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4000억 저축銀 PF 브릿지론 인수한다

은행권이 400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인 저축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인수를 추진한다. 은행들이 PF 사업장 중 사업성과 수익성이 괜찮은 곳을 추린 뒤 저축은행 브릿지론을 본PF 대출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2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18개 은행장들과 가진 조찬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일부 은행들이 저축은행이 갖고 있는 PF사업장 가운데 괜찮은 곳을 테이크오버(take over. 인수)하겠다고 했다"며 "이 금액은 4000억 원 가까이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현재 저축은행들이 갖고 있는 PF사업장은 구조조정 기금을 통해 지원키로 했지만 일부 은행들이 스스로 나서서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권 원장은 간담회에서 은행장들에게 "지금처럼 부동산 PF대출 취급 기피현상이 계속될 경우 2~3년 후 주택공급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며 "우량 PF사업장에 대한 신규 대출을 적극 취급하고 저축은행 PF도 전망이 좋은 것은 본PF로 전환해 취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은행장들도 구조조정을 통해 정상화 가능성이 있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권 원장은 전했다.


부동산 PF사업은 통상 시행사가 저축은행으로부터 브릿지론 성격의 대출을 받아 대지를 구입하고 이후 시공사가 사업성을 검토한 뒤 1금융권인 은행에서 본PF 대출을 받아 진행된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로 저축은행과 은행이 대출 회수에 나서고 신규 자금지원을 꺼리면서 수익성 있는 PF 사업이 진척되지 못 하고 건설사가 도산되는 경우가 속출했다.

주재성 금감원 은행·비은행 담당 부원장은 "저축은행 브릿지론이 은행 본PF로 넘어와야 하는데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 강화로 잘 안 되고 있다"며 "브릿지론 중 수익성과 사업성 있는 것은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본PF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권의 브릿지론 인수 규모에 대해선 "PF 사업장별로 은행들이 리뷰해서 전망이 괜찮다 싶으면 본PF로 전환하거나 저축은행이 빠지겠다고 한 사업장을 추린 게 4000억원쯤 된다는 뜻"이라며 "은행들이 사업장을 평가해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만큼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시중은행들은 현재 PF 전수 조사 등을 통해 저축은행 브릿지론 인수가 가능한 사업장 분류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도 수익성이 없다면 당연히 인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업성이 충분한 PF사업장에 대해선 적극 인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