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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는 안돼"했던 부모, 아들 이 회사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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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경남)= 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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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5.3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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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혁신경제; 스펙파괴 인재확보 나선 기업]한국가스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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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범 한국가스공사 경남지역본부 사원/사진= 정진우 기자
# 지난 2009년 고교 진학을 앞둔 중학교 3학년. 인문계고 대신 공고를 선택했다. 공부를 못해서가 아니다. 대학에 들어가도 절반은 백수가 되는 시대, 차라리 빨리 취업하는게 낫다고 생각해서다. 가정형편도 어려워 장남으로서 가계에 보탬이 돼야 했다. 결국 부산공고에 진학, 취업 준비를 했다. 남들보다 자격증도 많이 땄다. 전교 1~2등을 다투며 3년내내 장학금을 받고 학교에 다녔다.

앞으로 기술로 먹고 살 생각을 하고 밤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기계와 금속분야 실습을 했다. 그렇게 2년6개월을 보냈다.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한국가스공사 고졸공채 시험에 합격했다. 명문대 출신들도 취업하기 힘든 회사. 수백대 일의 경쟁률을 뚫어야 들어갈 수 있는 공기업에 고졸 학력만으로 들어간 것이다. 가스공사 경남지역본부에서 근무하는 신입사원 조상범(20세)씨 얘기다.

조상범 한국가스공사 경남지역본부 사원/사진= 정진우 기자
조상범 한국가스공사 경남지역본부 사원/사진= 정진우 기자
◇"공고는 절대 안돼" 부모님 반대를 극복하다=
조 사원의 입사 과정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부모님은 조 사원의 공고 입학 자체를 반대했다. 자신의 아들이 공고를 다닌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대학을 나와야 성공을 한다고 생각했던 부모님은 조 사원을 인정하지 않았다.

조 사원은 "공고를 가고 싶다고 하자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며 "어머니와 많이 싸웠고, 집안 어른들도 집에 찾아와 어머니와 함께 나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어 "태어나서 그때만큼 어머니와 싸운 적이 없었다"며 "공고는 무조건 안된다는 어머니 말씀이 야속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생각이 잘못된 것도 아닌데 왜 반대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방법은 딱 하나. 부모님을 설득하기로 했다. 조 사원은 마이스터 고등학교와 특성화 고등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무엇을 배우는지, 취업률은 몇 %인지, 졸업 후 어떻게 취업하는지 등을 자료로 취합 매일 어머니 앞에서 브리핑을 했다.

처음엔 거들떠 보지도 않던 조 사원의 어머니가 아들의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돌리기 시작했다. 결국 조 사원의 어머니는 "네가 선택한 길이니까 스스로 책임지고 하되, 중간에 절대 후회하면 안된다"고 하면서 부산공고 진학을 허락했다.

조 사원은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에 학교 생활이 재미있었다. 기계과에서 전교 2등을 하고 내신도 1등급을 받을 정도로 공부도 잘했다. 열처리자격증과 용접자격증, 특수용접자격증 등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며 기술·기능인으로서의 꿈도 키워갔다. 또 학업우수상과 교내기능대회, 모범상 등 3년동안 받은 상장이 22개에 달할 정도로 성실하게 생활했다. 가스공사에 입사가 확정된 날, 어머니는 조 사원을 끌어안고 무척 기뻐했다. 지금은 아들의 당시 선택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조 사원은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뭔가를 선택할수 있다는 게 큰 행복이었다"며 "비싼 등록금에 학비, 책값 등 엄청난 돈을 내면서도 뚜렷한 목표 의식 없이 대학을 가서 방황하느니, 빨리 취업해서 일을 하다가 이런 부문을 배워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 대학에 가는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엄청난 학비를 어머니 혼자 벌어서 감당하기에 만만찮은 것이라고 생각해서 취직을 하고난 후 내가 학비를 벌어 대학에 가기로 마음먹었다"고 덧붙였다.

