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VIP와 통하라 '럭셔리투어' 급부상

중국 시안에 사는 30대 전문직 여성인 호우 씨는 현지 초상은행에서 VIP로 통한다. 호우 씨는 매달 결제금액이 6만위안(1000만원) 이상이어야 가입할 수 있는 플래티넘 카드 소지자다. 호우 씨는 16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특별한 한국 여행에 나설 예정이다. 친구 3명과 동행하는 호우 씨의 이번 여행은 여느 중국인 관광객들의 한국 여행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국관광공사가 중국인 여성 VIP만을 위해 개발한 '슈푸리야 레이디스' 상품으로 숙소와 음식, 관광코스마다 '최고급'이나 '럭셔리' 같은 수식어가 붙는다.

슈푸리야 레이디스는 현지 공항에서부터 중국인 여성 관광객을 극진하게 대접한다. 호우 씨도 대한항공 프레스티지석을 타고 한국을 찾는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이후의 모든 이동은 한국 연예인들이 많이 타는 최고급 외제 밴을 이용한다. 서울과 제주 2개 지역을 방문하는데 두 곳 모두 숙소는 호텔신라다. 쇼핑도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동교동이나 연희동 일대 기념품센터가 아닌 롯데백화점 명품관과 면세점에서 100% 이뤄진다.


럭셔리 한국 여행에 빠질 수 없는 것이 피부미용 프로그램. 호우 씨 일행도 서울 가로수길에 위치한 전문 피부관리샵에서 중국어 통역을 받으며 가장 비싼 코스를 예약했다.

호우 씨는 "친구들과 함께 한국 여행상품을 알아보던 중 슈푸리야 레이디스를 알게 됐다"며 "우리 일행만 오붓하게 다닐 수 있고, 최고급 코스를 두루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 끌려서 이 상품으로 낙점했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의 방한 여행 상품이 '럭셔리'로 진화하고 있다. 이전까지 100만원 안팎으로 한국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몰렸다면 이제는 300만~400만원을 웃도는 럭셔리 여행상품이 중국인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430만명을 넘는 상황에서 이제 '숫자'보다 '상품 수준'에 무게를 둔 프리미엄 상품으로 적극 중국인들을 유치해야 한다는 전략이다.


한국관광공사가 개발한 럭셔리 투어 프로그램 '슈푸리야'도 같은 맥락이다. 슈푸리야의 상품 가격은 일반 여행상품의 3배에 달하는 1인당 2만5000위안(438만원)으로 이들이 쇼핑이나 식사, 기타 프로그램에 쓰고 가는 돈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관광공사는 가족 단위 중국인 여행객을 위한 최고급 상품도 따로 출시할 예정이다.

중국인 개별 여행에 강한 국내 여행사들도 VIP 중국인을 잡기 위한 여행상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인 대상으로 럭셔리투어인 '칼팍(KALPAK)'을 운영하는 한진관광은 중국인 VIP 여행상품의 강자로 통한다. 2~8명 단위의 소수 고객들을 위해 대기업 회장 등 사회 저명인사들이 자주 다니는 최고급 맛집에서 식사를 하고, 연예인들이 자주 찾는 최고급 스파에서 피부 관리를 받는 식의 럭셔리 코스를 활용한 맞춤형 상품이다. 한진여행의 이런 상품은 3~4일 일정에 300만~500만원을 호가한다.

화방관광도 명품 쇼핑과 카지노 등으로 한국을 찾는 VIP 중국인들이 애용하는 여행사로 잘 알려져 있다. 패키지 상품들이 주로 방문하는 천편일률적 코스가 아니라 한국 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 경쟁력 있는 테마로 상품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도 이제 단순히 숫자에 집중하기보다 VIP 고객들을 만족할 수 있는 고품격을 담보하는 상품들이 다양하게 나와야 한다"며 "상위 10% 중국인 부유층의 한국 방문이 잦을수록 한국 관광산업의 고부가가치 실현이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