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살 아들 버스터미널에 버린 엄마…"재혼하려고"

머니투데이

이슈팀 심하늬 기자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재혼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두 살 난 아들을 버스터미널에 버리고 달아난 엄마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7일 뉴시스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김진환 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안모씨(여·27)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보호관찰과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강의 수강도 명령했다.

안씨는 남편 A씨와 결혼해 자녀 2명을 뒀다. 유부녀였던 안씨는 지난해 8월부터 군인 박모씨와 내연관계를 맺어오다 남편에게 들키게 됐다. 결국 석 달 뒤 남편과 이혼하기로 합의하고 내연남 박씨와 동거를 시작했다.

재혼을 생각하던 안씨와 박씨에게 안씨의 자녀 2명은 골칫거리였다. 박씨의 부모에게는 결혼 승낙을 받지 못할까봐 자녀가 1명이라고 거짓말했다. 이들은 결국 경주에 거주하는 박씨 부모를 처음 만나러 가는 올해 1월29일 두 살인 안씨의 둘째아들을 유기하기로 했다.

안씨는 광진구 동서울터미널 1층 대합실에서 잡고 있던 아들의 손을 놓고 달아났지만 그때마다 아들이 뒤따라왔다. 3차례 시도에도 뜻대로 되지 않자 안씨는 2층 대합실 안내직원에게 "1층 흡연장소에 아이가 혼자 있더라. 아이의 부모를 찾아달라"고 말한 뒤 고속버스를 타고 터미널을 떠났다.

안씨와 박씨의 범행이 발각돼 군인인 박씨는 관할 헌병대로 이송됐다.

김 판사는 "피고인의 보호와 감독이 필요한 아동을 버스터미널에 유기한 죄질과 범죄가 이뤄진 정황이 모두 무겁다"고 판시했지만 "초범인 데다 범행을 자백하며 반성하고 있고 피해 아동의 아버지와 자녀 양육에 관한 진지한 합의를 이뤘다"고 봤다.

덧붙여 "피해 아동과 피고인에 대한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심리 상담과 실태 확인을 통해 재범 예방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