조상범 한국가스공사 경남지역본부 사원/사진= 정진우 기자
조상범 한국가스공사 경남지역본부 사원/사진= 정진우 기자
◇"내 삶은 내가 설계한다"=
남들보다 빨리 사회에 진출한 조 사원은 대학에 간 친구들이 부럽진 않을까. 그도 가끔은 자유로운 생활에 캠퍼스 낭만을 즐기는 대학생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친구들이 자신을 부러워한다고 했다.

조 사원은 "내가 못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해 친구들을 부러워 하지만, 친구들도 그들이 누리지 못하는 것에 대해 나를 부러워한다"며 "친구들이 4년간 대학에서 공부하고 취업준비할때, 난 돈을 벌면서 사회 샐활을 일찍 경험한다. 오히려 친구들보다 인생의 출발점을 놓고 보면 내가 한참 앞선거니까 후회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조 사원이 이 같이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선취업, 후진학'에 대한 확고한 신념 덕분이다. "남들이 가니까 그냥 간다"는 식의 대학 진학은 결코 자신의 인생에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 말이다. 일찍부터 자신의 길을 찾았고,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설계한 덕분에 취업을 먼저 하고 대학은 나중에 가도 좋다는 확신도 생겼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 입시제도와 채용시스템에선 자신과 같은 선택이 힘들다고 했다. 성적도 좋지 않고 공부할 맘이 없는 친구들조차 대학에 가려고 하는 현실, 그게 결국 채용시스템하고 연결돼 대한민국 청소년들을 힘들게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부모들의 인식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했다.

조 사원은 "자기 적성이 아니라 성적에 맞춰 대학의 타이틀만 보고 무작정 대학에 가는 친구들을 꽤 많이 봤다"며 "대학을 나와야지만 취업을 하고 성공할 수 있다는 그런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를 비롯해 정부에서 고졸 채용의 길을 확대해서 고등학교만 나와도, 실력만 갖췄다면 취업이 쉽게 이뤄져야 한다"며 "그래야 학력 인플레 문제도 사라지고, 대학만능주의 같은 잘못된 풍조가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상범 한국가스공사 경남지역본부 사원/사진= 정진우 기자
조상범 한국가스공사 경남지역본부 사원/사진= 정진우 기자
◇"고졸 성공신화 쓸 것"=
조 사원은 지난해 9월 고졸공채로 가스공사에 들어와 현재 경남지역본부 서부건설사무소에서 일을 하고 있다. '통영~거제 주배관 건설공사' 현장에 투입돼 기계공사 감독을 하고 있다. 주 업무는 가스배관을 설치하는 시공업체가 배관을 매설하기전에 같이 들어가 시공 상태를 체크하고 현장에 안전상태를 점검하는 것이다. 또 자재관리와 현장 감독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경남지역 가스공급의 최전방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조 사원은 가스공사의 열린 조직문화가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준다고 했다. 직급의 차이는 있지만 개인의 능력과 맡은 업무를 존중해주고, 연장자나 입사 선배들이 권위적으로 후배들을 대하는 게 아니라 팀원들이 협업할 수 있는 유기적인 조직을 만들어 준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고졸사원이라고 해서 차별을 당하거나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다"며 "오히려 연차가 어느정도 되면 업무와 관련된 분야에 한해 대학도 다니고 공부를 더 하라는 조언도 얻고, 회사 선배들이 인생 선배들로서 많은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좋은 분위기 속에서 내게 주어진 환경을 최대한 활용해 열심히 공부할 생각"이라며 "고졸 출신이란 한계를 극복하고, 가스공사 최연소 임원 그리고 사장이 되는 게 꿈이다"고 강조했다.

조 사원은 끝으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하고 싶은게 있다면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노력하라는 당부였다. 본인의 신념만 확고하다면 그 어떤 장애물이든 뛰어넘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준비된 사람에겐 항상 기회가 찾아온다. 확고한 신념을 갖고 노력하는 사람은 반드시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고졸이라고 쫄지 말라. 고졸이라고 무시하면 실력을 쌓아서 그들을 무시해 주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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