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남자'인 줄 알았는데…" 강력범죄자 돌변 고백남, 왜?

영화 '나쁜 남자'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선화(서원 분)를 성노동자로 만드는 한기(조재현 분)/ 사진=영화 '나쁜남자' 스틸컷

#A씨(28)는 지난해 11월 서울 소재 한 대학교 편입생 동기 모임에서 만난 여학생 B씨(25)에 호감을 느꼈다. 이 모임에서 친해진 뒤 강제로 그녀에게 입을 맞추는 등 추행하기도 했다. 이에 B씨가 지난 2월부터 자신과 연락을 끊자 1만5000여건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얼굴을 염산으로 녹여주겠다"거나 무게 2kg의 망치 사진과 함께 "지금 죽이러 가고 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B씨를 위협하기도 했다.


◇'1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내 사랑이 '데이트 폭행'일지도…

이성에 대한 잘못된 집착과 애정 표현이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일명 '데이트 폭행'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8월 경찰청에 따르면 2012년 검거된 강력범죄자 중 피해자와 애인 관계였던 경우가 9912건에 달했다. 2010년 1만354건, 2011년 9710건 등 사랑하는 사람을 상대로 한 강력범죄가 매 해 1만건 정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데이트 폭행'의 심리적 원인으로 '대립 과정 이론'을 들었다. '대립 과정 이론'이란 사랑과 증오, 기대와 실망 등 상반되는 감정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을 의미하는 심리학 용어다. '기대가 크면 실망감이 크다' 식으로 사랑하는 만큼 증오하는 마음을 키우다 실연 후 이성에 대한 폭력으로 발현된다는 분석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대립 과정 이론'의 측면에서 데이트 폭행은 사랑하는 이성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하나의 방법"이라며 "'사랑한다'는 말이 통하지 않을 때 이렇게라도 상대를 독차지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랑인지 집착인지 구별하지 못하고 데이트 폭력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청춘'…사랑할 때도 '내가 그렇게 못났나' 분노 폭발

데이트 폭력 이면에는 지나치게 과열된 경쟁사회가 자리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외모, 재력, 직업, 학업 등에서 승자와 패자가 나뉘고 불특정 다수와 끊임없이 비교당하면서 박탈감을 키우는 시기에 이성에게까지 버림받으면 충격이 분노와 폭력로 쉽게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곽 교수는 "경쟁이 과열되면 남들 눈엔 멀쩡한데도 스스로 '다른 사람은 저렇게 잘 나가는데'라는 식의 생각에 매몰되고 나만 못난 사람이라는 주관적인 판단에 사로잡히게 된다"며 "이 때 이성에게 'NO'라는 의사표현을 들으면 더욱 비참해지고 때때로 폭력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심리상담단체 헬로스마일 분당센터의 황미구 원장은 "실제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를 보면 가정과 학교 등에서 '사회적 협박'에 노출돼온 이들"이라며 "'공부 안 하면 집 나가', '취업 못하면 루저' 식의 '사회적 협박' 피해자들이 내재됐던 분노를 표현하기 쉬운 이성에게 분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 원장은 "깊은 관계를 맺기 전에 잘해주다 갑자기 화를 내고 또 잘해주고 등의 행동을 반복한다면 데이트 폭행의 가능성이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