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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식의 벡터]대우조선 사장의 말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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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4.1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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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방향을 포함하여 생각해야 하는 물리량이 벡터다. 어떤 일이든 힘이나 양으로만 밀어붙인다고 되지는 않는다. 경제는 숫자이지만 방향이 필요하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19,450원 ▲250 +1.30%) 사장의 급여는 연간 3억4000만원 가량이라 한다. 이 분은 2015년 5월부터 대표이사로 일했다. 지난 3월까지 22개월 일했으니 산술적으로는 약 6억2000만원을 수령했을 것이다. 세금 떼고 순수히 4억원 안팎을 받았을 거라고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정 사장이 대우조선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무려 3번째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대표이사를 연임했다. 2006년 2월, 임기만료 9개월 전에 돌연 임원회의에서 사의를 밝히고 회사를 떠났다. 표면적으로는 후임들에 자리를 물려준 것이라 했지만 전년에 124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고 비리 투서 등이 발생하자 자리를 남상태 당시 CFO(재무책임자)에 넘긴 것이다.

정 사장은 대신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다른 대우 계열사인 대우정보시스템 대표이사 회장을 맡았다. 이후엔 2013년부터 2015년 5월까지 STX조선해양 대표를 지냈다. 사회생활 초기에 산업은행에서 일해 네트워크가 좋은 정 사장은 이른바 '대우맨'이라는 타이틀과 자신의 커리어를 바탕으로 오랜 세월 '공공 관리자'로 지내온 셈이다. 특히 공적자금이 투입된 회사들에서 '직업이 임원, 직업이 사장'인 시절을 20년 누려왔다.

그런 정 사장이 4월부터 급여를 반납하기로 했다. 정부가 공적자금 추가 2조9000억원 지원을 검토하고 이를 두고 국민감정이 끓어 오르자 '무료 봉사'를 내세운 것이다. 여기에 하나 더해 올해 흑자가 나지 않으면 사임하겠다고 했다. 어찌보면 배수의 진을 친 것처럼 보인다.

헌데 곰곰이 따져보면 말장난 같다는 생각이 든다. 민간 경쟁사인 삼성중공업 (5,410원 ▲40 +0.74%) 박대영 사장은 이미 수년째 월급을 받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 (74,900원 ▼1,100 -1.45%) 권오갑 부회장도 마찬가지다. 조선업이 수주절벽을 맞아 어려운 시기라 먼저 솔선수범한 것이다. 대우조선은 지난해에도 4조2000억원의 공적자금 지원을 받은 회사인데 오히려 너무 늦은 게 아닌가 싶다.

정 사장은 1974년 산업은행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40년을 넘어선 직장 생활 중 15년 이상을 산업은행의 관리 하에 있는 기업이나 연관 분야에서 사장과 회장으로 보냈다. 사실상 세금으로 연명한 대우조선에 2년 전 부임할 때 진심으로 노력봉사를 하려 했다면, 좀 더 일찍 이런 모습을 보였어야 했던 게 아닐까. 추가로 2조 9000억원이 투입되기 전에 말이다.

또 한 가지, 급여반납과 함께 올해 흑자전환을 논하며 본인의 사임을 거론했는데 재밌는 건 이 분 3년 임기가 내년 5월까지란 것이다. 올해 실적을 결산하려면 내년 3월까지 가봐야 아는데, 흑자가 아니면 고작 두 달 먼저 사임하는 것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흑자를 낸다면 3년 더 연임해 4번째 대표를 하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그렇게 되면 그의 나이는 칠순에 접어들 시기다.

조선업 전문가 중에선 정성립 사장이 대우조선의 부실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2006년 초 뜻하지 않게 회사를 떠났다가 약 10년 만에 돌아온 올드보이(OB)인 정 사장이 자신의 후배들이자 전임 사장인 남상태, 고재호 씨의 잘못을 지나치게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선 3사의 해양플랜트 관련 회계부실은 대우조선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현대중공업이 2014년 이른바 '양심선언'처럼 3조4000억원대 적자를 발표했고, 이듬해 초엔 삼성중공업이 1조5000억원의 적자를 고백했다. 삼성은 지난해 적자가 1400억원대라고 하지만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3사 중에서 가장 나쁜 마이너스 1조5000억원대였다. 2년간 3조원 이상을 부실로 털어낸 셈이다.

대우조선은 정 사장 부임 이전까지 회계상 이익을 내다가 이후 2015년 하반기에 갑작스럽게 '빅배스(Big bath)' 형식의 5조원대 분식회계를 고백했다. 현대나 삼성, 대우가 경쟁적으로 수주한 해양플랜트가 비슷한 규모였다는 걸 감안하면 3조~4조원의 부실은 대우조선 역시 '용빼는 재주'가 없었을 거란 추측이 가능하다.

물론 그렇다고 전임 사장들의 분식이나 저가, 덤핑수주와 뇌물 등 부정혐의를 합리화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우조선 내부자들 중에는 "후임자가 자신들의 책임을 면하고 오히려 그 이후의 공로를 더 크게 평가받으려고 부실을 더 부풀려 계산했을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 이들이 있다.

조선 전문가들은 해양플랜트 부분에서 '체인지 오더(설계변경)' 등의 변수를 현재의 부실로 과대계상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충당금 등을 환입하는 방식으로 차후 이익을 늘릴 수 있다는 설명을 내놓는다. 정 사장이 그런 위험한 도박을 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경쟁사에 비해 보수적인 회계 잣대를 들이대면 추후에 이익이 늘어날 여지는 분명히 커진다.

대우조선 전임 사장들의 부정부패는 엄중히 심판해야 한다. 그러나 그를 터 잡아 현 경영진이 회사의 부실을 과장해 국민을 겁주고, 논란 끝에 세금으로 위기를 넘겨 그 공로를 자신들이 차지하려 한다면 그 또한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대우조선 문제에는 세금뿐만 아니라 국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도 관계돼 있다. 기금운용본부가 회사채 투자 차원에서 대우조선 발행량 중에서 약 4000억원 어치를 사두었는데 잘못하면 절반 이상이 손실로 날아가게 될 판이다.

여기에 민간 금융사는 물론 은행권 대출이 어려운 서민과 중산층, 영세 상공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만들어진 신협중앙회의 자금도 이런 식으로 수백억원이나 물렸다. 이를 볼모로 누군가 게임을 벌였다면 정말로 오판이다.

산업1부 차장
산업1부 차장
정 사장이 급여를 반납하자 지난 6일 대우조선 임직원들은 10% 급여 반납 조치를 내놓았다. 대우조선 노사의 고통분담 계획은 추가 공적자금 지원을 염두에 두고 국민 감성에 호소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생계가 걸린 근로자들에겐 적잖은 액수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임직원들의 10% 반납은 국민의 분노를 가중할 뿐이다.

정치와 국가적인 리더십의 문제로 우리 국민은 수년째 괴로운 심정이다. 이미 일자리를 잃고 자영업으로 내몰린 사람들 중에선 장사가 안돼 전 재산을 잃은 이들이 많다. 외환위기 이후 망했어야 할 회사가 십수년째 공공영역에 머물고 수차례에 걸쳐 혈세를 빨아들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용서가 어렵다.

여기에 진정성을 내포하지 않고 고통 분담을 운운한다면 국민을 희롱하는 것이다. '뼈를 깎는 고통'이란 표현은 아무 데나 붙이는 게 아니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4월 9일 (14:07)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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