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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간다" 술자리 거짓말이…'30살 청년' 인생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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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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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4.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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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은 내가 만든다, 진로개척자] ⑨ '국내 유일' 아프리카 정보카페 주인장 문헌규씨

[편집자주]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학에 들어가고, 죽어라 스펙을 쌓고, 대기업에 취업을 해야 성공이라고 부른다. 이른바 '코리안 웨이'다. 하지마 이를 과감히 거부하고 오로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좇아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이 써나가는 남다른 성공 방정식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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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수 2만4000명 국내 유일의 아프리카 정보카페 ‘고고아프리카’의 주인장 문헌규(39)씨. 아프리카를 누비고 다녔을 그를 상상하면 왠지 인디애나존스가 떠오르지만 사실 문씨는 트리플 A형의 완전 소심한 성격에 벌레나 더러운 것을 싫어하는 전형적 도시남자다.

1남 3녀 중 막내아들인 문 씨는 공부도 잘했고 재능이 뛰어난 세 누나들에 비해 평범한 아이였다. 경희대 체육학과 2학년 재학중 입대했고 전역 후 돌아와보니 서울캠퍼스 내 체육학과가 사라지게 됐다. 수원캠퍼스에서 체육학과 전공을 계속하면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문씨는 전공을 경영학으로 바꾸고 서울캠퍼스에 남았다.

◇체육학과로 들어가 경영학도로, 최고 자원기업 입사까지

문씨는 학과 내에서 ‘외딴 섬’이었다. 친구가 없어 외롭기도 했고 정보가 없으니 전공과목 수강신청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사방으로 꽉 막힌 불리한 상황,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돌파구가 필요했다. 때마침 PC와 초고속 인터넷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대학마다 경영정보시스템 과목을 양성하기 시작했다.

“운좋게 듣게 된 경영정보 수업이 너무 재미있어서 오라클 자격증까지 땄어요. 때마침 창립된 대학 인터넷방송국에서도 웹마스터, 아나운서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학교생활도 자신감이 생겼죠. 경영정보시스템(MIS)과 인터넷방송 경험은 취업에도 큰 도움이 됐어요.”

문씨와 아프리카의 인연은 2003년 첫 직장 영풍에 입사하면서부터다. 영풍은 당시 매출 2조원 규모의 자원개발기업이었다. 그만큼 입사의 벽이 높았고 입사동기들의 스펙 역시 쟁쟁했다.

2006년 4월 사하라사막마라톤은 완주한 후./사진제공=문헌규
2006년 4월 사하라사막마라톤은 완주한 후./사진제공=문헌규
“대학 때부터, 아니 어쩌면 어린시절부터 저는 콤플렉스에 갇혀있었던 것 같아요. 입사 후에도 학벌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로 외국 MBA라도 해서 스펙을 업그레이드해야겠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렇다고 대놓고 스펙 업(UP)을 위해 MBA 간다고 말할 수도 없었던 문씨는 회사 동기들에게 아프리카 자원탐사를 떠난다고 둘러댔다. 뜬금없이 튀어나온 거짓말이었고 작은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로 이어졌다. 마침 회식 중이던 호프집 TV에 나오는 뉴스를 보고 덜컥 사하라사막마라톤대회에 참가한다고 공표해버렸다.

이미 저질러진 거짓말을 수습하려면 진짜 마라톤대회에 참가해야 했다. 매년 4월에 열리는 모로코 사하라 사막 마라톤(MDS-Marathon Des Sables)대회는 보통 전년도 9월에 접수가 마감되지만 주최 측인 프랑스 에이전트에 수차례 메일을 보내 가까스로 참가를 허락받았다.

◇콤플렉스 덩어리, 광활한 아프리카 사막 앞에서 산산조각

본의 아니게 떠밀리듯 떠난 아프리카는 서른살 문씨의 인생을 통째 흔들어놓았다. 전세계 다양한 국가에서 온 900여명의 참가자들과 일주일간 극한 상황 속에서 몸으로 부대끼면서 이전까지 그가 가졌던 고정관념이 완전히 깨졌다. 그토록 자신을 괴롭혀왔던 한국사회 내에서의 학연 지연 재산에 대한 컴플렉스는 광활한 사막 앞에 선 순간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밤새도록 달리고 시간내에 체크포인트에 도착해야 하는 일정이 반복됐어요. 넓은 사막 한가운데서 용변을 해결해야 했고 누구도 다른 사람이 옷을 벗든 말든 관심 없었죠. 피니쉬라인에 도착했을 때 힘들어서 쓰러졌지만 서양인들은 축제 분위기였죠. 그들은 실패자를 배려할 줄 알았고 도전 자체를 즐기고 있었어요.”

