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집권 1주일만에 美 '난장판'…"'불통정책' 탓"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대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한 지 1주일 만에 미국이 대혼란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불통'이 미국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이 여파로 지난 20일 트럼프가 공식 취임하면서 뉴욕증시를 다시 달구던 트럼프 랠리의 열기도 시들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미국 외교관을 비롯한 국무부 관리 100여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공식 반발하는 내용의 문건 초안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국무부 관리들의 집단행동에 발끈했다. 그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직업 관료'들은 정부를 떠날 생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WSJ는 이번 사태로 트럼프 행정부 내의 심각한 분열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시리아 △이라크 △이란 △리비아 △예멘 △수단 △소말리아 등 7개국 국민의 입국을 90일 이상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WSJ는 미국 국무부 미발표 자료를 인용해 90일 이상의 미국 비자발급 및 입국 불허 조치는 7개국의 이중국적자에게도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행정명령이 테러 위협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입국이 허용된 외국인에 의한 테러 공격에서 미국인을 보호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에 반발한 국무부 관리들은 이번 조치가 오히려 미국의 테러 대응력을 약하게 만들고 국가안보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엔 난민 수용 프로그램 일시 중단, 수용자수 감축, 시리아 난민 수용자수 동결, 기독교 난민 우선 수용과 같은 조치도 담겼다. 이에 따라 미국 곳곳에서 주말 내내 반대 시위가 잇따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날 대변인을 통해 낸 성명에서 신념이나 종교를 이유로 개인을 박해하는 데 반대한다며 시위대를 두둔하고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트럼프 시대가 시작부터 정책입안을 놓고 혼란에 빠졌다며 협의절차 등을 무시한 백악관의 불통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행정명령을 통해 강경 공약을 실현했다. 행정명령은 의회의 승인 없이 입법과 비슷한 효력을 갖는 대통령 고유 권한이다.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취임 이후 이날까지 행정명령 등 모두 18건의 행정조치(executive action)를 취했다. 취임 첫날엔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폐지 관련 행정명령을 발동했고 23일에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25일에는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한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일련의 행정명령은 당초 트럼프의 공약처럼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수석 정책고문은 이날 CBS와 회견에서 반이민 행정명령을 옹호하며 이에 대한 거센 반발이 오히려 반이민 정책의 성공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패한 기존 체제에 도전이 되는 큰 성공엔 반발이 따르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FT는 밀러의 발언이 기존 질서를 흔드는 데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자세를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정치·사회적 혼란과 소송 위협 등엔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FT는 트럼프의 불통정책으로 관계부처가 당혹감 속에 혼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미국 각부처의 직업 관료와 정치인들이 트럼프 행정부가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과정에서 전문가를 배제했다고 불평한다고 덧붙였다.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반이민 행정명령을 발동하기 전에 마이크 폼페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존 켈리 국토안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에게 알렸느냐는 질문을 계속 피했다고 한다.

미국 로펌 피셔필립스의 이민 부문 대표인 킴 톰슨은 "25년 가까이 이민법 관련 일을 했는데 지금 같은 혼란과 불확실성은 경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의 막무가내식 정책행보를 둘러싼 불확실성에 뉴욕증시는 이날 올 들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대표지수인 S&P500은 하루 낙폭으론 지난해 12월28일 이후 최대인 0.6% 떨어졌고 다우지수도 그만큼 떨어져 지난 25일 사상 처음 진입한 2만선에서 내려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