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 더 버텨라"...'電 모으기' 마지막 고비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최악의 전력난이 예상돼 공공기관에 대한 냉방기 사용이 중단된 1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한 사무실에서 온도계가 34도를 가리키고 있다.

전력당국의 수요관리활동과 산업체의 조업 조정 등 국민들의 협조로 사상 최악의 전력위기를 이틀째 버텨냈다.


전력거래소는 13일 전력 공급능력이 7703만kW, 오후 3시 피크시간대 최대전력수요는 7261만kW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예비력 400만kW 선은 무너지지 않았다.

오후 5시 현재, 예비력은 400만kW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력수급경보 '주의' 단계다. 이날 오전 11시19분 순시예비력이 450만㎾ 미만으로 떨어져 전력수급경보 1단계인 '준비'가 발령된바 있다.

이날 오전 전력거래소가 "13일 최대 전력수요는 오후 2~3시에 8050만kW를 기록하고, 상시대책 시행 시 최저 예비력은 156만kW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것에 비해 선방했다는 평가다.

전력당국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절전규제(301만kW), 산업체 조업조정(138만kW), 주간예고 수요관리(91만kW), 선택형 피크요금제(10만kW) 등의 수요관리대책을 시행했다. 여기다 현장절전을 통해 55만kW를 추가 확보했다. 이로써 총 595만㎾를 얻었다.


한국전력은 전력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직원 6000여명이 일상 업무를 중단하고 전국 각 지역의 전력다소비 고객을 찾아 절전을 호소했다.

한전에 따르면 직원들은 지난 12일부터 △고객사 1만여곳 방문 △지인 전화안내 26만여통 △13만통 이상의 고객 전화안내 등 전방위 절전 활동을 펼쳤다. 이날도 한전 사무실의 내부온도는 34도까지 치솟았다.

직원 활동으로 절약한 전력량은 화력발전소 3기에 해당하는 160만kW로, 이를 수요관리제도 시행으로 감축하려면 3일간 170억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전날에 비해 습도가 8%포인트 가량 떨어진 것도 전력수급이 심각한 상황까지 내몰리지 않는데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서울지역의 날씨는 기온 32.4도, 습도 44%를 나타내고 있다. 전날 오후 3시엔 기온 31.9도, 습도 52%였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전력당국의 분위기는 긴박했다. 오전 9시7분, 전력거래소는 70만kW의 전력을 아낄 수 있는 전압조정을 실시했다. 전압조정을 오전 10시 시행했던 12일에 비해 1시간 정도 빠른 조치다. 오전 전력수요가 70만kW 정도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전규제가 시작된 10시 이후로는 전날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의 전력수요치를 유지했다.

전력거래소는 14일을 마지막 고비로 보고 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하루, 이틀 더운 건 참아도, 사흘 더운 것은 참기 어려운 '누적효과'가 있다"며 "어제 오늘은 잘 넘어갔지만 내일을 고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력당국은 광복절인 15일과 금요일인 16일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말에는 비가 올 것으로 예보돼 사실상 14일만 버티면 된다는 설명이다.

한전 관계자는 "14일도 비상체제는 유지한다"면서도 "기업과 국민들이 12~13일처럼만 전기를 아껴주면 큰 위기는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12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제12회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열고 "한울 원전 4호기의 재가동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전력 공급의 최대 변수로 꼽혔던 한울4호기의 재가동이 23개월 만에 승인되면서 추가로 100만kW의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로써 긴박했던 전력수급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