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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마스코트' 상근이, 선산 묻어주고 싶었지만…

서울 동물장묘업체 0개…쓰레기봉투에 버려지는 애견들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입력 : 2014.08.28 05:40|조회 : 292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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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량제 쓰레기봉투/ 사진=김유진 기자
종량제 쓰레기봉투/ 사진=김유진 기자
TV 예능프로그램 '1박2일'의 마스코트 '상근이'가 지난 4월 세상을 떠났을 때 '상근이 아빠' 이웅종 이삭애견훈련소 대표는 고민에 빠졌다.

"상근이는 가족이었기 때문에 솔직히 선산에 묻어주고 싶었지만 현행법상 불법이라 그렇게 할 수 없었어요. 그렇다고 사랑하는 가족같은 상근이를 법에 명시된 것처럼 '폐기물'용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릴 수도 없으니…."

그렇게 선택한 상근이의 화장 비용은 100만원정도. 상근이는 몇 개의 예쁜 돌멩이와 한 줌의 뼛가루가 돼 이 대표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에 반려동물 인구가 크게 늘었다지만 선진국으로 가려면 한참 멀었다"며 "큰 비용을 들여 장례업체에 맡기거나 아니면 쓰레기봉투에 담아내다 버려야 하는 현 제도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말한 것처럼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 1000만 시대를 맞은 대한민국에서 죽은 반려동물의 사체가 처리되는 방법은 오직 3가지뿐이다. 하나는 '동물보호법'에 명시된대로 수십만~100만원 가까이 내고 국내에 7개밖에 없는 동물장묘업체에 맡기는 방법이다.

다른 두 가지는 '폐기물처리법'에 명시된대로 동물병원에 시체 처리를 맡겨 실험실 쥐 등과 함께 '의료폐기물'로 분류해 소각장에서 불태우는 방법, 그리고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아 일반 쓰레기와 함께 불태우는 방법이다.

사실 반려동물의 시체가 법에 폐기물로 명시된 데는 속사정이 있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전진경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 이사는 "사실 이 법은 반려동물 사체를 야산에 갖다 묻지 말라는 의미에서 폐기물로 지정해 놓은 것이었다"며 "그러나 이 법은 위생이나 감염 등의 문제만 고려했지 동물의 생명을 전혀 존중하지 못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반려동물(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뉴스1
반려동물(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뉴스1
합법적으로 쓰레기봉투에 버려진 동물들을 그 동안 여러 차례 봐온 전 이사는 그렇게 발견한 반려동물 사체들을 동물병원에 가지고 가 1kg당 1만원정도를 주고 처리를 부탁해 왔다. 그는 "동물이 담긴 쓰레기봉투를 다 터트려 쓰레기와 함께 섞은 뒤 소각하는 방식은 정말 야만적"이라며 "사람들과 수년간 함께 살아온 동물의 죽음을 이렇게 처리한다는 것은 정서적으로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현행법 때문에 장례비용을 마련하기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쓰레기봉투에 버릴 수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불법으로 땅에 묻곤 한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정부가 반려동물 전용 화장장을 따로 대안으로 제공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장 법률적으로 문제가 안 생기는 것이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는 방법이라는 결론이 나는 상황이다"라며 "그런데 애견을 그렇게 버린다는 게 주인 입장에서는 말이 안 되고, 그렇다고 장례비용은 부담스러우니 몰래 묻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물의 사체가 문제가 되자 서울시가 2009년부터 '다산 콜센터'(120)를 통해 접수받는 동물 사체처리반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는 로드킬(길에서 차에 치여 죽음)을 당한 동물만 치우는 서비스다. 부산, 인천 등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서울시 담당자는 "일반 시민들은 동물 사체를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 서울시 내에는 반려동물 장묘업체가 단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반려동물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는 처리법이 개선되려면 우선 국가 차원의 반려동물 장례식장이 곳곳에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동물 생명의 존엄성도 지키고, 비용 절감을 통해 많은 동물들이 쉽게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화성시가 국내 지자체 최초로 '반려동물 장례식장' 건립을 선언한 것을 반기는 이유다.

이형주 동물자유연대 팀장은 "결론적으로 동물이 생활 쓰레기와 같이 처리된다는 현재 상황은 대한민국에서 동물의 사회적 지위가 그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그래도 화성시 장례식장처럼 동물장묘시설이 점차 늘어나 가격경쟁도 이뤄지고 사람들의 인식도 바뀐다면 법도 언젠가는 개선될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유진
김유진 yoojin@mt.co.kr twitter

머니투데이 문화부 김유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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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성정운  | 2014.09.09 16:34

우리나라는 말만 반려동물입니다. 동물보호법은 왜 무엇을 위해서 있는건지도 모르겠어요. 이런일..한두번도 아니고 그럴때마다 바꿔야한다 바꾼다 말들은 많지만 언제나그랫듯이 또 조용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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