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당한 '하우스푸어'…수도권 30만가구 '멘붕'

　"9억원 넘는 아파트도 취득세 감면 혜택이 있는데 6억~7억원대 아파트는 왜 헤택이 없는 거죠. 매번 대책이 나올 때마다 6억원이 기준이어서 늘 '찬밥' 신세가 되기 일쑤에요." (서울 강남 도곡동 인근 O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정부가 지난 28일 '8·28 전·월세대책'을 통해 주택 취득세율을 현행 2~4%에서 1~3%로 낮추고 다주택자에 대한 차등 부과도 폐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현행 9억원 이하 1주택 2%, 9억원 초과 및 다주택자 4%인 취득세율을 6억원 이하 1%,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2%, 9억원 초과 3%로 조정한다는 것이다. 6억원 이하 다주택자는 집값의 최대 3%까지 취득세를 감면받을 수 있게 된다.

　문제는 6억~9억원 1주택자의 경우 취득세율이 종전과 같이 2%로 유지돼 아무런 혜택이 없다는 점이다. 수도권 중대형 '하우스푸어'들이 소유한 아파트값이 대부분 이 구간에 밀집해 있는데 매번 대책이 나올 때마다 소외받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취득세 감면 효과를 누릴 수 없게 되면 당장 집 팔기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경기 용인 성복동 인근 S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취득세가 집값이 비해 훨씬 작은 금액이지만 혜택이 주어질 때 구매하려는 게 소비자들 심리"라면서 "6억원 넘는 중대형 아파트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귀띔했다.


　2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수도권 소재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아파트는 총 29만1256가구에 달한다. 서울이 20만9430가구로 가장 많고 경기와 인천이 각각 7만4816가구, 7010가구 등이다. 특히 물량이 가장 많은 서울 송파구의 경우 관내 전체 아파트의 42.8%인 4만3874가구가 이 구간에 속해 있다.

　집값 하락으로 '하우스푸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되는 1기 신도시에선 분당이 2만3035가구로 가장 많고 용인도 1만593가구나 된다.

　경기 성남 정자동 인근 K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집을 팔려고 내놓은 아파트들 중에 6억원 넘는 중대형 물건이 많은데 거래가 거의 없다"며 "6억원 안되는 중소형들은 혜택이 없어도 찾는 수요가 많은데도, 정작 혜택은 6억원 이상 주택에는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6억원 이상 중대형 침체 더 깊어질 듯"

　취득세뿐 아니라 이번 대책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수익·손익공유형 모기지제도도 전용 85㎡ 이하면서 6억원 이하 아파트에 한정했다. 1~1.5% 초저리로 집을 구매할 수 있어 대책이 나오자마자 관심이 뜨겁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6억원 이하로 한정하면서 6억원 이상 아파트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렇다 보니 전용 85㎡를 초과하고 6억원 넘는 중대형 아파트는 수도권 주택시장 침체의 상징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꼬집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수도권 중대형아파트 시장의 어려움은 △큰 폭의 가격 하락 △거래경색의 장기화 △분양시기 연기와 물량 누적 △주택 금융 부실 주도 등 크게 4가지 리스크로 정리할 수 있다"며 "이번 대책으로 6억원 이상 중대형이 혜택에서 제외되면서 침체가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인만 굿멤버스 대표는 "우는 아이에게 우유 하나 더 주고 배고픈 사람에게 떡 하나를 더 주는 것이 상식"이라며 "현재 부동산시장 대책은 오히려 어려운 중대형과 다주택보유자들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