. 빨간딱지 두 번 붙여보고 한강다리 한 번 올라갔다 오니까 마음이 절로 이렇게 변하던데요."

지난 10년은 말 그대로 파란만장했다. 5년 간의 무명생활을 벗고 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러다 어느 날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어 계급장 같던 스타 이름표를 스스로 떼어냈다. 야심차게 뛰어든 사업은 하는 족족 망했고 믿었던 사람에게 돈도 떼였다. 죽을 작정까지 하고 한강다리로 갔다. 난간 위에서 부들부들 떨리던 두 다리를 땅 위로 잡아끌어 준 것은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이 아닌 사람이었다. 우리에게 '갈갈이 삼형제'의 '느끼남'으로 익숙한 코미디언 이승환씨(주식회사 벌집 대표·사진)얘기다.


개그맨 생활을 접었지만 이 대표는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연매출 100억원 규모의 요식업 프랜차이즈업체 대표 업무를 해내기도 만만치 않은 일정 속에서 형편이 넉넉지 않은 가정의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을 무던히도 하고 있다. 어느덧 10년째다.

"일 년에 두 번, 각각 일주일씩 시간을 내서 우리보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나가요. 주로 베트남, 라오스, 필리핀 등이죠. 삼겹살집 대표하고 있는 제가 거기 가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겠어요? 당연히 요리죠. 6년째 다문화가족과 함께하는 외가 방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데 작년에는 필리핀을 갔습니다. 닭 200마리를 튀겨서 300명에게 식사대접을 해주고 왔어요. 영어가 짧아서 바디랭귀지로 했는데 마음이 통해서 그런지 의사소통이 잘 되서 음식도 맛있더라고요. 정성껏 해준 요리 맛있게 먹는 모습 볼 때가 가장 흐믓해요."

이 대표는 대한적십자사를 포함해 외교통상부, 장애우 및 외국인노동자 관련 단체 등에서 홍보대사로 수년째 활동하고 있다. 그가 운용하는 삼겹살 프랜차이즈사업도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아직 나아갈 길이 더 많은 상황임을 아는 주변사람들은 "돈 안 되는 일에 그만 신경쓰고 사업에 더 신경을 쓰라"는 조언을 종종 던진다고 한다. 하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 그의 신조는 확실하다.

"사기도 많이 당했습니다. 처음에는 저에게 사기 친 사람을 마구 욕하다가 어느 순간 이게 아니다 싶었어요. 그 사람을 믿은 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어떤 과분한 욕심을 바라고 그를 믿은 나 스스로부터 반성하자라는 생각이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왔습니다. 그러고 나니까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저를 지켜주고 있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보이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어요. 나를 힘들게 했던 건 사람이지만 수렁에서 건져 준 것도 사람이구나라고요. 사람살이가 수학공식같이 딱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고요."


실제 힘이 들 때 의지가 되고 위로를 해 준 이들은 그가 작게나마 도움을 준 '사람들'이었다. 한 번은 집이 없어 비닐하우스에서 부모님과 살고 있는 8살짜리 아이를 찾았던 적이 있었다. 당시 그 꼬마의 책상위에 붙여진 메모는 사업을 관둘까말까를 고민하던 그의 가슴을 쿵쿵 내리쳤다. '꿈은 실패했을 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포기했을 때 끝나는 것이다'.

"8살짜리 꼬마가 책상위에 붙여 놓은 글을 보고 나니까 제 자신이 한심하기 이루 말할 데가 없더라고요. 그날 이후로 반성 많이 했습니다.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 외식사업 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그럴 때 솔직히 이걸 꼭 해야 하나 싶은 마음도 생기지만 그 때 충격을 곱씹어 보면서 꾹꾹 마음을 다잡아요."

이 대표에게 재(財)테크를 하느냐고 묻자 '인(人)테크'를 얘기한다. 그는 돈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죽기 전까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런 얘기는 이미 책으로도 소개된 적이 있다. "발가벗고 대로 한복판에 서 있는 느낌으로 썼다"는 첫 번째 저작 '사람부자 만들기'(순정아이북스)는 사람과의 관계 맺기가 살아가는데 있어 주는 의미를 진솔하게 전하고 있다. 그의 솔직한 이야기가 주는 울림은 제법 컸다. 책이 출간된 후 관공서, 학교, 사기업, 종교단체 등에서 강의 요청이 쇄도했다. 올 들어서만 100번 이상 강의를 했다.

"저는 결코 스타강사는 아닙니다. 대신 희망강사로 불려지고 싶은 욕심은 있어요. 외식업체 대표이지만 대표로서 성공하는 방법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다가가는 방식을 얘기하니 공감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혼자가 아닌 주변사람들과 더불어 성공할 수 있는 지름길 같은 것을 함께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크죠."

나눔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그를 잠시 진정시키고 사업 얘기를 꺼냈다. 이 대표가 이끄는 삼겹살 전문 프랜차이즈 주식회사 벌집은 10년 새 매장 수 200개를 웃도는 규모로 성장했다.

"제 꿈은 10년 동안 한 달에 1000만 원씩 버는 것입니다. 물론 그 보다 더 번다면 마다하지는 않겠지만요.(하하) 그런데 큰 돈 벌겠다는 욕심은 솔직히 없습니다. 다만 지금 하는 일을 꾸준하게 10년 정도 더 했으면 좋겠고 그래서 제가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물론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은 최선을 다해 잘 꾸려가야죠. 싼 고기를 많이 파는 것보다는 좋은 고기를 조금 더 저렴하게 팔자는 사업 기조는 변함이 없습니다. 월급봉투가 가벼워진 사람들에게 '벌집에 가면 맛있는 고기를 행복하게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고 싶어요."

개그맨을 그만둔 것이 후회되지 않느냐고 묻자 "나는 지금도 개그맨"이라고 얘기한다. "개그맨을 그만둔 것이 아니고 잠시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매장에 나가서 손님들을 대하면 가맹점 사장님들이 너무 좋아하세요. 그러면 저는 이렇게 말해요. '고맙긴요. 전 우리 매장 전속 연예인이에요. 저 좀 잘 봐 주세요'라고요."

'당당한 부자'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자신에게 떳떳한 사람'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솔직히 부끄럽습니다. 나 자신을 위해서 남을 돕는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있거든요. 그런 면에서는 떳떳하지 못한 것이죠. 앞으로는 스스로에게 떳떳한 '당당한 부자'로 살고 싶습니다. 지금보다 돈도 더 많이 벌고 나눔도 더 많이 하면서요. 아, 그리고 한 가지 더요. 내년에는 회사 차원에서도 기부 활동을 확장시킬 계획입니다. 실적이 좀 고민스럽긴 하지만 10년을 내다 본 마케팅의 일환으로 생각하고 조금씩 힘을 함해서 기부를 해 나갈 생각이에요. 욕심이 너무 많은가요?(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