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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복합유통단지 '광풍'…남은 건 '소송과 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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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성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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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1.1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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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후']서울 서초구 '파이시티 개발사업'


- 9만6000㎡부지·2.4조 프로젝트
- 용도변경 인 · 허가 지연에 표류
- 이자부담·불황…2010년 '파산'

- 로비·불완전판매 비리도 드러나
- "인수희망자 있어도 개발 어려워"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2004년 1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 소유권이 2003년 파산한 진로종합유통에서 법원 경매를 통해 경부종합유통에 넘어갔다. 이 땅의 새주인은 터미널 부지를 용도변경해 유통타운으로 바꾼다는 계획을 세우고 그 해부터 시행사로서 복합유통센터 건설을 추진했다.

경부고속도로 양재나들목과 바로 붙어있는 양재동 화물터미널 터에 '국내 최대 복합유통단지'가 조성된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유통·부동산·금융계 등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경부종합유통은 2006년 11월 회사명을 '파이시티'로 바꿨다.

10년이 지난 2014년 10월22일. '파이시티사업'은 결국 파산선고를 받으면서 최종 무산됐다.

그 사이 부동산경기 침체, 사업비 마련을 위해 조달한 차입금 부담, 약 6년이나 걸린 인·허가, 특혜시비, 정·관계 로비, 법정관리인 피습사건 등이 이어지면서 10년 전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유통물류 핵심지역' 청사진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남은 건 소송과 투자자들의 손실뿐이다.

◇'500만명 배후 거느린 국내 최대 복합유통단지' 출발
파이시티사업은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9만6000㎡ 부지에 2조4000억원을 투입해 오피스빌딩, 쇼핑몰, 물류시설 등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로 기획됐다.

이 부지는 경부고속도로 양재나들목과 접하고 대형 유통점 '양재 코스트코'가 도로 건너편에, 현대차 본사 사옥과는 경부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어 '알짜배기땅'으로 꼽혔다. 여기에 당시 인근 우면지구와 내곡지구 등의 개발이 예정돼 있어 반경 5㎞ 내에 100만명, 10㎞ 내에 500만명의 배후인구를 둘 것으로 전망됐다.

시행사 파이시티는 사업준공까지 2조4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백화점 부지와 일부 오피스빌딩 매각, 쇼핑몰 임차보증금 등을 통해 9000억원가량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여기에 PF(프로젝트파이낸싱)로 1조5000억원을 조달,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 파이시티는 당초 계획대로 시설물들이 순조롭게 매각되면 3조3288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단일 프로젝트 개발로 9700억원에 달하는 개발이익을 노린 것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터미널 부지라는 태생적 용도 제한 때문에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았다. '유통업무설비' 용도로 지정된 땅에 상업시설을 지으려면 도시계획시설 용도변경이 필요해서다. 당시 업계에서도 이 같은 우려 때문에 사업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파이시티는 2005년 12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대규모 점포 등 상업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받았고 양재동 터미널 부지의 공공성을 감안해 인근 부지까지 통합개발하는 조건으로 2006년 5월 도시계획 세부시설 변경이 결정됐다. 이 당시부터 특혜의혹이 곳곳에서 제기됐지만 여기까지는 순조로웠다.

◇인·허가만 6년…사업표류 속 무리한 자금조달 부담이 '발목'
문제는 용도변경 후 건축 심의. 주차장 부족과 대규모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 등의 문제로 서울시 건축위원회에서 수 차례 재심 판정을 받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파이시티가 최종 건축허가를 받은 것은 2009년 11월.

2007년 이전에 끝날 것으로 예상한 인·허가가 2년가량 늦어지면서 파이시티가 금융권에서 대출받은 자금의 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와 부동산경기 침체로 시장은 극도로 얼어붙었다. 공사를 시작도 못한 채 사업 추진이 중단됐다. 당시 파이시티가 이자까지 합쳐 우리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에 갚아야 할 돈은 1조원대에 달했다.

시공은 대우자동차판매와 성우종합건설이 맡을 예정이었다. 관행대로 자금력이 약한 시행사를 대신해 시공사가 대출에 대한 지급보증을 하고 8900억원 규모의 PF대출을 받았다. 우리은행이 금융주간사를 맡았다.

우리은행 NH농협은행 교원공제회 등 대주단이 5000억원을 PF로 대출했고 나머지 3900억원은 하나UBS자산운용이 부동산펀드로 조달했다. 부동산펀드 중 우리은행은 1900억원어치를 특정금전신탁으로 고객들에게 판매했다.

이자는 시공사 대우차판매와 성우종합건설이 대납해야 하는 상황. 2009년 2월 부동산펀드 등의 대출만기가 도래했지만 시공사들의 지급보증으로 만기를 연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우차판매와 성우종합건설이 2010년 4월과 6월 잇따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다. 결국 파이시티는 건축 인·허가는 받아냈지만 공사를 진행할 자금줄이 막혔다. 이에 시행사 대표의 횡령사건까지 터지자 채권단은 2010년 8월 법원에 시행사 파산신청을 냈다.

이에 시행사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맞섰고 결국 2011년 12월 ㈜파이시티와 ㈜파이랜드의 법정관리가 개시됐다. 이어 2012년 3월 포스코건설이 시공사로 확정됐다.

지난해에는 M&A(인수·합병)를 추진하면서 신세계백화점, 롯데마트 등이 포함된 STS개발 컨소시엄과 약 4000억원에 M&A 본계약까지 했지만 인·허가 재인가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국 무산됐다. 이미 2013년 4월 실시계획인가, 7월 건축허가가 차례로 취소됐다.

◇정·관계 비리, 금융계 모럴해저드 파문…파산 이후 잇단 소송전 예고
파이시티사업은 금융권과 정·재계에도 적잖은 파문을 낳았다. 파이시티의 이정배 전 대표가 이명박정권 실세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게 파이시티 인·허가를 둘러싸고 거액의 금품로비를 했다는 비리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서다.

파이시티사업의 인·허가가 미뤄지면서 생긴 일이다. 최 전위원장은 2006년 7월부터 2008년 2월까지 파이시티사업의 인·허가 로비청탁 명목으로 고향 후배이자 브로커인 이동율씨와 이 전대표에게 각 2억원과 6억원 등 모두 8억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6억원을 선고받았다.

파이시티 투자상품을 파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불완전판매를 한 것이 드러나 우리은행 이순우 행장 등 임직원 20여명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징계를 받기도 했다.

우리은행 팀장 2명은 대출과 관련해 수십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2011년 5월에는 파이시티 법정관리인 김광준씨가 출근길에 조직폭력배에게 수 차례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 파이시티는 파산관재인이 모든 관리처분권을 행사하면서 파이시티 등이 보유한 현금 등 자산을 채권자들에게 분배하는 절차를 진행한다. 1조원에 달하는 채권 가운데 다수는 은행권에서 보유하고 있지만 일반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는 어려울 전망이어서 소송전이 예상된다.

파이시티 한 관계자는 "대주단이 현재 파산한 회사에 대한 M&A나 토지공매 등을 진행하는 방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며 "인·허가와 관련한 문제를 서울시와 서초구가 어떻게 매듭짓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분간 파이시티 부지 개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인수희망자가 나타나더라도 다시 인·허가를 받고 사업을 일정궤도에 올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대기업, 백화점 등이 매입을 확약하는 방식이 아니면 개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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