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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담배를 피우다니…" 아기와 나는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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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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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3.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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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vs 여 '육아혈투] 6. 담배 사건

[편집자주] '아기를 낳고 나서 부부사이가 안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그만큼 아이 키우는게 쉽지 않다는 말인데요. 물론 우리 부부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왜 우리는 사사건건 부딪힐까, 뭐가 문제일까? 고민하다 서로가 상대방 입장에서 스스로를 바라본다면 갈등이 하나라도 줄어들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같은 상황에서 아내와 남편은 각각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지금도 육아문제로 힘들어하시는 모든 엄마 아빠들에게 저의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남편 편'은 남편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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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백일 기념 '셀프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을 여기에 이렇게 활용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여자 편] "우리 가족을 사랑한다면 담배부터 끊어"

결혼 전 배우자의 조건 중에 '담배 피우지 않는 남자'가 있었다. 10년 연애 끝에 결혼을 하게 됐을때만 해도 남편은 '사랑'에 중독됐거나 또는 내 협박에 못 이겼거나 어쨌거나 대학 때부터 피우던 담배를 쉽게 끊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결혼 후 남편은 직장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는 이유로 슬금슬금 다시 피우기 시작했고, 최근 '담뱃값 인상'이라는 선물(?)을 준 정부 덕분에 두 번째 금연에 들어갔다.

남편의 흡연은 우리 부부의 주요갈등 요인 중의 하나였는데, 아이를 낳고 난 후엔 그야말로 척결해야 할 '제 1의 주적'으로 부상했다.

그러던 어느날,

평소처럼 퇴근 후 집에 들어온 나는 집에서 이상한 냄새를 감지했고 이내 이것이 남편의 담배냄새라는 걸 알고 나서는 '충격'과 '분노' 그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들기 시작했다. 담배 피우는건 어쩔수 없다 하더라도 집에서의 흡연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금기된 행동이었다. 유모차에 타고 있던 아기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던진 담배꽁초를 맞고 화상을 입었다거나 담배연기로 인해 이웃간에 주먹다짐을 벌였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도 마치 '나의 일'인마냥 함께 분노했었는데 이런 일이 실제로 내 집에서 일어날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

남편에게 어떤 말로, 어떻게 말해야, 다시는 집에서의 '흡연 테러'를 하지 못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집에서 담배 피웠지? 아린이가 크고 나면 난 당신과 같이 안 살겠어. 당신이 나와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데 내가 같이 살아야 할 이유가 뭐가 있어." 그리고 "예전에 화장실에서 담배 피웠다가 다시는 안 피우겠다고 나랑 약속했잖아. 옛날엔 안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철저하게 지키는 당신이 존경스러웠는데 지금은 너무 실망이야."

뜻밖의 공격을 받은 남편은 예상대로 큰 충격을 받는 듯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럴거면 지금 같이 살지 말지 왜 그때까지 기다리냐. 내가 돈 벌어다주는 기계냐'며 본질과는 다른 말꼬투리를 잡아 나를 당황케 했다.

1시간여 말다툼 끝에 결국 서로 자신의 말과 행동을 사과하면서 담배 사건은 마무리 됐으나 다시 한번 남편에게 물어보고 싶다. 그땐 정말 왜 그랬냐고.


담배 피운 입으로 아기에게 뽀뽀하려고 달려드는 남편을 보면 정말이지 미워 죽겠다. 임신 했을때, 모유 수유할때 엄마들은 먹고 싶은 음식도 아기를 위해 꾹 참았는데 남자들은 '희생 정신'이 부족한건지 담배 하나 끊지를 못한다.
담배 피운 입으로 아기에게 뽀뽀하려고 달려드는 남편을 보면 정말이지 미워 죽겠다. 임신 했을때, 모유 수유할때 엄마들은 먹고 싶은 음식도 아기를 위해 꾹 참았는데 남자들은 '희생 정신'이 부족한건지 담배 하나 끊지를 못한다.
[남자 편] 진심 아니란건 알지만…"내가 돈 벌어오는 기계야?"

아이가 크면 같이 살지 않겠다니. 담배를 피운건 100% 내 잘못이지만 아내가 이런 말을 했다는 사실이 나에겐 적잖은 충격이다. 사실 나도 집에서만큼은 절대 담배를 피우지 않으려 했지만 그날만큼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

평소 금요일보다 일찍 퇴근한 나는 화장실이 너무 급했고, 회사에서 걸려온 전화 한통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업무 관련 전화는 내 흡연의지를 더욱 부추겼는데 밖에 나가 담배를 피우고 들어오기에는 배가 너무나도 아팠다. 머릿속은 온통 담배와 화장실로 꽉 차 있었고, 고백하건대 내 행동이 불러올 파장은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급한대로 베란다 문을 열고 최대한 머리를 내밀어 '뻐끔' 한 대 물었고 배설욕구를 차례대로 해소하고 나서야 '아차!'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이날 흡연은 엄연히 따지면 집에서 피운게 아닌데, 아내는 담배 냄새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맡는다. 병적으로 예민한 아내의 '담배 알레르기' 때문에 과거에 억울한 경우도 많았다.

"집에서 담배 피웠지?"
"아니."

"거짓말 하지 마. 피웠지?"
"안 피웠다니까."

"그럼 이 냄새는 뭐야? 자기가 피운거 아니야?"
"아니라니까!(버럭)"

아내는 옆집, 윗집, 베란다 등 밖에서 들어오는 냄새에도 나를 범인으로 몰아세웠고 서너번은 '안 피웠다'는 대답을 듣고 나서야 겨우 돌아섰다. 연애 할 때는 두세 번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내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아 속상하다.

'내가 돈 벌어오는 기계나'는 말에 아내도 뜨끔 했는지 '진심이 아니다. 당신이 우리 가족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그런 뜻으로 얘기했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나는 아직도 마음이 썩 좋지 않다. 물론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같이 안 살겠다'는 말을 내뱉는, 나에 대한 아내의 마음이 그만큼 가벼워진 것 같아 착잡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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