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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가 할퀴고 간 동대문 상가, 넋나간 상인들만 우두커니…

신발도매상가 B동 화재… 경찰, 전기합선 원인 추정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김유진 기자 |입력 : 2014.03.27 15:03|조회 : 16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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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9시쯤 서울 종로구 창신동 동대문 신발도매상가. 새벽 사이 화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 선명하다. /사진=김유진 기자
27일 오전 9시쯤 서울 종로구 창신동 동대문 신발도매상가. 새벽 사이 화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 선명하다. /사진=김유진 기자
27일 오전 9시쯤 찾아간 서울 종로구의 동대문 신발도매상가. 새벽 사이 화마가 할퀴고 간 건물의 출입문 계단에서는 잿빛 폭포수가 쏟아져 내렸다. 시커먼 재로 뒤덮인 방화복을 입은 소방관들은 지하의 물을 퍼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방화수였다.

건물 앞에 녹색 도포를 덮어 대충 만들어놓은 작은 텐트 안에서는 상인들이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상가 건물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날 오전 0시2분 상가 B동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상가 건물 3층에서 시작돼 4층으로 번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번 불은 건물 안 상가 총 30곳 가운데 3~4층에 있는 16곳(500㎡상당·약 150평)을 태웠다.

3층에 사무실을 두고 신발을 떼다 소매상에게 판매해온 송모씨(53)는 전날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뒤 이 시간까지 건물 앞에 서서 상황을 지켜봤다. 그는 "컴퓨터 3대가 물에 빠지고 사무실에 있던 신발들이 다 못쓰게 됐다"면서 "정신이 없어서 보상이라든지 합의 문제는 생각도 못 하고 있다"며 한숨지었다.

최모씨(47)는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피해를 많이 봤어도 나만큼 손해를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공장에서 신발을 받아 도매상들에게 넘겨주는 사무실을 운영하는 최씨는 "10평 정도에 새 신발이 가득 차 있었고 피해액은 7000만원 정도 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번 화재가 낡은 전선의 누전으로 인한 화재라고 보고 있다. 화재발생 당시 건물 안에는 관리인 부부 두 사람밖에 없었기 때문에 방화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 있었다.

새벽에 신발을 배달하러 왔다가 화재를 처음 목격한 신모씨(42)는 "신발을 배달하러 왔다가 타닥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보니 3층에서 연기가 나고 있었다"며 "사무실 바깥 전선이 많은 쪽에서 불이 난 것 같다"고 말했다. 화재 진압이 시작된 후 소식을 듣고 찾아온 건물 입주자들도 최초 목격자의 진술을 듣고 누전이라고 믿고 있다.

송씨는 "저기 얼기설기 늘어져 있는 전선을 보라"며 "시에서 서울 내 다른 구에는 전선 지중화다 뭐다 해서 안전하게 전선을 땅에 묻으면서 여기는 동네가 동네다 보니 이렇게 오랫동안 놔둔 것 아니겠냐"며 비판했다. 일대 상가들이 대부분 노후하고 낙후돼 있어 지자체에서도 전기안전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도 "이 부근에서 작년과 올해 초에도 비슷한 건물 화재가 한 건씩 있었다"며 "대부분이 낡은 상가 건물에서 발생하는 합선으로 인한 누전 화재였다"고 말했다. 또 "동대문 상가 지역은 오래된 건물들이 많아 누전 화재에 취약하다"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일단은 누전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27일 오전 10시쯤 서울 종로구 창신동 동대문 신발도매상가에서 경찰과 소방, 전기안전공사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이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김유진 기자
27일 오전 10시쯤 서울 종로구 창신동 동대문 신발도매상가에서 경찰과 소방, 전기안전공사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이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김유진 기자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와 소방서, 전기안전공사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이 이날 투입됐지만 화재가 발생한 3층에 진화 작업 도중 뿌린 물이 가득 차 빠지지 않아 한때 조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창고에 방화수가 가득하고 젖은 신발들이 바닥에 널려 있어 그 아래 놓여있는 복잡한 전선들을 확인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합동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보상 문제도 논의하기 힘들어 입주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하룻밤 사이 화마에 사업장을 통째로 날려버린 이모씨(33)는 "건물도 날아갔고, 가지고 있던 자산들도 다 날아갔다"면서 "이제 이번 화재 건이 해결될 때까지는 일도 쉬어야 할 텐데 그동안 어떻게 지내야 할 지 모르겠다"고 착잡한 심경을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건물주가 화재보험을 들었기 때문에 건물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창고에 쌓여있던 새 신발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될 지 보험처리 과정에서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소방당국은 이 상가를 소방대상물로 지정하고 정기적으로 점검했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은 소방당국이 소화기와 비상구 등 시설 점검만 하고 전기 안전에 대한 검사는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전선의 안전성에 대한 점검은 한전에서 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박소연
박소연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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