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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도 부러울 뿐…" 알바로 내몰린 우리 아버지들

[기획-한국형 프리터族의 비극①] 3040 프리터족의 '굴레'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신현식 기자 |입력 : 2014.09.30 05:02|조회 : 81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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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일자리는 밥벌이다. 동시에 꿈과 희망, 미래다. 생계가 팍팍하면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것은 쉽지 않다. '알바 공화국' 대한민국이 위태로운 이유다. 시간제 근로자가 200만명을 넘어섰다. 10대와 20대의 알바는 그나마 낭만이라도 있다. 가족을 책임져야할 30~40대, 노후를 즐겨야할 60~70대가 어쩔 수 없이 알바로 내몰리고 있다. 이들의 실상을 머니투데이가 들여다봤다.
27일 밤 울산 북구 호계동의 유흥가 밀집지역에서 대리운전기사들이 콜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뉴스1
27일 밤 울산 북구 호계동의 유흥가 밀집지역에서 대리운전기사들이 콜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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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주차! 여기 뒷범퍼 기스낸 거 어떻게 물어낼 거야?"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 발레파킹(valet parking·대리 주차) 아르바이트를 하는 유모씨(35)는 손님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치미는 분노를 꾹 참았다.

기껏해야 20대 초반 정도 돼 보이는 어린 친구가 외제차를 끌고 와 차키를 던질 때도, 초면에 무시하는 말투를 내뱉는 손님도 웃어넘기지만 보험사기 못지않은 '꾼'은 감당하기 벅차기만 하다.

그만둘까 고민하기를 수차례. 하지만 마땅히 갈 곳 없는 유씨가 당장 빚을 갚고 밥을 굶지 않으려면 이 자리라도 붙들고 있어야 한다.

유씨가 처음부터 알바를 생계수단으로 택했던 것은 아니다. 비정규직이었지만 게임회사가 첫 직장이었다. 2년을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겠다던 회사는 게임이 흥행에 실패하자 유씨를 정리해고했다. 경기불황으로 재취업도 쉽지 않았다. 유씨는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소위 '한국형 프리터족'이 됐다.

◇ "첫 직장에서 해고된 이후 최악의 상황만…"

먹고사는 문제가 지상과제가 된 유씨는 무슨 일이라도 해야 했다. 다행히 운전면허증이 있었던 유씨는 주차 알바를 구했다. 주 6일 하루 12시간을 일했다.

"짬을 내 자격증을 따거나 토익점수를 올려보고 싶었지만 집에 돌아오면 곯아떨어지기 일쑤죠. 비오고 눈 내리는 험한 날씨엔 체력적으로 버티기가 쉽지 않아요."

차일피일 2년을 보낸 유씨는 "휴대전화 케이스 유통 사업을 해 보자"는 친구의 제안에 창업에 뛰어들었다. 열심히 했고 초반엔 유행을 타고 사업도 자리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경쟁자들이 달려들면서 3000만원의 빚만 지고 사업을 접어야했다.

유씨는 다시 주차 알바생으로 돌아왔다. 월급 190만원 중 100만원은 빚을 갚는 데 썼다. 생활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잡지사에서 일하고 싶어서 여러 군데 이력서를 보내기는 해요. 그런데 면접장에 들어가면 나이 문제부터 물어보니까…." 유씨는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

◇ 주식 한 번 실패했을 뿐인데…남은 일자리는 알바 뿐

또 다른 프리터 족 임모씨(40)는 10년 전만 해도 화목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맞벌이로 월 550만원을 벌었고 번듯한 집도 갖고 있었다. 부인보다 다소 낮은 월급에 자존심이 상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고 주식을 손을 댔던 게 불행의 시작이었다.

"주가가 빠져 넣고 또 넣고 하다 보니 끝이 없더라고요. 집도 날리고 사채까지 끌어 쓰다가 빚이 1억원이 넘으니까 아내가 이혼을 요구했어요. 외동딸은 전 부인과 살고 있고 전화연락도 제대로 못해요."

뒤늦게 잘못을 뉘우친 임씨가 재기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은행 계좌마다 차압이 걸려와 정상적인 경제생활이 힘들어진 임씨는 월급을 현금으로 주겠다는 말에 숙박업소에서 알바를 시작했다.

임씨는 계산대에서 손님을 받고 손님이 다녀간 방을 치우며 기본급 100만원을 받았다. 방 한 칸을 청소할 때마다 1만원씩을 더 받는다.

첫 업소에선 매일 12시간씩 일했지만 시간당 최저임금도 안 되는 140만원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에 신고해 차액을 받아낸 뒤 다른 업소로 옮겼다. 지금 일하고 있는 업소는 최저임금은 지켜줬지만 근로계약서와 4대 보험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알바비로 사채 이자를 갚고 노모의 약값과 생활비를 대고 나면 손에 남는 게 없어요. 노후대책은 사치죠. 몸을 다치는 게 제일 두려워요. 보험도 없는데 아파서 일까지 못하게 되면 돈 문제가 바로 목을 조이니까요."

◇"신용불량자, 재기하고 싶어도 못하는 속사정엔…"

정리해고, 사업실패 등으로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일자리 중 하나가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다. 먹고 살 만큼은 벌어야 하지만 너무 많이 벌어서도 안 되는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김정철 전국대리기사협회 총무국장(59)은 "전업으로 대리운전을 하는 30~40대를 만나보니 신용불량자라는 공통점이 있었다"며 "사업실패나 연대보증으로 빚이 있으면 150만원이 넘는 월급을 받을 경우 압류를 당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신용불량자를 고용한 회사대표는 직원에게 월급을 주고 법원에 압류된 금액을 따로 송금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 고용을 꺼린다"며 "당장 돈이 급한 사람도 돈을 압류당할 직장에 취업하기를 꺼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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