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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만 보고 걷는다" '80m 싱크홀' 석촌동 일대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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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원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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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8.20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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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석촌 지하차도 종점부 / 사진=이원광 기자
19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석촌 지하차도 종점부 / 사진=이원광 기자
"거리에 사람이 없잖아요. 다들 장사 안된다고 난리에요."

19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송파구 석촌동 지하차도. 인근 상점과 주택가가 무색했다. 롯데호텔과 상점가로 향하던 차량도 눈에 띄게 줄었다. 지하차도 앞 정류장을 지나던 버스들도 약 1km 떨어진 지하철 9호선 공사 구간에 앞에서 우회했다. 지난 13일 석촌 지하차도 밑에서 80m에 달하는 대형 동공이 발견된 이후 석촌동 일대의 모습이다.

◇ "기둥 가로 방향 균열, 침하 증거"

석촌동 지하차도 안은 신축 공사장을 연상케 했다. 통행이 전면 금지된 채 안전모를 착용한 공사관계자 10여명만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푸른색 대형 천막 2동이 눈에 띄었다. 최근 발견된 80m 동공 입구를 덮어놓은 것. 동공 앞까지 오는 데도 2차례에 걸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야 했다.

석촌 지하차도를 받치고 있는 50여개의 기둥에는 균열을 표시한 크랙 게이지(crack gauge)가 보였다. 기둥에 세로로 붙여있는 크랙 게이지는 기둥의 균열이 가로 방향으로 발생했다는 것을 나타냈다. 통상 클랙 게이지는 균열의 방향과 수직으로 놓이기 때문.

전문가들은 이런 가로 방향 균열이 동공으로 인한 침하의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위에서 하중을 받아 생긴 균열은 세로로 생기는 데 반해 동공으로 인해 기둥 밑이 가라앉으면서 생기는 균열은 가로 방향으로 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흙으로 이뤄진 이 일대 지반을 고려했다면 지하철 9호선 공사 구간을 더 지하로 계획해서 동공이 생기는 것을 막았어야 한다"며 "이것이 불가능했다면 충분한 공사 기관과 예산을 투입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동공 현상이 알려진 사실보다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현장에서 보수 공사를 감독하는 서울시 관계자는 "모래로 이뤄진 지반에서 공사를 하다 보면 동공이 생기기도 한다"며 "'매트 기초'(약 1m 두께의 콘크리트 기초) 위에 지하터널을 뚫었기 때문에 침하될 가능성은 없다. 싱크홀 논란에 앞서 하루 빨리 공간을 메우는 응급 공사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19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석촌 지하차도 내부 기둥의 균열을 표시한 '크랙 게이지'(crag gauge) / 사진=이원광 기자
19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석촌 지하차도 내부 기둥의 균열을 표시한 '크랙 게이지'(crag gauge) / 사진=이원광 기자
◇ 인근 주민들 "땅만 보며 걷는다"

석촌 지하차도 밑 동공 논란에 정작 피해를 입는 것은 시민들이었다. 석촌동 지하차도 통행 금지로 유동인구와 교통량이 줄자 인근 상인들은 매출에 손해를 봤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자동차 정비 부품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씨(44)는 "차가 서질 않는다. 이 곳 상인들은 장사가 안된다고 난리"라며 "여기가 차들로 꽉 차야 되는데 한 블록 옆 도로에만 차들이 다닐 뿐 여긴 차도 사람도 없다. 사고 이전보다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버스 정류장 인근에서 정차하던 택시기사 남모씨(63) 역시"20년 동안 이곳에서 택시일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버스가 안 다니니까 택시 타는 사람들을 찾아 이곳에 오긴 했지만 정작 잠실로 가자는 손님이 없어 빈 택시로 이곳에 온다"고 밝혔다.

이 곳 주민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석촌동 주택가에서 30년 이상 거주했다는 김모씨(여·61)는 "너무 불안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다녀도 애들 보고 여기 다니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하철이고 롯데타워고 하나도 반갑지 않다"며 "다들 상업적인 이익만 생각하고 안전은 뒷전이다. 그 동공이 우리 집 밑에 없으란 법이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근 삼전동에서 걸어서 석촌동 편의점까지 출퇴근을 한다는 장모씨(여·29)는 "(동공이 발견된 이후) 땅만 보면서 걷게 된다"며 불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혹시 땅이 꺼질까 천천히 걷기도 한다"며 "부모님이 '그 곳에서 빨리 나오라'며 불안해 하신다"고 말했다.
19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석촌 지하차도 내부 / 사진=이원광 기자
19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석촌 지하차도 내부 / 사진=이원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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