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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도 누군가의 가족"…콜센터 직원의 '처절한'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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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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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1.12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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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소비 좀 먹는 블랙컨슈머] (6-1) 상담원 감정노동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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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의 정부콜센터 모습/사진=뉴스1
지난 6일 오전 10시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고객콜센터. 건물의 2개층을 사용하는 콜센터에는 상담사 200여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칸마다 위치한 직원들은 저마다 헤드폰 너머로 고객과의 상담에 분주했다.

상담사의 하루 근무시간은 점심을 포함한 9시간 정도. 직원들은 개인당 하루 평균 120건에 달하는 문의에 응답한다. 평균 상담 시간은 2분30초쯤. 전기 요금에 대한 간단한 질문부터 이해가 까다로운 전기 설비에 대한 문의도 평균 시간 내에서 대부분 해결됐다.

하지만 '특수 케이스'는 있었다. 전체 상담 건수를 고려하면 일부였지만 1시간 이상, 때론 3시간을 훌쩍 넘기는 경우도 있다. 근거 없는 꼬투리나 업무와 관련 없는 이야기로 전화한 '아주 특별한 고객들'이었다.

이른바 '악성 고객'. 이들 중 상당수는 불만이나 항의를 넘어 '재테크' 차원으로 기업에게서 한 몫 챙기려는 블랙컨슈머로 분류된다. 얼굴도 모르는 상담사를 '먹잇감'으로 노리며 수단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 공격을 감행한다.

이선우 한국전력 서울고객센터 VOC(Voice Of Customer·고객의 소리)팀장은 "다양한 문의 가운데 소중한 고객의 조언과 충고도 있지만 '악성 민원'도 상당한 편"이라고 말했다.

무차별 공격법은 다양하다.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여직원을 상대로 하는 성희롱이 비일비재하다. 이 팀장은 "욕설 없이도 비꼬는 말투로 자존심 상하게 하고, 이유 없이 걸어 오는 장난전화도 많다"고 귀띔했다. "상담하는 어투로 말하지 말라" "하나 둘 셋 안에 대답해라" 등 콜센터 직원에 대한 '명령'도 부지기수다.

한 콜센터 직원은 "상담사도 누군가의 가족이다"고 말했다. '처절한 외침'으로 들렸다.

"상담사도 누군가의 가족"…콜센터 직원의 '처절한' 외침

◇ 욕설하며 '무차별' 항의하던 고객…'극약 처방'하자 "미안하다" 너스레

지난달 한국전력 콜센터에 전화한 악성 고객. 요금 체납에 수차례 단전 경고를 받았지만 꿈쩍도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전기가 끊기자 분개했다. 요금 지불이 아닌 '무차별 항의'를 해 '항복'을 이끌어낸 뒤 공짜로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 전화했다.

이 팀장은 "A씨는 '전기를 보내라'는 주장 뒤에 입에 담기 어려울 수준의 욕설로 상담사를 괴롭혔다"며 "욕설을 하지 말라는 수차례의 당부에도 멈추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콜센터는 불가피하게 최후의 카드를 선택했다. "법적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가 전달됐다. 구두 경고에도 끊이지 않은 욕설에 대한 극약처방. 한전 콜센터가 운영하는 '악성민원시스템'의 마지막 단계다. '효과'는 컸다. 악성고객 A씨는 한국 사회의 '정(情)'을 운운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 팀장은 "법적 대응을 경고 받은 A씨는 '한국은 정 있는 사회 아닙니까'라고 전화했다"며 "뒤늦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욕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 '악성 중의 악성' 대응하는 전문가도 버겁기는 마찬가지

'진상 고객'은 전문가 중 전문가도 대응하기 버겁다. 7일 만난 모 금융사의 소비자보호 관계자 B씨는 "하루에도 3차례씩 매일 연락하는 사람부터 피해액의 1000배를 보상하라는 악성 고객까지 종류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1000여명이 근무하는 콜센터의 단계적 대응에도 해결치 못한 '악성 중의 악성'을 상담하는 전문가다.

B씨는 "악성 고객들은 보상 기준이 없는 상황에도 무조건적인 금전 보상을 바라는 경우가 많다"며 "근거가 모호한 정신적 피해를 말하거나 때로는 보상 수준을 협상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한 고객은 동의를 통해 대체 상품을 제공 받았지만 '적립금을 없앴다'고 항의해 왔다. 그는 여러 상담사를 괴롭히더니 "사장에게 직접 받겠다"며 회사를 방문하기도 했다. 해당 고객은 현금 1000원 수준의 적립금에 정신적 보상을 얹어 100만원을 요구했다.

그는 "애초 고객의 잘못된 항의였지만 보상액을 50만원, 10만원 수준으로 낮추며 협상까지 했다"며 "업무 시간까지 방해한 것이어서 피해가 컸다"고 속상해 했다. 이어 "회사의 잘못에 대한 보상은 철저히 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하지만 '상식'에 어긋난 무차별 고집은 다루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 '지능화'되는 악성 수법…필요한 것은 '변화'

반복되는 악성 수법에 업계 전문가들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사 관계자 B씨는 "최근 무차별 항의 외에도 악성 고객들의 수법이 지능화되고 있다"며 "콜센터에는 '사장 바꿔라'하고, 금융감독원에는 근거없는 '민원 제기'를 벌인다"고 말했다.

감독 당국 등 정부가 블랙컨슈머 대응에 적극 나설 필요성도 제기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은 악성 고객 등 민원에 대한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은 채 '민원 접수 통계'만을 근거로 금융사를 평가한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이선우 한국전력 VOC팀장은 "최근 법적 대응 등 악성고객에 대처하는 시스템이 강화되고 있다"며 "하지만 제도 보완보다 중요한 것은 '콜센터는 막 해도 괜찮은 곳이 아니다'는 인식 변화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정노동자들을 위한 배려 분위기가 사회에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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