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경부 뚫린다. 빨리 사라"…세종시의 위험한 땅거래

세종시 장군면 원룸촌. 임차인 모집에 한창이다./사진=김지산 기자

#최근 세종시 내 땅 매매 알선업자 블로그에 장군면 땅을 서둘러 사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국회가 내년 예산에 제2경부고속도로 설계비 40억원을 반영했는데 장군면에 톨게이트가 건설되기 때문에 빨리 땅을 사야 한다는 내용이다. 일부 국회의원들에 의해 예산안이 다뤄진 것은 맞지만 최종 심의를 통과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복도시) 주변 지역들이 무차별적 땅 매매에 이은 다세대·다가구주택 건설에 몸살을 앓고 있다. 공무원 주택 수요가 제한적인데다, 개발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크지만 세종판 '골드러시'는 좀처럼 꺾일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지역 부동산 중개업계의 지적이다.


18일 세종시에 따르면 현재 조치원읍, 장군면, 연기면, 연서면, 금남면 등 행복도시 주변지역 다가구주택 공실이 400여실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건축 인·허가 건수는 450여건에 달했다. 이미 세종시 전체 원룸 970여동의 공실률은 10%를 넘어선 상황이다.

이 같은 다가구주택은 대체로 홀몸으로 내려오는 공무원 수요를 노린다. 곳곳에서 투자 실패를 목격했지만 투자 행렬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귀띔이다.

일부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불확실한 정보로 매매를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행복도시 외곽의 토지거래를 알선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당장 원룸 공실률이 높더라도 2030년 인구 50만명 목표인 도시에서 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본다"며 "토지 자체만으로도 수익률이 상당히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장군면 내 원룸 건설 현장. 공실이 넘쳐나지만 공급은 멈추지 않고 있다./사진=김지산 기자

하지만 '인구 50만 도시'는 목표일 뿐, 현 시점에서 보장할 순 없다는 게 행복청의 설명이다. 행복도시 내에서조차 수요가 기대를 밑돌아 아파트 매매가격은 분양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고 전세가 역시 고점 대비 30% 하락한 상황이다.

장군면 소재 땅의 경우 최대 3.3㎡당 300만~400만원을 호가한다. 심지어 개발이 쉽지 않은 임야 호가도 3.3㎡당 150만원에 달한다. 이들 토지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3.3㎡당 1~2만원 미만이던 곳들이라고 중개업소들은 설명했다.

장군면 S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대개 땅을 매입한 뒤 개발 수요가 있을 때까지 묵혀두거나 원룸을 짓는다"며 "행복도시 개발 목표가 완성단계에 접어들면 주변지역으로 개발 붐이 확산될 것으로 보고 지금도 땅을 보러 오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세종시 땅값 오름세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9월에도 한 달새 0.2% 올라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제주(0.3%) 서울(0.3%) 경북(0.2%)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국토부가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2년 10월 이후 누계상승률을 보면 4.1%로 전국 평균 1.4%를 압도한다.

빈 집이 우후죽순처럼 넘쳐나고 개발될 것이라는 땅은 수풀로 뒤덮여 있지만 매매업자들의 유혹은 멈추지 않는다. 최근에는 국회 예산을 계기로 제2경부고속도로가 그럴듯한 소재로 추가됐다.

국토부는 정책적으로 결정된 것처럼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투자 유치 행위에 현혹되지 말라며 주의를 요구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2경부고속도로는 건설비용 때문에 사업 가능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지역에서 서울과 세종을 제외한 배경도 잘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