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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자만을 꾸짖는 알파고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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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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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3.10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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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알파고 한수 "미쳤다", 이세돌 한수 "이겼다"…"인공지능에 대한 인식 바뀌어야"

인간의 자만을 꾸짖는 알파고의 승리
9일 오후 1시. '인간'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이 펼쳐지자, 각국 취재진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긴장감 넘치는 시선으로 스크린을 응시했다. 긴장감 속에서도 '시청자'들은 "이세돌이 당연히 이기겠지"하는 안도의 한숨도 함께 내비쳤다.

특히 프로 기사들의 자신 있는 대답은 '설마'를 불식시키는 확신의 동조로 다가왔다. 경기 전 만난 이창호 9단의 "이세돌이 이길 것"이라는 짧지만 강렬한 답변도 그중 하나였다.

중계 해설을 맡은 김성룡 9단은 초반 44수까지 보여준 알파고의 차분하면서도 대담한 능력에 우려의 눈길을 보내기 일쑤였다. "인간이면 하지 않을 판단을 알파고는 과감하게 대시한다"거나 "보수적인 수 두기를 넘어 과감한 도전도 서슴지 않는다"며 묘한 불안감도 드러냈다.

하지만 중반이 넘어가면서 알파고가 하변 전투에서 실수나 오류를 범하자 '기계의 한계'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중반 90수에 알파고가 '실수의 한수'를 둘 땐, 안도를 넘어 얕보는 평가까지 나왔다. 해설자는 "거의 미쳤다고 봐야 한다"말까지 했다.

객석 곳곳의 바둑 전문가들의 웅성거림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수를 뒀다" "저 한수로 알파고의 패배가 확실하다" 등 인간을 뛰어넘지 못하는 인공지능의 한계와 오류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바둑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전문가의 확신에 찬 멘트에 휘말리며 무언의 자신감을 획득하고 있었다.

알파고는 이후 몇 번의 '실수'를 연거푸 저질렀고, 그때마다 안도의 분위기는 더욱 커져만 갔다. 이세돌 9단이 147수에 하변 1선에 돌을 꽂자, 해설자는 "이겼다"며 흥분했다.

하지만 이 한점은 중앙 지역을 먹는 데는 성공했지만, 좌상귀 지역에서의 전투력을 잃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는 점에서 약이면서 독으로 작용했다. 판세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해설자는 이 9단이 이길 것이라고 예측한 뒤 실제 집을 세기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집을 세면 셀수록 이 9단이 불리했다. "좀 더 지켜봐야겠다"던 멘트는 어느새 "진 것 같다"는 말로 바뀌어있었다.

대국이 끝난 뒤 여러 관전평이 쏟아졌다. 해설자는 "충격을 받았다"며 "냉정하고 객관적인 수읽기에 (이 9단이) 휘말린 셈"이라고 했다. 또 다른 프로기사는 "부분적으로 볼 때 알파고가 기계적 오류를 범했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전체의 합을 보니 영리한 전략과 수를 쓴 것 같다"고 전했다.

여러 관전평을 종합하면, 알파고는 상대방을 완전 제압하지 않고, 이길 만큼의 수만 던진 셈이다. '말도 안 되는' 수를 둔 것도 그 부분을 포기해도 더 큰 것을 지키려는, 이길 수 있는 확률만 계산한 뒤 안정적인 수를 이어가는 전략을 고수했다는 것이다.

인간은 부분에 집착했고, 인공지능은 전체를 내다봤다. 인간 지성이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게임인 바둑은 그간 어떤 기계도 도전하기 힘든 치외법권의 영역이었다. 하루 3만 번 이상의 대국 연습으로 빅데이터를 구축한 슈퍼컴퓨터라도 독창성과 의외성이라는 변수의 무기를 지닌 인간 앞에서 무릎을 꿇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었다. 일부 과학자들조차도 "내년에는 몰라도 이번에는 인간이 이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존하는 인간 두뇌의 최고 단계라는 이 9단이 패배하던 날, 많은 이들이 "슬픈 날"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 감정만큼 우리는 그간 인공지능에 대해 무지하거나 무시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과거 30년보다 지난 10년의 인공지능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현실을 애써 외면한 것은 아닌지, 인공지능을 인간과 공존의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고 쉽게 다룰 수 있는 하대의 개념으로만 인식하는 착각의 오류에 빠진 것은 아닌지 말이다.

아직 4국이 남은 상황에서 섣불리 예단하긴 힘들지만, 첫 대국의 결과만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조심스러운 결론은 자연의 위대함을 경외하듯,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구글 슈미트 회장이 대국 전 인터뷰에서 "누가 이기든, 인류의 승리"라고 말한 것도 인공지능이 더는 우리 인간의 영역에서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역설한 셈이다. 외국 해설자가 알파고를 '그것'(It)이 아닌 '그'(He)라고 지칭한 것도 그런 차원이다.

인간이 패배하던 날, 인간은 또 다른 교훈을 얻었다. 인간이 최선일 수는 있어도 최고가 될 수 없다는 사실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다. 패배의 충격이 이어지는 것은 '위대한 인간' 뒤에 숨은 자만과 오만의 그림자에서 우리가 여전히 머물러 있기 때문은 아닐까.

첫 대국에서 인간의 패배를 슬퍼할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의 승리를 축하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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