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새 1억원 뛰었다는 아파트값 알고보니…

자료제공=한국감정원

"압구정로(압구정동) 신현대9차 86㎡(이하 전용면적)는 지금 호가에서 500만원만 깎아줘도 급매물이에요. 139㎡ 호가는 16억원 후반에서 17억원 선인데 지난해 여름보다 1억원 가량 올랐죠." (신현대9차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

주택시장 회복 기대감이 커졌다. 정부가 지난해 각종 부양책을 내놓은데 이어 올들어 관련 기관들이 거래 증가와 가격 상승을 의미하는 자료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서다.


실제 국토교통부는 지난 13일 관련 자료를 통해 1월 주택 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었고 실거래가격도 강보합세라며 주택시장의 회복세를 자신했다.

그렇다면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주택 시세를 조사·발표하는 한국감정원 자료는 얼마나 현실을 반영하고 있을까? 감정원이 제공한 서울시내 아파트 중 상승률 및 상승액 상위 15위를 대상으로 2010년 이후 실거래가를 전수 조사해 분석했다.

우선 상승액 1위를 기록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9차 139㎡(국토부 실거래가 홈페이지상에는 '152㎡'로 게재). 감정원은 이 아파트 매매호가가 최근 한주새 1억원 올라 17억~19억원 선이라고 밝혔다.


17일 국토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이 아파트 매매가는 2010년 9월 25억4000만원(9층)에서 2012년 10월 17억5000만원(11층)으로 2년여만에 7억9000만원 급락했다. 2013년 9월엔 16억4000만원(1층)에 거래됐고 가장 최근인 같은 해 11월에는 12억1000만원(4층)에 거래 신고됐다.

인근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정부발 시장 회복 소식이 전해지면서 집주인들이 매도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덕분에 거래는 없다"고 말했다.

상승액 2위에 오른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 108㎡. 감정원은 이 아파트의 현 시세가 15억5000만~17억8000만원으로, 한주전보다 5000만~8000만원 뛰었다고 밝혔다. 실거래가는 2010년 12월 17억~18억원이었으나, 지난해 8월엔 16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전주대비 12~13% 올라 상승률 1위를 기록한 동작구 상도동 갑을명가1차 62㎡(호가 2억6000만~2억8000만원)의 경우 2010년 이후 거래된 물건은 고작 4건. 최근 2년간 거래가는 2억8500만원을 유지했다.

한주전보다 호가가 5.9~6.7% 올라 두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은평구 응암동 대주파크빌 59㎡. 감정원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현재 호가는 2억4000만~2억7000만원. 2011년 2억4600만원에서 지난해 8월까지 2억5000만원 안팎의 거래가를 기록한 후 그해 10월 2억7500만원까지 신고가액이 올랐다. 이후 거래는 없었다.

최근 호가가 가장 많이 올랐다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실거래가를 살펴본 결과 대부분 가격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떨어진 곳이 많았다. 때문에 거래 증가와 시세 상승에 따른 시장 회복세로 보긴 무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감정원 관계자는 "제공 자료는 모니터요원이 중개업소 호가를 조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전문가는 "실거래 건수나 가격 변동이 없어도 중개업소에서 알려준 호가에 따라 아파트값이 1주일만에 1억원씩 오르내린 셈"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