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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간초가도 억대…매물없어서 못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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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천(전남)=김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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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2.21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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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주택을 찾아서]<6>전라남도 순천시 '낙안읍성 민속마을'

[편집자주] 국토교통부가 2015년부터 100년 주택인 '장수명 아파트' 인증제 도입에 나선다. 유럽에선 100년 주택 찾기가 어렵지 않지만 고속성장을 하며 재개발·재건축을 해온 국내에서는 100년 넘은 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 주택이 100년 이상을 버텨내려면 유지·관리비도 만만치 않다. 100년을 버텨온 주택을 찾아 역사와 유지·관리 노하우, 어려움 등을 알아본다.
전라남도 순천시 낙안읍성민속마을 전경 / 사진=김유경기자
전라남도 순천시 낙안읍성민속마을 전경 / 사진=김유경기자
 전라남도 순천시 낙안읍성민속마을은 매년 10월부터 12월까지 '초가지붕 이엉이기'로 분주하다.

 낙안읍성을 방문한 지난 7일에도 이곳 주민들은 마을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볏짚을 묶는 작업을 하거나 마을 쉼터 지붕 위에 이엉이기를 하고 있었다. 작은 방 한칸짜리 규모의 이엉이기를 하는 데도 6명의 인원이 투입됐다.

 순천시내에서 낙안읍성마을로 들어가는 버스는 많지 않았다. 특히 63번 버스는 2시간마다 운행하는데, 주말 오전 이 버스는 서울 출·퇴근 시간의 '만원버스'를 방불케 했다.

 2시간을 기다릴 수 없어서 차문 앞까지 빼곡히 탔다가 한 사람이 내리면 우루루 내려 할머니의 보따리짐을 서로 내려주고 다시 우루루 타는 일이 반복됐다. 굽이굽이 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그렇게 조선시대로 거슬러 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시간 같았다.

 버스정류장에서 낙안읍성 안으로 들어서기 전 이미 눈앞에는 초가집 여러 채가 펼쳐졌다. 그중 담 너머로 무화과나무가 보이고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는 초가집이 눈에 띄었다. 열린 문틈 사이로 보이는 할머니에게 이끌려 불쑥 들어갔다.

낙안읍성 밖에 있는 초가집. 열린 대문 사이로 할머니가 결명자 씨를 털어내는 모습이 보인다. / 사진=김유경기자
낙안읍성 밖에 있는 초가집. 열린 대문 사이로 할머니가 결명자 씨를 털어내는 모습이 보인다. / 사진=김유경기자
 84세의 할머니는 마루에 걸터앉아 결명자씨를 털고 있었다. 불청객일 수 있는데 할머니는 고구마가 맛있다며 가져다 먹으라고 수차례 권했다. 문 앞에 성함이 써 있었지만 할머니는 이름 밝히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열아홉에 이 집에 시집왔으니까 이 집은 100년도 훨씬 넘었어. 시집오기 전에도 인근 동네에서 살았으니까 평생 이 고장에서 산거지. 아이들은 다 분가해서 이제 혼자 살아. 같이 살자고 하는데 불편하지. 평생 여기서 살았는데…."

 초가집 생활이 불편하지 않은지 여쭤보자 예상 밖의 답변이 나왔다. "이엉이기가 가장 불편하지. 매년 새로 지붕을 얹어야 하는데 이엉이기할 사내가 없으니까. 그거 말고는 불편한 거 없어."

 1960~70년대 당시에는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꿔 편했는데 다시 초가로 바꿔 불편해졌다는 게 할머니의 설명이다. 낙안읍성을 매년 120만명 넘는 관광객이 찾는 이유가 초가지붕 때문일 텐데 명물이 된 이엉이기가 일부 주민에겐 가장 귀찮은 일이란 얘기다.

낙안읍성 내 규모가 큰 초가집. / 사진=김유경기자
낙안읍성 내 규모가 큰 초가집. / 사진=김유경기자
 낙안읍성 이장인 송갑득 명예별감은 "새마을운동 때 성 밖에 있는 초가 중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집들이 슬레이트나 기와로 바꿨는데 1983년 사적 302호로 지정된 후 1985년부터 초가로 복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곽 내 초가들은 대부분 오래돼서 지붕을 교체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초가를 유지해왔다고 덧붙였다.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낙안읍성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계획도시(성 내외 22만3108㎡)다. 312채의 초가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읍성에는 현재 108가구, 288명의 주민이 거주한다. 주민들의 평균연령은 50~60대.

 생업은 농사다. 초가지붕 이엉이기는 추수 때와 맞물려 시작된다. 이엉이기가 시작되면 반드시 하루에 마무리해야 한다. 삼간초가 등 작은 건물은 5~6명이 하루에 2채 정도 끝낼 수 있지만 큰 집은 7~8명이 하루 종일 작업해야 한다는 게 송 이장의 설명이다.

