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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 끝난후 홀로 남아 '야동' 다운받는 경찰?

[경찰청사람들]아동음란물 '저승사자' 종암경찰서 사이버수사팀 송태욱 경장

머니투데이 신현식 기자 |입력 : 2014.08.03 08:30|조회 : 178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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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암경찰서 사이버수사팀 송태욱 경장 / 사진=이기범 기자
종암경찰서 사이버수사팀 송태욱 경장 / 사진=이기범 기자
근무시간이 끝나 다른 경찰들이 모두 퇴근한 경찰서에서 밤을 꼬박 새며 야동(야한 동영상, 음란물을 지칭)을 50편씩 보는 경찰이 있다. '음란물 유포자 검거 전문가' 서울 종암경찰서 사이버수사팀 송태욱(32) 경장 얘기다.

송 경장은 음란물 유포의 증거물을 확보하고자 근무가 끝난 밤 집중적으로 야동을 본다. 힘들 땐 팀원들이 대신 봐주기도 한다. 그는 "하도 많이 보다 보니 '이젠 우리가 영상을 만들 수도 있겠다'고 농담할 정도"라며 "스토리 같은 걸 다 알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지난 1년간 160건이 넘는 음란물 유포 사건을 해결했다. 이중 아동음란물 사건이 60건에 달한다. 증거 확보를 위해 제주도, 부산, 충남 보령 등 전국에 안 가본 곳이 없다. 4대악중 하나인 성폭력 범죄 예방의 공로를 인정받은 송 경장은 지난달 23일 1계급 특진의 영광을 안았다.

그의 타겟은 '음란물 유포자'다. 합법인 일반 성인물과 불법인 음란물의 차이는 주로 성기노출 여부로 판단한다. 송 경장은 "성기가 노출됐다면 모자이크 처리된 영상이라도 음란물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음란물의 등장인물이 미성년자일 경우 아동음란물로 분류돼 유포시 처벌 수위가 강해지고 단지 소지만 해도 처벌된다.

음란물을 웹하드나 토렌트(실시간 파일공유 프로그램) 등을 통해 유포했을 경우 횟수와 상관없이 처벌된다. 송 경장은 "음란물을 한 건만 올려도 처벌 대상"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실제로 그가 처리한 사건의 대부분이 웹하드에서 영화를 다운받을 포인트를 쌓기 위해 몇 편 안되는 음란물을 유포한 경우다. 그는 "다른 사람을 주먹으로 한 대만 때려도 폭행"이라며 "음란물의 경우도 이와 다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가 음란물에 이토록 단호한 입장을 취하게 된 것은 조두순 사건 등 아동 성범죄 사건을 접한 이후다. 당시 조두순의 컴퓨터에서는 아동 음란물이 수십편 발견됐다. 그는 "유명 아동성폭력 범죄자들이 아동음란물을 즐겨봤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며 "음란물 유포자 검거는 성범죄 예방을 위한 검거"라고 말했다.

송 경장은 "성범죄는 일단 발생했다면 사실상 피해자를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범인을 체포해 처벌해도 피해자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성범죄 피해자와 가족은 평생 그 상처를 안고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의 소중한 마음이 성폭력으로 인해 다치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다는 것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 바 있다.

종암경찰서 사이버수사팀 송태욱 경장 / 사진=이기범 기자
종암경찰서 사이버수사팀 송태욱 경장 / 사진=이기범 기자
이처럼 완고한 입장을 가진 송 경장이지만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과 음란물 단속의 한계도 인정한다. 그는 "애니메이션 음란물도 미성년자가 등장할 경우 아청법의 단속 대상이지만 애매한 면이 있다"고 말한다. 영상만으로 미성년자인지 아닌지 판단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나날이 다양해지는 음란물 유포를 막기엔 기술적 한계도 있다.

음란물이 보편화 된 현실도 인정한다. 그는 "단속하는 경찰관들도 야동을 본 적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남성의 성욕을 해결하기 위해 야동이 필수적이라는 명제는 잘못됐다"고 말한다. 초고속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웹하드 등에서 야동을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자 어느 틈엔가 음란물 시청을 당연하게 여기게 됐다는 것이다.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등학교 이전의 교육 과정에 올바른 성문화에 대한 교육과 성범죄 상황에 대한 대처 방안이 포함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그는 믿는다. 정부 차원에서도 성범죄의 중대성을 자각하고 관련 조직을 확대하거나 기술적 지원을 늘리는 등 좀 더 비중있게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성관계는 당연히 나쁜것이 아닌데 성 관념을 왜곡시킬 수 있는 야동은 문제"라고 단언한다. 호기심에 접하기 시작한 음란물이 사람을 중독시키고 결국 유사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남아있는 한 송 경장의 노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송 경장은 오늘도 범죄 예방과 올바른 문화 정착을 위해 컴퓨터를 켜고 야동을 다운받는다.

신현식
신현식 hsshin@mt.co.kr

조선 태종실록 4년 2월8일. 임금이 사냥하다가 말에서 떨어졌으나 상하지는 않았다. 좌우를 둘러보며 “사관(史官)이 알게 하지 말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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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Chan Kyung Park  | 2015.04.09 10:13

태욱아 잘지내니? 나 고등학교 졸업하고 인터넷으로 보게 되는구나 건강해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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