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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절벽에 빠진 日…20년간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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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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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1.02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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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절벽을 넘어라]플라자합의 이후 정책실패가 인구구조 변화와 맞물리며 장기침체로…부유한 노인도 지갑 닫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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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오레오레(オレオレ) 사기’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보이스피싱이다. ‘오레’는 ‘나’라는 뜻이다. 자식이나 손주를 사칭해 “나야 나”라며 노인들을 안심시킨 뒤 금품을 가로채는 범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일본의 보이스피싱은 2011년 6233건에서 2014년 1만1257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일본 보이스피싱의 대부분을 오레오레 사기가 차지한다. 우리나라 대검찰청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 보이스피싱의 절반 이상은 오레오레 사기였다.

오레오레 사기는 단순히 사회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일본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경제현상이다.

일본은 고령화와 함께 노인들에게 부(富)가 집중됐다. 반면 젊은층의 경제적 수준은 낮아졌다. 일본에서 ‘손주 비즈니스’라는 말이 유행하는 이유다. 손주들의 선물, 여행 상품이 쏟아진다. 구매력이 노인들에게 집중됐다는 의미다.

◇20년 전 일본에선 무슨 일이?

일본 ‘소비절벽’ 논의의 출발점은 1996년이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1995년 8697만명에서 1996년 8687만명으로 감소한다. 이 해부터 저출산·고령화와 맞물려 소비절벽이 본격화된다.

일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먼저 저출산·고령화를 경험한 국가다. 1975년에 합계출산율이 2명 이하로 떨어졌고, 1989년에는 1.57명까지 추락했다. 일본은 이를 ‘1.57 쇼크’로 규정해 그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저출산 대응에 나선다.

공교롭게 당시는 플라자합의의 후폭풍이 있었던 시기다. 미국과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의 재무장관은 1985년 미국 뉴욕의 플라자호텔에서 달러화 강세를 시정하도록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엔화는 가파르게 절상됐고 일본의 수출은 타격을 입었다.

일본은 저금리정책으로 대처했는데, 이는 부동산 버블로 이어졌다.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일본은 1990년대 초반 다시 긴축적 통화정책에 나선다. 그러나 긴축으로 인한 악영향으로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은 1992년부터 1994년까지 0%대 그친다.

1996년부터 시작된 인구구조의 변화는 일본 장기침체의 결정타였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서 노인들에 대한 부양 부담이 커졌고 청년들은 부의 축적 기회를 갖지 못했다. 지난해 기준 일본의 노인인구 비율은 26.7%까지 치솟았다. 세계 최고수준이다.

◇“부유한 노인, 가난한 청년”…지갑 닫은 일본 사회

이런 과정을 거치며 일본사회는 ‘부유한 노인, 가난한 청년’ 구조로 고착화된다. 일본 경제의 호황기에 일했던 노인들은 저축과 연금 등으로 비교적 윤택한 삶을 살고 있다. 반면 청년층은 장기침체와 사회보장부담 비율 상승 등으로 손에 쥐는 돈이 줄게 된 것이다.

일본 내각부의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1인당 평균임금은 1997년 516만1003엔(약 5279만원)을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1인당 평균임금은 464만4118엔(약 4750만원)이다. 18년 동안 평균임금이 10% 줄어든 것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감소한 소득은 소비절벽으로 이어졌다. ‘셔터도리’(셔터를 닫은 가게)가 낯설지 않게 된 이유다. 구매력을 갖춘 노인층들까지 장수리스크 등으로 인해 지갑을 닫은 게 컸다.

노년층의 악화된 소비심리는 일본의 가장 큰 고민이기도 하다. 목돈을 가진 일본 노인들은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돈을 절약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일본 전체의 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실물지표 중 하나인 승용차 신규등록 건수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일본 자동차 딜러협회에 따르면 1996년 기준 일본의 승용차 신규등록 건수는 539만4596대였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420만9254대로 감소했다. 그나마 2011년 351만9855대까지 추락했다가 회복한 수치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일본은 1990년대 버블이 깨지고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압력이 생기면서 오늘 소비하는 게 내일 소비하는 것보다 더 불리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됐다”며 “이후 일본은 할인 전략 외에 소비를 진작시킬 방안이 없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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