낙안읍성 밖에 있는 쉼터 지붕에 이엉이기를 하고 있는 모습 / 사진=김유경기자
낙안읍성 밖에 있는 쉼터 지붕에 이엉이기를 하고 있는 모습 / 사진=김유경기자
 초가 본채 외에 화장실, 헛간 등까지 포함해서 이엉이기를 해야 하는 건물은 300여동이다. 하지만 이엉이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게 문제다. 12월 초·중순까지 이엉이기를 해야 하는 이유다.

 대한민국 3대 읍성 중 하나인 낙안읍성은 원형이 잘 보존된 성곽(1410m) 길을 걷는 게 묘미다. 동문으로 들어와 객사와 동헌, 내아를 지나 김대자 가옥을 둘러보고 서문에서 남문으로 이어지는 성곽길을 걸으면 낙안읍성의 아름다운 초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낙안읍성에서 가장 오래된 초가로 알려진 김대자가옥. / 사진=김유경기자
낙안읍성에서 가장 오래된 초가로 알려진 김대자가옥. / 사진=김유경기자

김대자가옥.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내부, 바깥 아궁이, 우물과 장독대, 부엌 전경. / 사진=김유경기자
김대자가옥.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내부, 바깥 아궁이, 우물과 장독대, 부엌 전경. / 사진=김유경기자
 낙안읍성에서 가장 오래된 초가는 김대자 가옥으로 알려졌다. 19세기 초에 건축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에 대청을 둔 한 일(一)자 모양의 4칸 전퇴집(앞에 마루가 있는 집)이다. 작은방 앞 처마 밑에 토담을 둘러쳐서 한 칸 반의 부엌을 만든 것이 특징이다. 이는 중부지방의 오래된 민가에서 가끔 볼 수 있는 방법이다.

 마당에는 우물이 있어 아직 사용하고 있으며 우물 왼쪽에는 장독대와 바깥 아궁이가 있다. 바깥 아궁이는 여름에 약을 달이거나 빨래를 삶을 때 쓰는 아궁이다.

 부엌에는 아궁이와 커다란 솥을 올려놓은 부뚜막이 눈에 띄며 천장은 서까래가 드러나 보인다. 이 집은 현재 젊은 주인이 사들여 전통가옥 체험장으로 개방하고 아이들을 키우며 살고 있었다.

 이재분 낙안읍성 해설사(57)는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가옥은 9채며 이중 김대자가옥이 200여 년 전에 지어진 것으로 가장 오래된 가옥"이라고 설명했다.

이방집으로 유명한 박의준 가옥 / 사진=김유경기자
이방집으로 유명한 박의준 가옥 / 사진=김유경기자
 이방집으로 유명한 박의준가옥도 19세기 중엽에 건축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후기 지방 토호가옥의 전형적인 구조로 돼 있다.

 안채의 규모는 정면 4칸으로 왼쪽부터 부엌 안방(큰방) 안마루(상청) 건넌방(작은방) 순으로 1칸씩이다. 작은방에는 반 칸 크기의 마루가 이어져 있다. 부엌은 측면 2칸이고 방과 상청은 앞뒤 마루가 있다.

이재분 낙안읍성 해설사.
이재분 낙안읍성 해설사.
 낙안읍성 초가는 대부분 사유재산으로 매매가 가능하다. 싸지는 않다. 이 해설사는 "초가집이라도 살 만한 아파트 1채 값 정도 된다"며 "1억~2억원 정도인데 매물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초가집에 사는 것이 편하지는 않을 텐데 상대적으로 비싼 이유는 불편을 감수하고 전통을 지키는 가치에 대한 보상이 적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단 낙양읍성에 입성하면 먹고 사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시에서 노인들에게 일거리를 주고 민박 운영으로 얻는 수입도 있기 때문이다.

 옥사 옆에서 볏집을 잇는 작업을 하던 할머니는 "스무 살에 낙안읍성으로 시집 와서 여든 살 노인이 됐다"며 "시에서 일거리를 주는데 일을 손에 잡으면 덜 아프고 돈 버는 재미도 있다"고 했다.

 송갑득 명예별감은 "관람료의 일부를 보호구역 안에 있는 108가구에 문화재 관리 명목으로 나눠준다"며 "노인 일자리도 개발 중이지만 생업은 농사"라고 말했다. 낙안읍성의 관람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이다. 연간 관람료를 내는 방문객이 120만명이어서 관람료 수입은 연간 20억원 내외에 달한다.

 음력정월 대보름민속한마당 큰잔치, 5월 낙안민속문화축제, 10월 남도음식문화큰잔치 등 행사 때는 관람료를 받지 않는다. 낙안읍성은 2020년 세계문화유산 본등록을 신청할 계획이다.
옥사 옆 초가집에 사는 할머니. 볏집을 잇는 작업을 하고 있다. / 사진=김유경기자
옥사 옆 초가집에 사는 할머니. 볏집을 잇는 작업을 하고 있다. / 사진=김유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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