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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롤의신' 그 남자, 억대 연봉 앞두고 돌연 이직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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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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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2.2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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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내가 만든다, 진로개척자]⑥ 윤희욱 폴라리스오피스 글로벌전략팀장

[편집자주]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학에 들어가고, 죽어라 스펙을 쌓고, 대기업에 취업을 해야 성공이라고 부른다. 이른바 '코리안 웨이'다. 하지마 이를 과감히 거부하고 오로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좇아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이 써나가는 남다른 성공 방정식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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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된 씨름부를 그만둔 열두살 소년은 꿈이 없었다. 중고교 시절 게임에 빠져 희망없는 시간을 보냈다. 스물넷 청년은 늦깎이 대학생이 됐고, SKY대학이나 유학파가 아니면 입사가 힘들다는 글로벌 컨설팅사 딜로이트의 컨설턴트가 됐다. 이후 8년간 좋은 회사, 좋은 대우를 받으며 연봉 1억을 향해 직진만 해가던 그는 어느 날 생뚱맞게도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결심한다.

◇군대에서 시작한 공부…24세에 대학생이 되다=고교시절 윤희욱(35)씨는 꼴찌를 도맡았다. 당구치고 친구들과 놀러다니며 리니지, 스타크래프트, 비보잉에 빠져 지냈다. 영화를 만들겠다는 친구의 꿈 얘기에 얼떨결에 자신은 연기를 하겠다고 결심했다. 연기공부를 해본 적도 없이 서울예전, 상명대 등 연극영화과를 지원했지만 모두 탈락했다.

목원대 무역학과 야간과정으로 대학생활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게임, 당구, 술로 세월을 보냈다. 1년간 평균학점은 0.53점, 공부와는 담을 쌓은 윤씨는 부모님 권유에 두말없이 입대했다. 운좋게 육군본부에 배치를 받아 서울대 연고대 등 학벌 좋은 동기들을 만났다. 자신과 다른 세계에서 다른 삶을 살아온 그들을 보며 가슴 속 꿈틀거리는 무언가가 그를 움직였다.

‘나도 조금만 하면 괜찮은 지방대 정도는 갈 수 있지 않을까?’ 군대에서 재수를 고민하는 친구를 보며 처음으로 공부욕심이 생겼다. 6개월간 새벽 4시부터 밤 10시까지 틈나는 대로 공부했지만 수능 결과는 400점 만점에 198점. 말년휴가를 나와 재수학원을 찾아갔지만 수능 198점자는 학원조차 받아주지 않으려 했다. 6개월간 군대에서 공부했던 노트를 원장에게 보여주며 ‘나, 서울대 가려고 여기 왔다’고 호기롭게 배짱을 부렸다. 1년 재수 결과 건국대 경영학과에 합격했다.

스물넷 늦은 나이에 시작한 대학생활을 한순간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았다. 대학생들이 소셜벤처를 실험해보는 사이프(SIFE. 현 인액터스) 동아리 활동과 함께 틈틈이 공모전 준비를 하면서 전공인 경영학을 책이 아닌 실전에서 배웠다.

◇ “건국대 출신은 절대 안뽑는다”던 글로벌 컨설팅사에 입사하다=사이프 활동을 하며 자연스럽게 컨설팅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하지만 글로벌 컨설팅회사 입사의 벽은 높았다. 국내 대학은 최소한 연고대 석사 이상이어야 했고 노골적으로 ‘건대출신은 절대 안뽑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누군가는 대학원에 가서 학력세탁을 하라고 조언했다.

