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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는 쳐다보지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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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진엽,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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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6.2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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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계단의 재발견]계단걷기에 빠진 사람들

계단을 고집스럽게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엘리베이터 버튼만 누르면 몇분 내에 10층, 20층에서 60층까지 수월하게 올라갈 수 있는 길을 마다하고 묵묵히 계단으로 올라가는 사람들. 이들도 처음부터 계단 오르기를 고집한 것은 아니다. 따로 운동할 틈이 없으니 출퇴근길에 손쉽게 운동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계단'을 택했다.  

'계단오르기'는 근력 향상에 큰 효과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계단을 오를 때 사용하는 허벅지 등 다리 근육은 물론, 복근·등근육 등 전신 근육을 발달시키는데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걷기'보다 칼로리를 2배 이상 소모시키기 때문에 심폐기능과 비만방지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운동이 바로 '계단오르기'라고 한다.

수년째 계단을 오르고 있다는 한 사람은 말한다. "건강해지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는데 계단걷기를 왜 마다하느냐"고. 건강 때문에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지만, 환경보호까지 실천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해진다는 것이다. 계단을 이용하는 만큼 엘리베이터 가동횟수가 줄어들어 그만큼 전기료를 아낄 수 있다. 전기를 아끼면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배출하는 탄소량이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환경지킴이' 역할을 하는 셈이다.
 
에너지 관리를 담당하는 기관들의 조사에 따르면 일반적인 사무용 건물에서 모든 엘리베이터를 전층 운행하는 대신, 격층으로 운행할 경우 절감되는 전력량은 평균 10% 수준이다. 엘리베이터를 격층으로 운행한 효과도 이 정도인데, 많은 사람들이 계단을 이용한다면 엄청난 양의 전력을 아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매일 계단을 이용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처럼 푹푹 찌는 날씨에는 냉방도 되지 않는 계단으로 오르는 것은 고역이다. 등산처럼 등줄기를 식혀줄 바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바깥 경치를 구경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땀을 뻘뻘 흘려야 하고, 계단으로 올라가다 지각하지 않으려고 출근도 서둘러야 한다. 그런데도 이들은 계단으로 다니는 것이 좋다고 한다. "한 계단씩 오를 때마다 내 폐활량이 늘어나고, 그 폐로 들어오는 공기가 맑아지는 기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루 5∼10분을 투자해 자신의 건강과 지구의 건강을 증진하는 이들은 편리함만 추구하려는 우리 사회에 작은 울림이 되고 있다.

◇박철순 방통위 팀장 "건강도 되찾고 에너지도 절약하죠"

서울 광화문광장이 내려다보이는 방송통신위원회 건물. 모두 바쁜 출근시간에 한가롭게 계단을 오르는 사람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 네트워크 정보보호 정책을 책임지
↑ 2년간 계단을 이용한 뒤부터 다리 근력이 많이 회복됐다고 말하는 박철순 방송통신위원회 팀장. ⓒ홍봉진 기자 honggga@
↑ 2년간 계단을 이용한 뒤부터 다리 근력이 많이 회복됐다고 말하는 박철순 방송통신위원회 팀장. ⓒ홍봉진 기자 honggga@
는 박철순 방통위 팀장(사진)이다. 그가 근무하는 11층까지 고집스럽게 계단으로 출근하기 시작한 지도 어언 2년째다.
 
"2년 전 축구를 하다 무릎을 심하게 다쳤어요. 연골이 파열되고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큰 부상이었죠. 수술을 했고, 2개월간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고 다녔어요. 그러다 어느날 다리근육이 다 죽었다는 것을 느꼈고,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걷기부터 시작했죠."
 
박 팀장은 부상을 입기 전까지는 운동을 좋아하는 스포츠맨이었다. 특히 축구와 등산을 즐겼다. 그러다보니 부상 후 점점 근육을 잃어가는 자신의 몸을 견딜 수 없었던 것. 그래서 틈틈이 걷기 등 조심스럽게 운동을 시작했는데 현실은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걷기운동을 막 시작한 무렵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이 터졌다. 박 팀장이 맡은 업무는 네트워크보안분야. 당연히 업무량은 폭발적으로 늘었고, 걸핏하면 밤을 지새웠다. "정말 정신이 없었고, 운동할 시간도 당연히 없었죠. 그래서 생활하면서 운동할 방법을 찾기로 했어요.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계단'입니다."

박 팀장의 집은 서울 고덕동이다. 지하철 5호선으로 출퇴근을 하는데 그는 항상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한다. 건물에 들어서서도 그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11층까지 걸어올라간다. 박 팀장은 "광화문역에 내려서 사무실이 있는 11층까지 올라가면 마치 등산하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그의 걷기는 퇴근길에도 이어진다. 고덕역에 내려서 집까지 걸어가고, 집이 있는 10층까지 계단으로 걸어올라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철칙이 있다. 계단은 반드시 올라갈 때만 이용한다. 그는 "아직 무릎이 완전치 않아 하중을 많이 받는 내리막 계단은 자제한다"고 했다.

