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고스톱 유일한 낙이던 A씨…23일부터는?

#연휴 때마다 딱히 할 일이 없어 인터넷 고스톱을 즐기던 A씨는 이번 설을 앞두고 놀라운 소식을 접했다. 이번 설을 마지막으로 인터넷 고포류(고스톱·포커류) 게임 제재가 대폭 강화된다는 것. 한 게임에 사용할 수 있는 게임머니는 최대 3만원, 만약 10만원을 잃었을 경우에는 24시간 동안 접속이 차단된다.

#평소 인터넷 포커를 즐겨하는 B씨는 다음달부터 베팅할 수 있는 한도가 줄어든다는 소식에 고민에 빠졌다. 마음껏 베팅할 수 있는 해외사이트를 찾기도 했으나 이번 일을 계기로 인터넷 포커를 줄여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하 웹보드게임 규제안)'이 오는 2월 23일 시행된다. 이번 시행령은 2년 동안 적용해 본 뒤 규제개혁위원회에서 타당성을 평가해 제재 강화, 유지, 완화를 검토하게 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시행령을 통해 불법 환전상이 근절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불법 환전상 때문에 사실상 인터넷 도박으로 인식돼 온 온라인 고포류의 이미지를 탈바꿈 하고 건전한 웹보드 게임 개발이 활성화되길 기대하고 있다.

물론 그에 따른 부작용이 대두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업계에서는 △불법 환전상이 문제시되는 게임은 게임 개발업체가 정식으로 서비스하는 게임보다는 불법 PC방에서 성행하는 불법 고포류 게임을 주로 사용한다는 점 △국내 게임업체가 서비스하는 고포류를 막으면 결국 이용자들은 해외의 무제한 고포류게임을 이용할 것이라는 점 등을 들어 반발하고 있다.


게임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5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웹보드게임 매출이 절반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번 규제안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는 네오위즈게임즈와 NHN엔터테인먼트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매출의 약 40% 정도를 웹보드게임에서 올렸으며 네오위즈게임즈는 웹보드게임 비중이 2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CJ E&M 넷마블은 지난해 모바일게임 매출 증가로 웹보드게임 비중이 10% 이하로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30%에서 최대 80%까지 매출이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우려는 주가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네이버와 분할 후 10만원대를 유지하던 NHN엔터테인먼트 주가는 지난 29일 한때 7만6000원대에 진입했다. 분할 후 최저가를 갱신한 것이다.

반면, 증권가에서는 NHN엔터테인먼트의 주가 하락이 투자자들의 우려심리가 과도하게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황승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올해 매출 예상에서 웹보드게임 부분 매출을 아예 제외하더라도 주가 7만원대가 적정선이다"며 "규제 여파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경우에는 오히려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 업체에서는 줄어드는 웹보드게임 매출을 대체하기 위해 분주하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부터 모바일게임에 주력해 '우파루마운틴', '피쉬아일랜드' 등을 상위권에 올려놓았다. '에오스', '아스타' 등 PC온라인 게임을 출시해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CJ E&M 넷마블도 연달아 모바일게임 히트작을 발표하며 지난해, 2012년 대비 2배가 넘는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운영비 대비 효율이 좋은 웹보드게임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대체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웹보드게임 규제로 인해 감소하는 매출을 대체하기 위한 준비는 각 업체가 어느 정도 한 상황이지만 영업이익률 면에서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며 "웹보드게임은 워낙 영업이익률이 높은 분야라 이를 대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