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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안정 vs 생존보장'…경희대에서 무슨 일이?

[경희대 공공기숙사 선정 2년후…]학교와 주민간 갈등으로 첫삽도 못 떠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입력 : 2014.08.26 06:11|조회 : 27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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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인근 하숙집. /사진=진경진 기자
경희대학교 인근 하숙집. /사진=진경진 기자
'대학생 주거안정이냐, 집주인들의 생존권 보장이냐.'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학교에 재학생 1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공기숙사 건립을 둘러싸고 학교 측과 인근 원룸·하숙집 주인들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2012년 6월 국토교통부와 교육부 등 관계기관은 기숙사 수용률이 낮고 주변 주거비가 비싼 지역의 대학을 공공기숙사 건립 대상 학교로 선정했고 경희대가 이중 한 곳으로 지정됐다. 선정과 동시에 시작된 논쟁이 벌써 2년을 넘었지만 경희대는 아직 첫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논쟁의 중심에는 '기숙사 수용 인원 1000명'이 있다. 집주인들은 지금도 공실률이 10%를 넘는데 학생 1000명이 기숙사로 빠져나가면 생계를 이어나가기도 어렵다고 주장한다.

반면 학교 측은 재학생 주거안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년 동안 대학과 주민 간의 입장차가 더욱 확실해졌고 그만큼 갈등의 골이 깊어져 이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광우 대학촌지역발전협의회 위원장은 "경희대는 기숙사 수용률이 낮아 그동안 주변에 원룸이나 하숙집이 많이 들어섰다. 그런데 갑자기 정부가 기숙사 지원을 들고나와 당황스러울 뿐"이라며 "하숙집은 주로 노인들이 생계형으로 직접 관리할 뿐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우리를 아예 죽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집주인들의 주장은 기숙사 수용인원을 절반으로 줄이자는 것. 안된다면 1000명 규모의 공공기숙사를 건립한 후 일단 500명만 수용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보면서 수용인원을 점차 늘려나가자는 것이다.

하지만 경희대에선 이마저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건물을 지어놓고 공실을 만드는 것은 학생들에게 피해만 줄 뿐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공공기숙사는 국민주택기금과 사학진흥기금 등에서 대출해준 재원으로 건립되는데 수익금이 나야만 대출금을 반환할 수 있다는 게 경희대 측의 설명이다.

경희대 공공기숙사 신축건은 지난달 주민들과의 협의를 조건으로 서울시 환경영향평가심의를 통과했고 경희대는 곧바로 동대문구청에 건축허가 및 실시계획인가 승인을 신청했다.

하지만 주민과의 협의가 끝나지 않은 만큼 구청에선 해당 문제를 인가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현재 잠정보류된 상태다. 경희대 측은 "당장 공사를 시작해도 될 만큼 착공을 위한 모든 준비는 끝났지만 주민들과의 협의가 되지 않아 추진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공공기숙사에 대한 학생들의 기대는 상당하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선 동대문구청장 후보들에게 공공기숙사 건립 관련 지역주민들과의 마찰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하라는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공공기숙사는 정부지원을 받는 사업인 만큼 월 19만원이란 저렴한 임대료에 입주가 가능하다. 이는 기존 학교 기숙사(30만원)보다 훨씬 저렴한 수준이다.

현재 경희대 인근 원룸이나 하숙은 보증금·개별 화장실 유무나 학교와의 거리 등에 따라 월세가 50만~70만원 수준이다. 500만원가량의 한 학기 등록금에 주거비까지 고민해야 한 지방 출신 학생들로선 공공기숙사를 환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희대 한 재학생은 "그나마 2학기는 1학기보다 기숙사 경쟁률이 낮아지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하늘의 별따기"라며 "빨리 공공기숙사가 신축돼 부담을 줄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게 된 원룸·하숙집 주인들도 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을 덜기 위해 나름의 자구책을 찾고 있다. 저소득층 학생들을 대상으로 비어 있는 방을 30만원대 기존 기숙사 비용으로 공유하는 일명 '착한 자취방'이 대표적이다.

'착한 자취방'은 보통 2인1실로 이뤄졌는데 다인실의 경우 15만원 정도면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3만~5만원의 관리비까지 고려하면 공공기숙사를 이용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게 학생들의 주된 평가다.

반면 하숙집을 운영하는 집주인들은 "대다수 집주인이 대출받아 집을 지었고 2~3년 주기로 하는 리모델링 비용도 만만치 않아 월세를 더 낮추는 것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진경진
진경진 jk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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