그즈음 가족에 악재가 잇따랐다. 2007년엔 태안 기름유출사고로 숙박업을 하시던 아버지 생업이 타격을 입었고, 잇따라 닥친 2008년 금융위기로 보험회사를 다니시던 어머니까지 수입이 줄어들게 됐다. 2009년 4학년이 된 윤씨는 대학원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 재능기부 단체인 SCG(Social Consulting Group)에서 인턴을 하면서 컨설턴트에 대한 꿈을 좇았고 고영 SCG 대표의 도움으로 딜로이트 인턴 기회를 얻게 됐다.
2006년 캐나다 토론토 요크대학교 어학연수 중 사이프 활동 모습./사진제공=윤희욱
2006년 캐나다 토론토 요크대학교 어학연수 중 사이프 활동 모습./사진제공=윤희욱

꿈만 같았던 글로벌 컨설팅사에서 일할 절호의 기회였기에 그간 쌓아둔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학벌 때문에 정직원이 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딛고 인턴 8개월만에 정직원이 됐다. 그간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인정받아 신입이 아닌 2년차 컨설턴트로 입사했고, 시니어컨설턴트까지 최단기간 승진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컨설턴트 4년차에 접어든 2012년, 헤드헌팅업체를 통해 여러 기업으로부터 스카웃 제의까지 받게 됐다. 그 중 한 게임회사의 제의에 윤씨는 또다시 가슴이 뛰었다. 롤(LOL·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으로 알려진 미국의 게임개발회사 라이엇게임즈측에서 마케터직을 제안한 것이다. 게임으로 인생을 말아먹었던 그로선 만감이 교차하는 선택지였다.

라이엇게임즈에서는 ‘니가가라 하와이’ 특별 매치, ‘솔로 특공대’ 이벤트, 롤 챔피언을 소개하는 예능프로그램 ‘입롤의 신’ 등 글로벌 최우수 사례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내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나이 마흔이 되기 전에 연봉 1억을 받겠다는 목표를 이곳에서 4~5년 더 일하면 충분히 달성할 것 같았다.
대학시절 사이프 활동 모습./사진제공=윤희욱
대학시절 사이프 활동 모습./사진제공=윤희욱

◇연봉 1억도 의미없다…스타트업에서 가슴뛰는 새출발=좋은 회사, 빛나는 일을 좇아 살아왔지만 문득 허무함이 들었다. 외형적으로 화려한 것을 좇아오기만 했던 것 같았다. 어느 순간 성장이 멈췄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10년 뒤에 나는 어떤 사람일까, 어떤 일을 했다고 할 수 있을까, 나라는 사람을 믿고 누군가 투자를 할 수 있을까’ 또다시 고민이 시작됐다. 생각해보니 별로 이룬 것도 없었다.

또다시 가슴뛰는 일을 찾아나선 윤씨의 세번째 선택은 스타트업. 인프라웨어의 폴라리스오피스에서 글로벌마케팅을 담당하게 됐다. 지난 20년간 마이크로소프트(MS)가 공고히 판을 짜놨던 오피스시장을 뚫고 글로벌회사로 키워내겠다는 이 회사의 당찬 야심에 매료됐다. 스톡옵션도 포기하고 연봉도 오르지 않았고 매일 야근하지만 지금 윤씨는 하루하루가 가슴뛰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

“입사 후 대표가 저에게 해준 이야기가 있어요. ‘역량은 돈 주고 살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가짐은 돈을 주고도 못산다.’ 어려운 결정의 순간마다 나 스스로 먼저 열정과 최선을 다했더니 언제나 주변 사람들도 나서서 도와주었고 성과도 좋았어요.”

지난해 11월에 입사 이후 윤씨는 사용자 중심의 브랜드 전략을 설정하는 일부터 신제품 론칭까지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배리어프리'(경계가 없는)라는 하나의 브랜드 지향점을 갖고 MS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폴라리스오피스의 글로벌시장에서의 성공여부는 이제 그의 손에 달렸다.

“문제를 한 번 또 한 번 스스로 해결해본 사람들은 어떤 일도 할 수 있어요. 대학시절 그런 경험들을 쌓아나가다 보면 취업할 때도 본인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자연스레 찾아가게 될 겁니다. 외형적인 것보다 본질적인 것에서 성장의 발판을 찾으세요.”
'입롤의신' 그 남자, 억대 연봉 앞두고 돌연 이직한 사연



  • 김은혜

    취업, 채용부터 청년문제 전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히 남들이 가지 않은 대안진로를 개척한 이들과 인지도는 낮지만 일하기 좋은 알짜 중견기업을 널리 알리고자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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