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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0명,소득세법 6명… 국회의원, 반대표 '안'던지나 '못'던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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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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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1.2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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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연말정산 증세 논란' 국회 책임론… 법안 처리 시스템 개선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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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 '증세' 논란을 가져온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는 왜 '못' 막았을까. 아니 '안' 막았을까. 국회 본회의 표결 당시 반대한 국회의원이 6명에 불과한 데 대해 여야 정치권의 책임론이 대두하고 있다.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국민 호갱(호구 고객)법' 비판이 빗발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개정안도 반대 의원 한 명 없이 통과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는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법안들이 국회에서 걸러지지 않고 시행되고 나서야 문제점을 드러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국회의 '부실 심사'와 '벼락 처리'를 부추기는 법안 처리 프로세스에 어떤 문제가 있는 지 들여다봤다.

◇예산안 처리 시한 닥쳐 '벼락 찬성'
이번에 문제가 된 소득세법 개정안은 지난해 1월 1일 오전, 2014년 예산안 처리 시한을 간신히 맞춰 통과됐다.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에 대한 여야 지도부 합의가 전날 밤에야 이뤄졌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법안 내용을 제대로 들여다볼 시간도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예산안 처리 시한을 넘기는 불상사를 막는다는 명분에 245명의 국회의원이 찬성 버튼을 눌렀다.

'처리 시한'이란 특수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예산 관련 법안의 경우 상당수의 의원들이 본회의에서 찬성을 선택한다. 내용이 복잡하고 전문성을 요하는 부분이 많아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 그 중에서도 조세소위가 법안 검토와 심사를 전적으로 담당한다.

예산안 처리는 정부와 여야 지도부 간 합의에 따르는 당론적 성격이 강한 것도 한몫한다. 이에 반기를 들면 당 내에서 뿐만 아니라 '국회가 정부 발목을 잡는다'는 여론의 포화를 받기 십상이다.

소득세법 개정안에 반대표를 던진 6인인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충분히 논의할 시간이 필요한데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국회가 일하지 않는다고 한다"며 "견제와 비판도 국회의 일이란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처리 시한이 없는 일반 법안들도 법안 제목만 읽고 표결을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한번에 수백개씩 상정되는 법안을 꼼꼼히 검토해 판단을 내리는 일은 기대하기 힘들다. 심지어 본회의가 진행되는 중에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들이 안건으로 추가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다보니 특정 쟁점 법안을 제외하고는 각 상임위의 심사에 의존해 웬만하면 찬성표를 던지게 된다.

◇상임위 효율성·합의 존중…'반대는 어려워'
상임위 단위로 법안을 심사하는 국회 운영 시스템 상 반대가 쉽지 않은 면도 있다. 실제 본회의에서 반대에 부딪혀 법안이 부결되는 경우는 드물다. 19대 국회 들어 단 2건이다. 국회의원들이 상임위별로 법안 심사를 나눠 맡고 이 과정에서 여야 간 합의를 통해 수정 보완된 법안이 본회의에 올라오기 때문이다.

효율성 측면에서 일종의 분업인 셈이다. 본회의에서 반대보다 찬성이 많은 것은 이 같은 상임위 기능을 존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비슷한 맥락에서 반대 의사를 기권이나 불참으로 대신 나타내기도 한다.

지난해 5월 반대 의원 0명으로 단통법이 통과될 당시 안철수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사례가 그렇다. 안철수 전 대표는 단통법 표결 순서 때 회의장을 나와 표결을 포기, 불참으로 기록됐다. 그는 개인적으로 반대 입장이었지만 당 대표가 자당 의원이 참여한 상임위에서 올라온 법안을 반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표결에 불참했다고 밝혔다.

반대표를 '안' 던진 것이 아니라 '못' 던졌다는 뜻이다. 단통법은 찬성 213명에 기권 2명, 불참 55명 등을 기록했다.

제2의 단통법, 일명 '책통법'이라 소비자들의 원성을 받고 있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도서정가제) 개정안에도 반대표는 없었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지역민들이 이용하는 소규모 도서관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던 서용교·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기권으로 대신했다.

◇국회의원은 여야 지도부 거수기?
그러나 상임위가 법안을 거르는 역할을 제대로 하는 지 의문이다. 우선 전문성이 갖춰지기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이 전공 분야를 맡아 한 상임위를 전담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당 내 상임위 분배에 따라 2년에 한 번씩 상임위를 옮겨 다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국회의원들이 수십년씩 해당 분야의 정책을 다뤄온 정부 공무원들의 논리에 밀리고 이익단체들의 꼬임에 쉽게 넘어갈 공산이 크다.

여야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상임위는 이에 따라 방망이만 두드리는 비민주적 문화도 여전하다. 지난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누리과정' 예산 처리 과정에서는 여야 지도부 간 협상 실무를 담당하는 원내수석부대표를 두고 '제왕적 원내수석'이란 말까지 회자되기도 했다.

이처럼 여야 지도부를 중심으로 수직적 의사 결정 구조 하에서는 상임위도 무용지물이 되고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에서 거수기 역할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법안을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여기는 국회의원들의 잘못된 문화도 바뀔 필요가 있다. 지난 2013년 4월 재보선으로 국회에 입성한 한 의원은 "등원한 후 첫 본회의에 법안을 살펴볼 자료를 주지 않는 것이 너무 이상했다"며 "의장실에 법안 요약본을 달라고 건의한 후 그제서야 본회의 때마다 법안 요약본이 배포되더라"고 말했다.

국회 안팎에서는 상임위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의원들의 상임위 겸임을 가능하게 하고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을 최종적으로 심의할 수 있는 국회 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법사위가 본회의 전에 법안을 살펴보지만 법안 자구 심사에 한정된다"며 "국회의원과 외부 전문가들이 함께 법안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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