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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증세보다 공약수정이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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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8.22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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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증세보다 공약수정이 용기다
 지난 5월 취임한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2대에 걸친 인연으로 화제를 낳았다. 김 원장의 부친은 9년 넘게 비서실장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보좌한 김정렴씨.

 박근혜 대통령에겐 여러 모로 각별한 KDI에서 전날 현 정부의 핵심공약 중 하나인 '무상보육' 정책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엄마의 소득수준과 취업 여부에 관계없이 주 68시간 무상보육을 실시하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재검토를 주문한 것. 무상보육비로 매년 4조원가량을 지출해도 주부 재취업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KDI조차 복지공약의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박 대통령의 입장은 확고부동해 보인다. 현 정부가 실질적으로 일한 지 반년이 채 안 되는데 벌써부터 핵심공약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사실 대통령의 공약 실천 노력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대통령이 취임 후 다반사로 대선공약을 번복한 우리 정치풍토에서는 신선하기조차 하다.

 그럼에도 복지공약 수정 주장이 끊이지 않는 것은 천문학적 재원 마련에 대한 의구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서다. 9분기 만에 겨우 0%대 성장을 탈피했지만 하반기 정부목표치 3%대 성장은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경기회복이 부진할 경우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공약재원을 계획대로 거두기 힘들다.

 당초 135조원 규모보다 복지예산이 더 많아질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박근혜정부의 공약 이행에 필요한 예산을 정부발표 135조원보다 50조원 더 많은 최대 185조원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세제개편안에서 확인됐듯이 '복지증세'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하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복지증세를 부담하겠다는 응답자는 40%에 불과했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로 미래세대에 크나큰 재정부담을 안겨준다는 점이다. 2017년 우리 사회의 고령화율은 15.6%, 2026년은 2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고령화로 현 정부에서 도입된 각종 복지제도의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가령 만 65세 노인 중 하위소득 70%에 월 20만원을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제도'를 내년 7월부터 시행할 경우 2020년에는 13조5000억원이 든다. 지난해 기초노령연금 지급 총액은 3조9725억원이었다.

 정구현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는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신간에서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기 직전 15년 간은 조세부담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 현행 복지제도를 유지해야 한다. 새로운 복지프로그램을 도입하기보다 현행 제도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6년 초고령사회 진입과 남북한 통일에 대비해서 재정건전성과 증세 여유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복지는 확대하되 소득수준 등을 감안하지 않는 '보편적 복지'는 점진적으로 실현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충분히 공감되는 얘기다.

 박 대통령이 야당의 압력에도 '부자증세'나 국채발행을 거부한 것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하반기 경제살리기에 전념하는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 등은 자칫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만연한 탈세, 세출구조조정, 누수액 예방 등을 통해 복지공약 추진을 수시로 강조하는 것은 정확한 진단이다.

 이 같은 노력을 다하고도 재원이 부족할 경우 증세보다는 공약을 수정해야 한다. 국민과의 약속을 최우선에 두려는 박 대통령의 진정성은 높이 평가할 만하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은 과감히 수정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박정희 대통령이 수시로 경제개발전략에 조언을 구한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도 KDI의 복지공약 수정 건의를 좀 더 진지하게 검토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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