아프리카에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한 문씨는 계획했던 유럽여행 후 귀국하는 대신 다시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내려갔다. 진짜 아프리카의 속살을 알고 싶었기에 몇달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며 눌러살았다. 2007년 잠깐 귀국 후 다시 4명의 팀을 꾸려 에티오피아부터 총 7개국에 걸친 아프리카 종단여행까지 감행했다.

"아프리카 간다" 술자리 거짓말이…'30살 청년' 인생을 바꾸다
“아프리카 다녀온 후에도 소심한 성격 탓에 사람들을 만날 수가 없었어요. 돈도 없었고 이룬 것도 없어서 죽고 싶을 정도로 창피했어요. 이력서도 몇 곳 써봤지만 취업하기엔 자존심이 상했고 앞으로 뭘 해야할지도 몰라 갈팡질팡했어요. 퇴사 후 5년간은 많이 힘들고 외로웠던 것 같아요.”

1년 만에 돌아왔지만 문씨는 애초 계획했던 MBA를 떠날 수 없게 됐다. 편찮으신 아버지 곁을 하나뿐인 아들로서 지켜야만 했다. 서른이 넘도록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고 생각하던 그때, 흔하지 않은 아프리카 경험을 여러 사람들과 나눠보자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2007년 4월 아프리카 정보카페 ‘고고아프리카’를 만든 문씨는 이후 닉네임 '알맨(RMAN·Recovery Manager)'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DB운영시스템 오라클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백업 복구하듯 알맨의 '고고아프리카'는 집단지성이 모여 아프리카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일이 점점 커졌다.

“아프리카에서 생길 수 있는 사고는 대부분 연락두절입니다. 교민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시스템화시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교민들에게 ‘세이프포인트’ 시스템을 만들어 주고 원정대를 보내서 콘텐츠를 카페에 올려주면 수익도 생길 것 같았어요. 결과는 실패였지만요.”

자국민 보호라는 가치는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애국심을 호소해 생업에 바쁜 교민들을 네트워크화하겠다는 생각부터 오판이었다. 게다가 2009년 12월 아프리카를 종단하던 한 청년이 말라이아에 걸려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고고아프리카는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 만든 커뮤니티인데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충격이 컸어요. 장례식장을 다녀오자마자 세이프포인트 시스템과 홍보를 전면 중단했습니다. 교민 네트워크에 의존한 시스템에 문제가 많았던 거죠.”

"아프리카 간다" 술자리 거짓말이…'30살 청년' 인생을 바꾸다

◇아프리카와 통하려는 자 '고고아프리카·사파리통'으로

2011년 지병을 앓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의 나이도 어느새 서른다섯이었다. MBA를 가기에도 취업을 하기에도 너무 늦은 나이였다. 이제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사업밖에 없었다.

카페 유입자 통계를 통해 2010년 이후부터는 여행보다 생업을 목적으로 아프리카를 드나드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문씨는 이들을 위해 뭔가 해주고 싶었고, 교육이든 리서치든 자신의 경험을 전수해 아프리카에 진출하려는 청년창업가들을 직접 양성하기로 마음먹었다.

아프리카에 가고자 하는 이들과 이미 가본 사람들 사이 소통공간을 만들고, 이를 통해 빅데이터를 확보해 알고리즘을 만들면 현지에서의 비즈니스를 도울 수 있고 위기대처 시스템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난해 7월 아프리카 전문 플랫폼을 표방하는 스타트업 에어블랙을 설립하고 최근에는 아프리카에 진출하려는 기업이나 주재원, 출장자 등을 위한 애플리케이션 ‘사파리통’을 출시했다.

“저에게는 고비마다 이끌어준 시니어 멘토가 5명 있었습니다. 입사 한달 만에 퇴사를 고민할 때, 체육학과 출신이라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투정할 때 그분들은 큰 그림을 보는 안목과 어디서도 배울 수 없는 생생한 처세술을 가르쳐주셨어요. 청년들이 시니어와 소통하는 법을 알고 그들의 경험과 지혜를 얻는다면 '헬조선' 안에서도 길은 열릴 겁니다.”

"아프리카 간다" 술자리 거짓말이…'30살 청년' 인생을 바꾸다



  • 김은혜

    취업, 채용부터 청년문제 전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히 남들이 가지 않은 대안진로를 개척한 이들과 인지도는 낮지만 일하기 좋은 알짜 중견기업을 널리 알리고자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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