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휴대폰서 낯선女의 "사랑해" 문자 보고···

불륜을 소재로 한 SBS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 /사진='따뜻한 말 한마디' 스틸컷

# 직장인 김모씨(28·여)는 최근 아버지의 스마트폰으로 사용법을 알려드리다가 충격적인 문자메시지를 봤다. 낯선 여성이 보낸 메시지에 외설적인 표현들이 담겨있었던 것. 이후 몰래 살펴본 아버지의 스마트폰 메시지함에는 그 여성과 주고받은 "사랑한다"는 말은 물론 서로의 신체 일부를 찍은 사진까지 담겨있었다.

결국 김씨는 용기를 내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는 "얼마 전 동호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만난 학교 동창"이라며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이는 아니다"라고 했다. 김씨는 이 사실을 어머니에게 말해야 할 지 고민 중이다.


◇ 중장년층 '폐쇄형 SNS'로 집결

2000년 초반 전국적인 열풍이 불었던 '아이러브스쿨'과 같은 '동창찾기' 서비스가 최근에는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왔다. 옛 친구들과의 추억을 손쉽게 공유할 수 있는 폐쇄형 SNS 서비스가 중장년층 사이에 빠르게 퍼지면서 일부에서는 '불륜'의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네이버의 자회사 캠프모바일이 운영하는 폐쇄형 SNS 애플리케이션(앱) '밴드'는 당초 대학생들의 조별모임용으로 기획됐다. 하지만 '학교밴드'라는 동창찾기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40~50대 중장년층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기준 2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750만개 이상의 그룹이 운영되고 있다.


밴드에서는 출신학교 이름과 졸업연도만 있으면 간단하게 동창회를 찾을 수 있다. 이미 가입된 친구들을 한 눈에 보고 1대1 대화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카카오가 지난해 9월 선보인 카카오그룹도 4개월만에 1000만 다운로드, 540만개의 그룹이 만들어지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7월 '제2의 아이러브스쿨'을 표방하며 출시된 앱 '멤버' 역시 초중고 학교별 동창을 자동으로 인식해 초대해주는 기능에 힘입어 출시 한 달여 만에 5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 "배우자 외도 상담의 70%가 동창회 관련"

문제는 이 같은 폐쇄형 SNS를 통해 만들어진 동창회 커뮤니티가 일각에서는 '불륜의 온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손정혜 서울가정법원 화해권고위원(변호사)은 "SNS를 통해서든 아니든 배우자의 외도는 실제 이혼사유가 될 수 있다"며 "문자메시지로 사랑한다는 말을 반복해서 한 경우도 불륜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김숙기 나우미 가족문화연구원 원장은 "실제로 동창 관련 불륜 상담은 10년 넘게 외도 상담의 단골소재"라며 "아이러브스쿨 이후 실제 외도 상담건수의 60~70% 가량이 동창회와 관련한 상담"이라고 말했다.

낯선 사람들에 비해 동창들을 상대로 한 불륜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김 원장은 "40~50대 중년들이 처음부터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한 시도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나이가 들면서 풋풋했던 옛날 모습이나 옛날 감정에 대한 동경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또 "동창생들은 친구라는 이름으로 순수하게 만나다가 정서적으로 가까워지고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며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