ⓒ홍봉진기자 honggga@
ⓒ홍봉진기자 honggga@

효과를 묻자 2가지를 말했다. "우선 근력이 많이 살아나 현재 90% 정도 회복된 것같고, 육체가 살아나니 정신도 회복된다는 것을 느낀다"고. 그는 이어 "에너지절약과 환경보호도 빼놓을 수 없는 효과"라며 웃는다. 계단을 이용하면 녹색성장·친환경이라는 사회목표에도 부합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건강이 회복돼 기쁘다는 것이다.
 
계단을 이용하면서 친환경 전도사가 된 박 팀장에게 불편한 점을 물었더니 "계단이 너무 지루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밋밋한 평지를 4~5㎞ 걸으면 쉽게 지치죠. 반면 등산은 먼 길을 걸어도 크게 지루하거나 지치지 안잖아요? 단조롭지 않기 때문이죠. 계단 벽에 그림이나 글 등 볼거리를 넣어서 보완하면 좋겠어요. 조명이나 공기 등도 신경썼으면 하고요." 강요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계단을 이용하게 만들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끝으로 박 팀장은 "무턱대고 계단을 오르면 곤란하다. 자신의 운동량을 감안해야 한다. 마음에 여유를 갖고 자신의 몸상태를 감안하면서 계단을 올라야 진짜 운동이 된다"고 조언했다.

◇김세호 삼성SDS 팀장 "엘리베이터는 쳐다보지도 않아요"

"이젠 습관이 돼서 엘리베이터는 쳐다보지도 않아요."
 
서울 지하철 2호선과 7호선 환승역인 건대입구역. 7호선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기
↑ 계단에 대해 조금만 더 신경쓰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것같다고 말하는 김세호 삼성SDS 팀장.  ⓒ임성균 기자 tjdrbs23@
↑ 계단에 대해 조금만 더 신경쓰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것같다고 말하는 김세호 삼성SDS 팀장. ⓒ임성균 기자 tjdrbs23@
위해서는 지하 1층에서 지상 3층까지 올라가야 한다. 층수로는 4개 층이지만 지하철 역의 높이를 감안하면 일반 건물의 6~8층 정도 높이다. 까마득한 높이의 에스컬레이터만 수차례 타야 할 정도다.

에스컬레이터만 봐도 숨이 차는 이 길을 매일 아침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는 사람이 있다. 삼성SDS 김세호 홍보팀장(사진)이 그 주인공이다. 2년 전 가벼운 운동삼아 조금씩 계단을 오르던 것이 이제는 습관으로 자리잡아 문명의 이기는 잘 이용하지 않게 됐다.

"2년 전쯤 건강이 안 좋아져서 체중조절을 목적으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어요. 사무실은 6층인데 그 높이를 굳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느니 그냥 걸어올라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시작했는데 이젠 습관이 됐네요." 지하철역에서는 에스컬레이터, 회사에 오면 엘리베이터가 있는데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건강과 함께 에너지절약 목적도 있었다. 김 팀장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등산도 하는데, 건물 6층을 오르면서 전기의 힘을 의지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며 "건강도 챙기고, 전기도 아끼는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계단을 오르면서 건강과 에너지절약 외에 또다른 보너스도 얻었다. 현대인들은 쉽게 얻기 힘든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임성균 기자 tjdrbs23@
ⓒ임성균 기자 tjdrbs23@
 
사람들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왜 안와"라며 발을 구르는 것과 달리 김 팀장은 계단을 오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사실 별 생각 없이 걸을 때도 많아요. 그래도 주로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낼 건지 등의 계획이나 하루를 보낸 후 정리하면서 걸어요. 엘리베이터 앞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기다리기만 하는데 가볍게 걸으면 뭔가 생각을 하게 되는 것같아요."

그는 우리나라 건물들이 계단을 그냥 오르내리는 공간으로만 방치해두는 것을 아쉬워했다. "아무래도 지금 많은 계단은 그다지 걷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지는 않죠. 뭔가 답답한 그런 느낌을 주잖아요. 계단에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 더 많은 사람이 찾을 텐데요."
 
김 팀장은 "우선 계단 바닥이 걷기 편한, 발목이나 무릎에 충격을 주지 않는 재질이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어 "대만 지하철역에는 계단 주위에 재밌는 광고를 이용해 눈길을 끈다"며 "광고든, 예술작품이든 벽 등 공간을 놀리지 말고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게 꾸며놓으면 계단을 이용하는 사람이 더 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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