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멈추세요" 버스승객들 '악몽의 3분'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19일 오후 11시45분께 서울 송파구 방이동 송파구청 사거리 인근에서 달리던 시내버스가 신호를 기다리며 멈춰서있던 다른 시내버스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버스기사와 승객 등 2명이 숨지고 11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20일 오전 사고를 당한 버스 2대가 수습되지 못한 채 현장에 남겨져 있다. 2014.3.20/사진=뉴스1

지난 19일 밤 11시40분쯤 강동공영차고지와 마천동 사이를 오가는 3318번 버스는 승객 3명을 태우고 석촌역에서 잠실역 방향으로 운행하고 있었다. 이날 막차버스였다.

버스가 석촌호수사거리를 앞두고 전용 중앙차로로 들어서 우측 정류장에 한 차례 정차할 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이상은 없어보였다.

다시 운행을 시작한 버스는 갑자기 50m 전방 송파대로 LG디지털프라자 앞 차로에 대기 중이던 택시 3대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3중 연쇄추돌 사고였다.

놀란 승객들은 버스가 멈추길 기대했지만 버스운전기사(59)는 승객을 태운 버스를 그대로 몰았다. 버스는 신호위반까지 하며 잠실역 방향으로 500m 직진한 다음 잠실사거리에서 송파구청 쪽으로 우회전했다.

↑ 사고차량 옆차선에 서있던 차량 블랙박스에 담긴 화면. 이 2차 사고 후 버스는 3분간의 질주를 멈췄다.(추돌장면은 50초이후) /영상제공=송파경찰서

"아저씨, 멈추세요." 승객들이 다급하게 버스운전기사를 채근했지만 버스는 정상속도로 운행을 계속했다. 당시 전방 신호등은 '빨간불'.

버스는 본래 잠실교차로에서 직진해 우회전한 다음 잠실나루역으로 가야 하는 노선이었지만 운전기사는 "어, 어" 하면서도 운행을 멈추지 않고 한 블록 더 가서 우회전을 강행했다.

잠실사거리에서 우회전해 500m를 더 간 버스는 5차로에 신호 대기 중이던 승용차 3대와 택시 3대의 좌측 측면을 스치고 지나갔다. 직후 4차로에 대기하고 있던 30-1번 버스 뒤편을 부딪친 후에야 멈췄다.

공포에 질린 3318번 버스 승객 강모군(17)은 버스가 멈추자마자 유리창을 깨고 탈출했다. 강군은 경상을 입었다.

2차 사고가 발생한 시각은 1차사고 이후 3분 만인 밤 11시46분. 사고 직후 버스가 멈추지 않고 이동한 거리는 1190m였다. 사고 직전인 11시42분부터 버스에 장착된 GPS는 꺼진 상태였다.

아찔했던 3분여간 버스 운행으로 운전자 염모씨와 30-1번 버스 맨 뒤에 타고 있던 이모군(19)이 사망했다. 양측 버스와 피해 택시, 승용차에 타고 있던 승객 17명은 중경상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