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뇌관' 자영업자대출, 670조원으로 급증했다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3일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에서 열린 현장 간담회에서 '소상공인·자영업 정책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 대한 수익 확대 정책 등을 골자로 한 '소상공인과 자영업 정책 구상'을 발표했다. 2017.2.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가계부채 부실 '뇌관'으로 꼽히는 자영업자대출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670조원 수준까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은행이 공식 발표한 자영업자 대출 480조2000억원보다 200조원 가까이 많은 규모다.

1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중일금융산업협력위원회 세미나'에서 금융당국이 추정한 자영업자대출 규모가 공개됐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영업자대출이 480조2000억원으로 발표한 바 있다. 한국은행의 자영업자대출은 개인사업자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을 받은 자영업자의 가계대출을 포함한다. 이는 각각 308조7000억원, 171조5000억원이다.

금융감독원은 여기에 더해 사업자대출을 받지 않은 자영업자의 가계대출 190조원을 합산해, 자영업자대출을 총 670조원으로 추정했다.

자영업자 중에서는 사업자대출조차 받지 못해 가계대출 형태로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들은 대부분 은행이 아닌 2금융권 대출을 이용해 가장 취약한 대출자로 분류될 수 있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다만 "금감원이 670조원으로 추정했는데 중복된 부분이 많아 금감원이 이에 대해 거르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영업자대출은 그간 정확한 통계가 잡히지 않았다. 한은은 단순히 사업자대출을 받은 자영업자 기준으로 부채규모를 추정해 왔다. 금융당국은 연초 자영업자 부채 대책을 내놓으면서 금감원과 세부적인 미시 데이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이 자영업자대출에 주목하는 이유는 가계부채의 숨은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자영업자는 557만명으로 다른 국가 대비 취업자 비중이 높다. 자영업자 비중이 미국과 독일, 일본이 각각 6.5%, 11.0%, 11.5%에 달하지만 국내는 25.5%로 선진국 대비 2배에 달한다.

경기부진과 금리 상승이 겹치면 자영업자대출이 가장 먼저 부실화될 수 있다. 특히 2금융권의 생계자금용 대출의 경우 연체율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자영업자 대출을 생계형 자영사업자, △기업형 자영업자, △투자형 자영업자로 나누고 이 가운데 생계형 자영업자 지원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도규상 국장은 "경쟁력 없는 자영업자에 대한 사업정리, 재취업 지원과 복지 지원 등도 필요하다"며 "근본적으로 과밀업종, 과밀지역에 진출하려는 자영업자에게 대출해 부채부담을 키우지 않도록 대출심사 관리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